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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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대책"(경향신문 칼럼, 2015. 11.10)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4 17:42
조회
383

[세상읽기]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대책


오창익 | 인권연대 사무국장 


서울시가 ‘2020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앞세운 정책은 ‘청년활동 지원사업’이다. 대학생은 아니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취업관련 교육에도 참여하지 않는, 흔히 ‘니트족’이라 불리는 구직 포기 청년들에 대한 맞춤대책이라고 했다. 이들 중에서 의지를 보이는 청년들을 심사해 최대 여섯 달까지 월 평균 50만원을 지원한다. 최소한의 교육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당장 내년부터 300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한다.


성남시는 내년부터 ‘청년배당’을 시행한다.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청년에게 분기마다 25만원씩 연 100만원을 수당으로 지급한다는 거다. 일단은 19세에서 24세까지의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시작하고, 점진적으로 연령을 늘려갈 계획이다. 청년들에게 일종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거다. 


서울시는 선별 복지, 성남시는 보편 복지를 내세웠지만, 발상은 비슷하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거다.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자, 찬반이 엇갈렸다. 환영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 정도 재정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집권 새누리당의 평가는 박정했다. 김무성 대표는 “주민의 세금으로 유권자를 매수하는 행위”라고 매도했다.


물론 서울시나 성남시가 달랑 이 대책만 내놓은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 청년대책은 20개의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고, 성남시도 ‘성남청년뉴딜’ 등의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의 대책은 박원순 시장의 지시로 급조된 것도 아니다. 청년유니온 등 청년 당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다듬어 온 대책이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청년대책이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주는 시혜가 아니라, 시민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진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테면 헌법적 원리에 충실하겠다는 취지다. 게다가 양쪽 모두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하겠다니, 이제 막 새로운 걸음을 떼는 수준이다. 


청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다들 인정하고 있다. 청년들의 고통은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부터 ‘헬조선’까지 다양하게 지적되어 왔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금세 알 수 있다. 당장 대학이 그렇다. 사람 많은 곳 특유의 활기나 약간 들뜬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활기는커녕 분위기가 칙칙하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지옥 같다는 건 잘 알지만, 지옥에서 벗어날 방법은 뚜렷하게 잡히지 않는다. 박차고 나서라는 이야기에 솔깃할 만큼 현실이 녹록하지도 않다. 일단은 ‘노오력’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래도 불안하지만, 지금 당장 누구에게도 존중받지 못하는 삶은 고약하다. 청년들도 시민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자지만, 주권자로서의 대접을 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 국가든 기성세대든 재벌대기업이든 그런 점에서는 별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서울시와 성남시의 대책은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다. 몇 푼 안되는 돈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 존중받는다는 느낌, 혼자가 아니라는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중요한 전환도, 새로운 시작도 가능할 수 있다.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조차 없으면서 돈부터 걷고 보자는 ‘청년희망펀드’처럼 황당한 대책만 아니라면, 뭐든 좋다. 청년들을 존중하고 그들과 연대하기 위한 대책이라면 뭐든 추진해야 한다. 이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장 떠맡아야 할 책무다. 가만있는 게 제일 나쁘다.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만큼 상황은 절박하고, 대책은 시급하다. 어떤 정책이든 찬반이 있을 수 있다. 허점이 있다면 토론을 거쳐 보완하면 된다. 중요한 건 지금 청년들의 삶이 정치적 유불리나 셈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