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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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촌으로 전락한 사법연수원, 법조비리(시사자키 04.1.26)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0 17:42
조회
573

<국선변호인 제도, 잘못 운영되고 있다. - 지난주에 이어서>


이영자 교수 : 지난주에 국선변호인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말씀을 듣다가 시간이 다 되었는데요, 국선변호인 제도에 대해서 더 보태실 말씀이 있다면?


오창익 국장 : 지난주에 국선변호인 제도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무관심과 변호사들의 무성의로 인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지난 2002년에 국선변호인을 선임한 피고인이 68,334명이나 되는 반면, 여기에 배정된 예산은 겨우 123억원밖에 안될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가난한 사람들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국선변호인 제도에 대한 말씀을 지난주에 충분히 드렸는데,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법이 한낱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부터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것이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도 법 앞에 평등한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당연한 원칙을 현실화시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선변호인 제도가 대폭 개선되어야 합니다.


이 : 오늘은 무슨 말씀을 준비해오셨나요? 지금 3주째 변호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오 : 오늘은 변호사가 되기 전 단계인 사법연수원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사법시험에 대해서는 첫 번째 주에 말씀드렸는데, 사범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은 모두 사법연수원에서 2년 동안 교육을 받습니다. <얼마 전 사법연수원에서 수료식이 있었다...>


이 : 얼마 전 사법연수원 수료식이 있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도 많고, 또 시민단체에 취직하는 등, 활동영역을 넓힌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요?


오 :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것만으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와 부가 자동적으로 보장된다는 것이 점차 옛말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최근 두드러진 양상은 사법시험 합격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 탓인데, 이번에 연수원을 수료한 33기는 처음으로 사법시험에서 1천명을 뽑았던 첫 세대입니다. 이번에 모두 966명이 졸업을 했는데, 이중에서 213명은 아직까지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법무법인 등 기존 변호사 사무실에 취업한 77명외에 변호사로 단독 개업한 143명의 경우에도 전망이 불투명한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는 사법연수원 수료생 들 중에서 시민, 노동, 종교단체에서 일하게 된 사람이 12명이나 된다며 기사를 내보냈지만, 사실은 12명밖에 안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변호사들이 부와 명예가 함께 보장되는 송무를 통한 법조인 생활에서 벗어나, 좀 더 봉사하는 자세로 민중과 호흡하며 일자리를 찾는다면, 일자리는 많고도 많을텐데, 아직까지 변화된 환경과 달리 이전의 상태만을 고집한다면 누구도 답을 찾아주지 않을 것입니다.


이 : 시민단체에서도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을 것이고, 또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이 적지 않을텐데요?


오 : 물론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연수원을 나와도 취직하기 어려운 현실은 사법연수원을 판검사 임용을 위한 집단 고시촌으로 만들어 놓았고, 국민은 많은 비용을 부담해가면서 결국은 개인사업이나 하게 될 예비법조인을 양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조인중에 많은 분들은 사법연수원을 두고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은 변호사가 지닌 공익성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국민이 들을 때는 좀 우스운 소리처럼 들립니다. 저희처럼 인권운동에 전념하는 인권단체도 국가적 차원에서 공익적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인권단체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기껏해야 기부금품 모집법을 위반했다고 처벌하겠다는 공문이나 보내지 않으면 고마울 정도입니다.


이 : 공익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법연수원을 지금처럼 운영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인데, 다른 문제는 없나요?


오 : 돈이야 그렇다 쳐도 더 큰 문제는 연수원이 무슨 고시촌처럼 변한 것입니다. 취직은 안되고, 그냥 변호사로 개업하는 것은 두려우니 거의 모든 연수생들이 판.검사가 되려고 매달리는 상황인데, 판.검사 임용은 철저하게 연수원 성적으로만 뽑습니다. 그저 모든 것이 성적순으로만 정리되니,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나, 최소한의 독서나 최소한의 인생공부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판사가 되고, 검사가 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 : 법조인력이 제대로 양성되기 위해서는 사법시험제도도 바뀌어야 하고, 또한 사법연수원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씀인데, 그것 말고도 국민일 입장에서는 가장 답답한 것이 바로 법조비리입니다. 오늘은 그 말씀을 좀 해주시요. <법조비리에 대하여>


오 : 가끔 언론을 통해 법조비리가 기사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변호사가 아예 부패 기업인의 집사노릇을 해왔다거나, 또는 이른바 능력있는 변호사가 판검사들을 돈으로 매수했다거나, 또는 과다한 수임료를 받았다는 것들인데, 이런 구체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보통 통상의 범위에서 인정되고 있는 법조비리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 어떤 문제를 지적하고 싶으신가요? 우선 변호사들이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나요?


오 : 제 주변에 세금을 제대로 내는 변호사들이 몇분 계십니다. 세금문제만 하더라도 간단합니다. 변호사들이 제대로 세금을 내고 있는지 어떤지를 누구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있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매우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고, 나아가 과다한 수임료와 성공보수 문제도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텐데, 모든 변호사 비용을 신용카드로 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바로 그 방안입니다. 변호사들이 부당하게 접대비를 요구하면, 그것마저도 신용카드로 결재하고, 성공보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당한 개입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무슨 꿈같은 소리냐고 반문하실지 모르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은 너무도 쉽습니다. 신용카드로 결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확실한 세무조사를 시행하면 됩니다. 고객들에게는 신용카드 외의 수단으로 결재를 하자고 요구하면 이를 국세청이나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하게 하고, 이 경우 상당한 액수의 포상금을 지급하면 됩니다. 이를테면 접대비나 성공보수를 부당하게 요구하는 경우에 이를 신고하면 해당 금액의 2배를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등의 포상제도를 도입하면 일거에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이 : 모든 거래를 신용카드로만 의무화한다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요. 특히 법을 다루는 변호사들인 만큼, 여러 가지 법리를 내세울 수도 있을텐데요?


오 : 당연히 그럴 것입니다.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하겠지요. 신용카드가 없는 국민은 어떻게 하냐는 이야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도 답은 간단합니다. 신용카드 거래가 아닌 경우에는 그 이유를 소명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신용카드로 거래하지 않은 이유를 적은 소명서를 내게 하고, 그 소명서에 고객도 함께 서명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 일단은 세금부터 정확히 내게 하자는 것인데, 실제로 변호사들이 버는 돈이 얼마나 되나요?


오 : 변호사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연수원을 갓 졸업하고 단독으로 개업한 경우에는 그야말로 파리만 날리는 경우도 있고, 이른바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들의 경우에는 김태정 전 검찰총장이 이용호씨에게 아무 것도 아닌 의견서 한 장 써주고는 1억원을 받았듯이 돈을 쓸어 모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바로 누구나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전관예우의 악습입니다.


이 : 전관예우가 있다는 말씀이지요.


오 : 있지요. 분명히 있습니다. 간단한 사실만 점검해봐도 아는데, 일간신문의 1면에 가끔씩 변호사 개업 광고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참 한심한 내용들뿐인데, 어느 고등학교와 어느 대학교를 나와서 법원이나 검찰같은 재조에서 이런저런 경력을 거쳤고, 마지막으로 어느 동네에서 공직에 있었는데, 이번에 정든 공직을 떠나서 바로 그 동네에 개업하게 되었으니 많이들 찾아오라는 내용입니다. 서울의 경우 동부, 서부, 남부, 북부 등의 지원과 지검이 있는데, 동부 출신은 거의 대부분 동부지원 앞에 개업을 하고, 서부에서 마지막으로 봉직했던 변호사들은 서부 앞에 개업을 합니다. 이런 개업 행태가 전관예우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분들 중에는 전관예우에 기대지 않으려는 분도 계실 것이고, 또 그냥 그 동네가 익숙하고 집도 가까워서 그 동네에 개업한 분도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오늘 말씀을 정리해주시죠.


오 : 감사합니다. 오늘은 시간이 촉박해서 구체적인 법조비리의 양태에 대해서는 말씀을 드리지 못했는데, 다음 시간에는 구체적인 법조비리의 양태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고, 또한 변호사들에 대해 부정적인 부분만 너무 많이 말씀드린 것 같은데, 사실은 우리 사회에 그야말로 인권과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법조인들도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다음주에는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변호사들에 대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