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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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만원 없어 젖먹이와 감옥갈처지(CBS박재홍뉴스쇼,2015.4.10)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4 17:23
조회
415

"86만원 없어 젖먹이와 함께 감옥 갈 처지였지만…" 2015-04-10 09:55 


* 장발장은행 대출 여성(24세) 
- 남편은 교도소, 만삭에 벌이 없어 통장 대여했다가… 
- 경찰 와서 아이 데리고 구치소에 복역하라고 
- 대한민국도 살만하구나 생각하게 돼 


* 오창익 (장발장은행 설립한 인권연대 국장, 대출심사위원) 
- 징역도 집행유예 있는데, 벌금형은 1달내 현금납부 의무 
- 소득 비례 무시한 벌금형, 부자에겐 선처, 빈자에겐 치명 
- 경미한 범죄에 가난한 처지로 교도소에 가야하는 건 국가 수치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000 (장발장은행 대출 당사자), 오창익 (장발장은행 대출심사위원) 


벌금을 못 내서 교도소에서 노역을 하는 사람이 매년 4만명에 달한다는 사실, 여러분 알고 계십니까? 이런 사람을 위해 한 달 전에 세워진 은행이 바로 장발장은행입니다. 벌금을 선고받은 이에게 담보나 이자 없이 돈을 빌려주는 은행, 장발장은행. 지금 이용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금이 부족해서 안타까움을 주고 있는데. 어떤 이들이 장발장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이 은행이 우리 사회에서 갖고 있는 의미는 뭔지. 실제로 대출을 받은 당사자 그리고 이 은행의 대출 심사위원을 차례로 만나서 말씀 들어봅니다. 먼저 지난주에 86만 8000원을 장발장은행에서 대출받아 교도소행을 면한 24살을 한 여성을 만나보죠. 신원 보호를 위해서 익명으로 진행을 합니다. 선생님, 나와 계시죠? 


◆ ○○○> 네. 


◇ 박재홍> 일단 대출을 받게 되어서 다행인데요. 어떻게 하다가 벌금형을 받게 되신 건가요? 


◆ ○○○> 제가 3년 전에 큰 아이 임신하고 있을 때 신랑이 일을 안 하고 있어서, 제가 당장 분유값이나 생활비가 필요한 타이밍에 어느 날 핸드폰 문자로 뭐 통장 대여해주면 한 달에 250만원 준다는 문자가 왔더라고요. 그래서 혹 해가지고 통장을 보내줬는데, 그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쓰여서 벌금 100만원이 나왔었거든요, 제가 금융거래법 위반이라는 법이 있거든요. 


◇ 박재홍> 그래요. 


◆ ○○○> 타인한테 절대 통장이나 카드를 주면 안 되는 그게 있어요, 법에. 그것 때문에 벌금 100만원이 나온 거예요. 그런데 그러다가 당장 낼 돈이 없으니까 제가 만삭임에도 불구하고 봉사활동을 4일 동안 10시부터 3시까지 했다가 아기를 출산하게 되고나서부터 (봉사에 빠지다보니) 사회봉사가 취소됐거든요. (벌금으로 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거죠) 


◇ 박재홍> 그래요. 그러면 자 뭐랄까요, 100만원이면 큰 돈이기도 하고 뭐 감당할 수 없는 그런 돈이기도 한데, 4년 전에 동거를 하다가 작년에 혼인신고했던 남편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 ○○○> 지금 현재 신랑이 일을 하다가 잘못돼서 구치소에 있어요. 


◇ 박재홍> 그러면 남편도 일을 못하고 교도소에 가 있는 상황이고. 


◆ ○○○> 네. 


◇ 박재홍> 그러면 주위에서 도와줄 수 있는 친척이나 부모님은 안 계세요? 


◆ ○○○> 네, 저희 신랑은 어렸을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고 저는 신랑 만나고 큰 아이 가지고부터 친정이랑 연락이 끊겼어요. 


◇ 박재홍> 그래요. 그러면 그 결혼에 대해서 부모님이 인정을 못 하시고 연락을 끊어버린 상황이고. 또 남편은 부모님이 안 계신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주위에 도움 받을 분이 한 분도 없었네요. 벌금을 이제 못 냈던 상황이고 수배도 됐는데. 경찰이 찾아온다거나 (하지 않았나요) 


◆ ○○○> 찾아와서 어떻게 봐줄 방법이 없다고. 구치소도 생활 잘 되어 있고 밥도 잘 나오니까 그냥 아기들 데리고 가서 살라고 하셨거든요. 


◇ 박재홍> 교도소에 와서 같이 아이들이랑 살아라? 


◆ ○○○> 네. 


◇ 박재홍> 아니 그게 말이 쉽지, 무슨 말을 그렇게. 4살이랑 작년 12월에 낳았던 2살짜리 아이를 교도소에서 같이 살라는 게, 너무 자기 일 아니라고 함부로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 분들. 그 말씀 듣고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 ○○○>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죠. 


◇ 박재홍> 그래요. 그러면 그런 상황이었던 것을 교도소에 있는 남편도 알고 계셨어요? 


◆ ○○○> 제가 상황 정리되고 나서 다 얘기해 줬어요. 


◇ 박재홍> 남편께서 뭐라고 말씀을 하세요? 


◆ ○○○> 미안하다고 자기 같은 남자 만나서… 막 이런 얘기 하던데. 


◇ 박재홍> 그렇게 발을 동동 구르고 계시다가, 그러다가 장발장 은행을 알게 되셨습니다. 장발장 은행을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 


◆ ○○○> 그때 경찰이 왔다갔다고 한 날에, 제가 그날 저녁에 TV를 늦게까지 보고 있었는데, 밤 11시인가 12시에 다큐멘터리로 돈 많은 사람들은 징역 5년 받을 거 다 집행유예로 나오는데, 왜 고작 벌금 100만원 가지고 교도소 가서 살아야 되냐는 다큐멘터리가 나오면서 장발장을 알게 됐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 다음 날 바로 신청하고 일주일 뒤에 바로 되어 가지고 벌금을 냈고요. 


◇ 박재홍> 그래서 결국 구치소를 안 갈 수 있게 됐고 다행스럽게 구제가 됐네요. 


◆ ○○○> 세상에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라고 생각을 했죠. 고마운 사람도 있구나라고요. 


◇ 박재홍> 그러면 이제 벌금이 입금됐을 때, 86만 8000원이 입금됐을 때 어떠셨나요? 


◆ ○○○> 아직도 대한민국은 살 만하구나라는 생각. 


◇ 박재홍> 그래요. 


◆ ○○○> (그리고 이제 수배도 해제됐으니) 제가 어제부터 일을 시작했어요. 


◇ 박재홍> 아, 어제부터 일을 시작하셨고. 아이 둘은 어떻게 하세요? 맡길 때가 있어요? 


◆ ○○○> 어린이집에요. 요즘에는 다 무상이라 4살까지는 다 무료로 해줘요. 


◇ 박재홍> 아 참 다행이네요. 이제 적은 돈이지만 장발장 은행 대출을 통해서 벌금 다 해결이 됐고, 또 새 직장은 어떠세요? 


◆ ○○○> 솔직한 말로 요즘 몇 년 동안 일을 못 하다가 일을 하니까 솔직히 좀 재미있어요. 


◇ 박재홍> 그래요. 일도 재미있게 시작하셨고. 남편 출소하시면 행복한 가정 계속 이어가시면 좋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 네. 


◇ 박재홍> 지금까지 장발장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교도소행을 면했던 한 여성과 말씀 나눠봤고요. 이번에는 장발장은행 설립을 주도한 인권연대의 오창익 사무국장님을 만나보겠습니다. 국장님, 안녕하십니까? 


◆ 오창익>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방금 전에 한 여성의 사연을 들었는데 참 가슴이 아프면서도, 적은 돈이지만 이렇게 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구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 오창익> 적은 돈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건 곧 적은 돈 때문에 위기에 놓일 수 있었던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까? 


◇ 박재홍> 그렇죠. 


◆ 오창익> 우리나라에 벌금을 못 내서 교도소에 가는 사람이 4만명이나 됩니다. 오로지 가난하기 때문에 사회적 영향력이 부족해서 사회적으로 많이 안 알려져 있습니다. 저희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이를테면 죄질이 나빠서 또는 위험해서 교도소에 가는 경우가 아니라, 이렇게 단지 돈이 없어서 경미한 가벼운 범죄인데도 불구하고 교도소에 가는 일은 정말 없어야 되는 거고요. 이건 국가적인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벌금형도 생활 형편에 따라서 벌금을 유예해 주거나 그런 제도가 없나요. 


◆ 오창익> 전혀 없습니다. 징역형이 벌금형보다 훨씬 더 무거운 형벌인데도 집행유예가 있지만 벌금형에는 집행유예 자체가 없습니다. 벌금은 지금 한 달 이내에 전부 현찰로 완납해야 됩니다. 전부 다 내야 되는데… 


◇ 박재홍> 한 달 이내에? 


◆ 오창익> 카드 납부도 안 받아주는데요. 저는 카드납부를 안 받아주는 건 검찰의 횡포라고 생각을 합니다. 


◇ 박재홍> 또 이를테면 벌금형도 소득수준으로 비례를 해서 고소득자에게는 큰 벌금을, 그리고 저소득자에게는 그에 비해서 부담을 주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 주장도 있고 또 실제로 이런 방식도 유럽에도 있다는데 맞습니까? 


◆ 오창익> 유럽에 있는 정도가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런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재산이나 소득에 따라서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을 달리 내고 있잖아요. 그런 것에 대해서 누가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일로 여기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똑같은 벌금액수라고 해도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아무런 형벌 효과가 없어요. 그냥 선처일 뿐이죠.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은 100만원, 200만원 돈 때문에 대신 교도소에 갈 만큼 굉장히 무거운 형벌, 중형이 되는 거죠. 그러면 형벌이라는 것은 똑같은 잘못에 대해서 똑같은 고통을 부과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빈부격차에 따라서 재산이 많냐 적냐에 따라서 고통을 느끼는 정도가 완전히 달라지니까, 이건 형벌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 공평함, 평등함 이런 것들을 놓치고 있는 거거든요. 이걸 지금 바꿔야 합니다. 


◇ 박재홍> 어떤 의미에서는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꼭 고쳐져야 할 그런 제도가 아닌가 싶고. 그리고 장발장은행 금고가 마르지 않아야 될 것 같은데요. 기부할 좋은 뜻을 갖고 있는 분들은 어떻게 하면 됩니까? 


◆ 오창익> 인터넷에서 ‘장발장은행’을 치시면 저희 홈페이지로 오실 수 있고요. 그 홈페이지에 보면 저희 계좌가 나와 있습니다. 그리로 도움주시면 되고요. 지금까지 특히 교회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당장 제도는 바뀌지 않고 있지만, 다만 우리 사회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그런 역할을 할 거라고 보고요. 청취자 여러분이 많이 참여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박재홍> 많은 분들이 참여하시고 함께하시면 좋겠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오창익> 네, 고맙습니다. 


◇ 박재홍> 장발장은행의 대출 심사위원이면서 은행 설립을 주도한 인권 연대의 오창익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장발장은행 홍페이지 http://www.jeanvaljeanbank.com 
장발장은행 후원 문의 02-749-9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