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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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출동 사망사건, 택배만도 못한 경찰'(CBS, 2015. 9. 15 )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4 17:39
조회
562

늑장출동 사망사건, 택배만도 못한 경찰" CBS 김현정의 뉴스쇼  


-모친과 예비며느리 평소에 자주 다퉈 
-경찰, 또다른 가정폭력신고와 오인 접수 
-신고자 독촉 전화했지만 살인 막지못해 
-제2의 오원춘 사건, 경찰 실패 반복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지환 (보도국 기자),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지난 토요일 밤 9시 30분 112에 이렇게 전화벨이 울립니다. '우리 어머니가 지금 칼을 들고 내 여자친구를 살해하려고 한다. 빨리 출동해 달라.' 이런 내용이 경찰에 신고 접수가 된 겁니다. 그런데 경찰은 엉뚱한 집으로 출동합니다. 결국은 신고 후, 그러니까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30분 전에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그 시각까지 집에 도착하지 못했고요. 칼을 든 어머니는 아들의 여자친구를 살해합니다. 112 출동 시스템의 문제 그동안 그렇게 여러 번 지적했는데도 또 벌어진 거죠. 이 사건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습니다. 먼저 취재현장의 박지환 기자 연결해 보겠습니다. 박 기자.  


◆ 박지환> 예. 경찰청에 나와 있습니다.  


◇ 김현정> 우선 그날 그집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박지환> 일단 피의자의 아들인 34살 이모씨 그리고 동갑내기 여자친구인 여성 이모씨, 이 두 사람은, 개인사라 정확하게는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은 시간을 교제한 사이입니다. 평소 둘의 교제를 양가에서는 반대했고요. 현재까지 경찰 조사에 따르면 어머니, 64살 박모 여성은 아들의 여자친구와 자주 다퉜다고 합니다. 어머니 박 씨는 평소 아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데, 이 모든 게 여자친구 이 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문제로 사건 당일 저녁 어머니와 여자친구는 전화통화로 심하게 싸웠는데요.  


◇ 김현정> 전화로 먼저 싸웠고요.  


◆ 박지환> 맞습니다. 그리고 이후 집으로 찾아오겠다던 여자친구 이 씨를 어머니 박 씨가 20cm 길이의 과도를 들고 기다렸다가 칼로 찔러 숨지게 한 겁니다. 어머니는 평소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 김현정> 여튼 이번 문제의 핵심은 집안 일은 아니고, 와달라고 아들이 신고를 했는데 그래서 심지어 출동도 했는데 엉뚱한 집으로 갔다는 거예요.  


◆ 박지환> 맞습니다.  


◇ 김현정>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  


◆ 박지환> 어머니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아들은 당일 저녁 9시 9분에 112에 빨리 와달라고 신고를 합니다. 통상 서울 시민의 112 신고는 서울지방경찰청 112 신고센터에 접수가 되면 관할 경찰서와 산하 파출소로 동시에 전송이 됩니다.  


◇ 김현정> 경찰서와 파출소로…  


◆ 박지환> 관할서인 용산경찰서와 집 근처에 있는 한남 파출소는 신고 1~2분 뒤 서울청 지시를 받고 출동 준비를 합니다. 여기까지의 경찰 대응은 빨랐습니다. 하지만 한남 파출소에 있는 순찰대장이 아들이 신고하기 약 8분 전인 9시 1분에 인근에서 접수된 또 다른 가정 폭력 사건과 동일한 사건이라고 오해하게 됩니다.  


◇ 김현정> 두 사건을 헷갈려버린 거예요, 파출소에서. 


◆ 박지환> 맞습니다. 통상 사건을 처리할 때는 관할 경찰서, 산하 파출소, 실제 현장에 가는 순찰자, 근무자 이렇게 3개 주체가 무전을 주고받는데 파출소에 있는 순찰대장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겁니다. 이에 42호 순찰차와 43호 순찰차 두 대도 '네, 알겠습니다' 라고 답하면서 9시 1분에 접수된 일반 가정폭력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게 된 겁니다. 


◇ 김현정> 일단 거기에서 허비를 했는데. 그 다음에 한 번 더 막을 기회가 있는데 또 놓쳤다면서요?  


◆ 박지환> 이후 상위 주체인 용산경찰서 상황실이 파출소와 순찰차 근무자들에게 두 사건이 다른 사건일 수 있으니 확인해 보라고 두 차례나 더 요청했지만 9시 1분 신고접수 후 사고현장에 나가 있던 2대의 순찰차는 '동일 건입니다. 지금 사건 종결 중입니다'라며 또다시 아까운 시간만 보내게 됩니다.  


◇ 김현정> 경찰서에서 그러니까 '다른 사건 아니에요?' 한번 더 얘기했는데 또 순찰차들이 '아니에요, 같은 거예요. 그 사건 정리되고 있어요.' 이렇게 된 거예요. 


◆ 박지환> 맞습니다. 두 사건 모두 한남동에서 발생했고 70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여성이 결과적으로 살해된 사건, 신고 주소지는 한남동 753-OO번지 103호였고 경찰이 엉뚱한 데 출동한 것은 757-OO번지 지하 1층 3호였는데 현장 근무자들이 소홀하게 놓쳐버린 겁니다. 


◇ 김현정> 주소를 신고자가 정확하게 얘기했고 그리고 112에서도 정확하게 알려줬습니까? 


◆ 박지환>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간대에 70m 거리에서 두 가지 사건이 발생하다 보니까 소홀하게 대응을 한 거고요. 그 현장에 출동한 순찰차에는 커다란 내비게이션이 설치돼 있는데요. 이것만 순찰자 근무자들이 제대로 클릭해서 확대하고 봤어도 두 사건이 다르다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기막힌 사건. 현장에 박지환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이어서 이번 사건은 이미 예견된 거였다, 주장하는 분이 있습니다. 인권연대의 오창익 사무국장 바로 연결하죠. 오 국장님. 


◆ 오창익> 안녕하세요. 


◇ 김현정> 마침 사건이 벌어진 그 동네에 사신다면서요. 


◆ 오창익> 옆 동네인데, 그 동네에도 살았습니다.  


◇ 김현정> 그 지역에 얼마나 방대한지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만약 순찰차가 제대로만 출동했다면 몇 분이나 보통 걸립니까?  


◆ 오창익> 경찰이 3분 정도 얘기를 하는데요. 5분 안에는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이고요. 


◇ 김현정> 늦어도 5분 안에.  


◆ 오창익> 네, 서울인데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경찰은 이건 늑장 출동의 문제가 아니라 비슷비슷한 가정폭력이다 보니까 그 집하고 이 집하고 두 건을 헷갈려서 그렇다, 이 얘기거든요. 어떻게 보세요? 


◆ 오창익> 어설픈 해명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주소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두 곳 다요. 그리고 하나는 1층이다, 하나는 지층이다 이렇게 호수도 정확히 알려줍니다. 택배기사도 다 찾는 주소인데 경찰관들이 찾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고요. 사건번호도 다른데 헷갈렸다는 것도 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김현정> 택배기사님들도 주소보고 그렇게 잘 찾아서 가는데 어떻게 경찰이 그 급박한 순간에 헷갈릴 수가 있느냐?  


◆ 오창익> 그렇죠.  


◇ 김현정> 접수번호는 제가 보니까 하나는 12650, 하나는 12775번이더라고요. 


◆ 오창익> 지금 방금 기자 리포트에서도 나왔지만 내비게이션을 켜지도 않고 보지도 않았다는 거잖아요. 그것만 들여다봤어도 다른 사건인 줄 알았고 중간에 지령실에서 계속 '그건 다른 사건 아니냐? 확인했냐?'라고 그랬는데도 계속 엉뚱한 대답들을 하고 있잖아요. 


◇ 김현정> 이게 인간이 하는 일이니까 정말 순간의 착오로 깜빡해서, 깜빡해서 오인할 가능성 이런 건 없겠습니까?  


◆ 오창익> 만약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치더라도 두 번째 기회, 그러니까 독촉하는 전화를 신고자가 다시 하잖아요.  


◇ 김현정> 했죠.  


◆ 오창익> 그 다음에는 오인이 해소돼야 할 문제죠. 


◇ 김현정> 제가 몇 년 전에 참 충격 받았던 게 오원춘 사건이에요. 기억나시죠? 오원춘에게 납치당한 여성이 감금 상태에서 경찰에 목숨 걸고 신고를 하는데. 경찰이 '어디라고요? 성폭행 당하신다고요? 전화 거신 분이 당하고 계시는 거예요?' 이런 얘기하다가 오원춘이 그 전화기를 뺏어들죠. 그리고 경찰은 뒤늦게 출동을 하는데. 피해자가 진술한 그곳을 찾지 못하는 이 사건. 오 국장님도 떠오르셨죠?  


◆ 오창익> 수원 사건인데요. 피해 여성이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만큼 굉장히 침착하게 정확히 자기 위치를 알려줍니다.  


◇ 김현정> 감금 상태에서.  


◆ 오창익> 그렇죠. 그래서 목숨을 구해달라고 요청하는 건데 그게 오히려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 거죠.  


◇ 김현정> 맞아요.  


◆ 오창익> 경찰이 무시해버렸고 부부싸움 하는 거 아니야? 이런 얘기를 해버렸고요. 그 다음에 경찰이 나중에 출동하기는 했는데 가족들 증언에 따르면 경찰들이 승합차 안에서 잠이나 자고 있었고 오히려 가족들이 깨워야 됐었고요. 이런 정도로 엉망진창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이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건데, 지금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있어서 경찰이 굉장히 실패하고 있다는 걸,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그 후에 그때 워낙 그게 큰 사건이어서 그 이후에 원클릭 시스템인가요? 그런 걸 만들어서 신고시스템 전면 개선하겠다 하지 않았습니까, 몇 년 전에. 


◆ 오창익> 그랬죠.  


◇ 김현정> 바뀐 게 없습니까?  


◆ 오창익> 그러니까 시스템을 개선해도 지금처럼 아주 기초적인 상황에서 혼동이 있거나 내비게이션을 보고, 사건번호를 봐도 출동의 A, B, C를 하지 않으면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고요. 경찰이 전체적으로 기강해이가 너무 심각한 것 같다고 생각이 되고 또 하나는, 일선 지구대의 인력도 문제입니다.  


◇ 김현정> 인력의 문제요?  


◆ 오창익> 그럼요.  


◇ 김현정> 무슨 말씀이에요? 


◆ 오창익> 이게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이 되기도 하는데. 파출소 지구대 같은 일선 지역 경찰 활동을 하는 게 시민들 입장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112 신고를 했을 때 오는 분들이 그분들이거든요.  


◇ 김현정> 현장 최일선에 있는 분들.  


◆ 오창익> 그럼요. 이 분들이 대부분 지금 고령화돼 있습니다. 대부분 지역에서 40대, 50대 경찰관들이 7, 80%고 어떤 경우에는 90%가 넘습니다. 나이를 먹게 되면 능동적인 지역 경찰 활동을 하기는 어려운 거죠. 그리고 이게 24시간 교대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근무하는 경찰관도 힘들고 시민들도 적절한 서비스를 못 받습니다. 그래서 미국 같은 경우는 40대 이상이 지역경찰 활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영국 같은 데는 아예 규칙으로 만들어놓고 있는데. 교대근무를 하는 24시간 체제 근무하는 거 있지 않습니까? 이를테면 범인 잡는 형사라든지 지역경찰, 이런 경우는 본인이 희망하지 않는 한 절대 배치하지 않습니다. 경찰관 안전규칙이라는 규칙을 아예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아무리 신고시스템이 개선되면 뭐하냐 현장이 이렇게 문제가 있는데.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을 해 주셨어요. 112의 신고를 우리가 아무리 잘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해야겠습니다. 오창익 국장, 고맙습니다. 


◆ 오창익> 네.  


◇ 김현정>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