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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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환골탈태만이 감옥을 바꾼다 (12월 22일, CBS-R[시사자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19 17:55
조회
542

이영자교수 : 오국장님 어서 오십시오. 지난 3주 동안 한국 감옥의 현실에 대해 다뤘는데, 오늘은 그 마지막 이야기를 준비해오셨네요. 그동안 이 방송을 듣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 그동안 나눴던 말씀을 간략히 정리해주시는 것부터 오늘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지요.


오창익국장 : 첫 번째 주에는 가난할수록, 많이 배우지 못할수록 감옥에 가는 일이 많다는 점을 말씀드렸고, 두 번째 주에는 한국 감옥의 고질적 병폐인 과밀수용의 문제와 취약한 재소자 의료권 문제에 대해서, 그리고 지난주에는 난방도 제대로 안되는 취약한 시설과 교정교화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 : 오늘은 어떤 말씀을 준비해오셨나요?


오 : 오늘은 감옥 밖의 이야기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해에 교도소, 구치소 등 구금시설에서 출소하는 분들이 약 13만 명 정도 됩니다. 가족의 보호를 받고, 정확하게 직업이 있는 사람들인 경우에는 출소한 이후에 별 걱정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출소자가 참으로 막막한 현실에 부닥치게 됩니다.


이 : 출소하는 사람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출소자들의 사회정착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정부에서는 어떤 부서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요?


오 : 이러한 문제를 책임 맡는 정부부서는 법무부 보호국이고, 출소자들을 구체적으로 돕는 역할은 갱생보호공단이 맡고 있습니다.  한국갱생보호공단은 1995년 갱생보호법과 보호관찰법을 통합하여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설치, 운영되고 있는데, 전국 각 지방검찰청 소재지에 따라 12개 지부와 5개 출장소를 두고 있습니다.  12개 지부에서는 500명 정도의 무의탁 출소자들이 생활할 수 있는 생활관 시설을 갖추고 있고, 이 시설을 통해 출소자에게 숙식제공, 생활지도, 직업 훈련, 취업알선, 여비 지급 등의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 한국갱생보호공단에서 출소자들의 자활, 사회화를 돕고 있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오 :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갱생보호공단에서는 연인원 약 2천 3백 명 정도의 출소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약 1,400명 정도에게 직업훈련을, 3천여명에게 취업알선을 하였고, 4천 8백여명에게 기타 자립지원을 하였다고 실적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1년 동안의 출소자들이 13만 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실적은 극히 미미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 : 감옥에서 출소한 출소자들이 적극적으로 갱생보호공단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나요? 현실은 어떤가요? 접근성이라든지? 


오 : 또한 공단에 의한 시설 관리가 엄격한 규율을 요구하기에, 출소자들이 또 다시 갇혀 지내는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고 공단의 생활관 입소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어서, 공단 설립의 취지에 맞는 사회화 지원 작업은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 갱생보호공단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공단에 대한 말씀을 좀 더 해주시죠? 


오 : 최고 의결기구는 법무부장관에게 임면권이 있는 이사회이고, 이사회 밑에 사무국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공단의 이사회도 취업 알선을 염두에 둔 탓인지, 온통 기업인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그나마 취업 알선이 아니라 실제 공단을 통해 취업하는 인원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법무부를 통해 받는 예산도 많지 않습니다. 갱생보호공단의 전체 예산이 65억 원 정도밖에 안되는데, 이중에서도 인건비가 39억원에 이를 정도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숙식제공, 직업훈련, 취업알선, 재사회화교육 등에 쓰이는 보호사업비는 15억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 : 실제로는 연간 15억 원 정도의 예산이 출소자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인데, 예산이 많이 모자라겠군요? 


오 : 매우 부족한 실정이어서, 공단에서는 별도의 후원회를 구성하여, 일반 시민들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꼭 이런 이야기까지 하고 싶지 않지만, 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기초단체 의회 의장인 이사장에게 지급하는 인건비가 6천만 원인데, 1년 동안 썼던 취업알선비가 4천6백만 원이고, 재사회화교육비용이 1천2백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갱생보호에 대한 진지한 관심의 표현이 아니라,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공단의 인력은 100명이 좀 넘는 실정입니다. 


이 :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데, 1년에 출소하는 사람은 13만 명이나 된다는 것인데, 그러면 공단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효과는 어떻게 평가되고 있습니까? 


오 : 일단 중요한 것은 공단을 거쳐 간 출소자들의 재범율 추이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는데,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갱생보호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그 효과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단의 발표에 의하면, 




갱생보호공단에서 숙식을 제공받았던 사람들 중에서 재범을 하는 확률은 적게는 0.1%에서 많게는 0.6% 정도인데, 이는 전체의 재범율 64.3%에 비하면 엄청나게 낮은 수치입니다.


이 : 전체 재범율이 64.3%나 되나요?


오 : 그렇습니다. 2002년을 기준으로 한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의해 검거된 전체 피의자 194만여 명 중에서 64.3% 인 124만 여명이 과거에 한차례 이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고, 38만 명 정도인 19.8%는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른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재범율은 1980년대에는 30%에 불과했지만, 97년 52%, 98년 59.5%, 2000년 61.2%, 2001년 63.1%로 갈수록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이 : 재범 방지가 형사정책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겠군요.


오 : 재범 방지를 위해서도 교정기관으로서의 감옥의 역할과, 갱생보호공단을 중심으로 한 출소후 사회화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는 사회적 비용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런데, 범죄로 인해 피해자들이 입는 손해는 집계하기도 힘들고, 죽거나 다치는 경우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게 되니까 그것을 빼더라도, 경찰의 경우 2002년 말 기준으로 14만 6천여 명의 경찰이 1년 동안 5조원의 돈을 쓰면서, 범죄예방 및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고, 법무부가 2만 4천여 명의 직원에 1조 4천억 원 이상의 예산을 쓰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감옥 등 교정기관은 물론이고, 갱생보호공단에 의해 출소 이후에 진행되는 사회화 프로그램이 더 광범위하고도 내실 있게 진행될 필요성이 절실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 4주 동안 감옥의 현실에 대해 짚어보았는데, 못다 하신 말씀도 많을 것이고, 또 특별히 하고 싶은 말씀도 있을 텐데?


오 : 재소자들의 권리구제 등을 비롯하여 시간 관계상 말씀드리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감옥이 교정기관으로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감옥에 대해 책임을 갖고 있는 대통령, 법무부장관, 법무부 교정국장의 인식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보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 재소자와 범죄자들의 인권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범죄의 공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골목길 CC-TV 설치와 관련하여 어떤 경찰서장이 CC-TV 한대가 경찰 10명 보다 낫다고 했습니다만, 감옥에 있는 재소자나 출소자 1명을 제대로 관리하고, 그들의 사회화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경찰 100명을 양성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감옥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를 범죄를 물리치는 효과적 무기로 만드는 데에는 안전한 교도소가 필수적이다. 유죄선고를 받았건 재판을 기다리고 있건 간에 수용자들이 교도소의 보호에 맡겨졌을 때에는 그들이 합법적으로 석방될 때까지 그곳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점을 수용자들과 일반 국민들이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도소가 이 나라의 범죄율의 감소에 영구적으로 완벽하게 공헌할 수 있는 길도 교도소에서 수용자들을 처우하는 방법에 달려있다. 우리가 교도관들의 전문적 직업정신과 인권존중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통령 재직 당시 199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교도소 직원들에게 한 연설 중에서)


이제 겨우 재소자 1인당 1개의 신문만 - 그것도 자기 돈으로 - 구독하기로 한 규정을 2,3개도 볼 수 있다고 고쳤다고 자랑하거나, 집필의 자유조차 허용하지 않았다가, 이제는 집필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해서 재소자의 권리가 크게 신장되었다는 식의 유치한 발표만 하면서, 혹세무민할 것이 아니라, 감옥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런 일을 하라고 대통령으로 뽑아준 것이고, 장관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은 바로 그런 일을 하라고 주어진 것입니다.


 참고>
법무부, 수용자 집필 사전허가 폐지
{속보, 사회] 2003년 12월 19일(금)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법무부는 19일 교정시설 수용자들이 집필 활동에 대해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현행 행형법 규정을 개정, 집필 사전허가제도를 폐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그간 편지와 소송서류를 작성할때를 제외한 교정시설 수용자들의 모든 집필활동에 대해 교도소장 및 구치소장 등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해 왔다. 법무부는 이날 전국 교도소, 구치소, 보호감호소 등 교정시설에 지침을 하달, 행형법 개정이 될때까지 사전 집필허가 신청은 접수하되 모두 허가토록 했으며 현재 각종 집필시 검정색 볼펜만 사용할 수 있게 한 법무부 예규를 고쳐 수성펜, 샤프펜슬, 형광펜 등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앞으로 수용자들이 문예창작을 위한 집필활동과 고소.고발장 및 진정서 등 권리구제에 필요한 문서를 사전 제한없이 작성할 수 있게 되고, 필기도구 선택 폭도 다양해져 한층 확대된 집필권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법무부는 종래 수용자가 구독할 수 있는 신문을 개인별로 1종류-1부로 제한해 오던 예규를 개정, 수용자들이 국내에서 발행되는 모든 일간신문을 제한없이 구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