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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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인권, 너무나 먼 거리(3/8)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0:29
조회
377

검사는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 검사가 지닌 막강한 권한


오늘부터 검찰과 검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일단 검사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를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검찰청법 제 4조 [검사의 직무]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①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과 같은 직무와 권한이 있다. 
1. 범죄수사. 공소제기와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2.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의 지휘. 감독
3. 법원에 대한 영장의 정당한 적용의 청구
4. 재판집행의 지휘. 감독
5. 국가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과 행정소송의 수행 또는 그 수행에 관한 지휘, 감독
6.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
②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


범죄수사, 공소제기와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은 검사의 가장 기본적인(고전적인) 책무이다. 한국에서는 검사도 범죄수사의 주체인데, 원래 검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공소 제기와 공소유지이다. 범죄 수사는 범죄가 발생한 때에 범인과 범죄사실, 증거를 찾아내는 작업인데,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경찰의 업무이나, 한국에서는 경찰과 검찰이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195조에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196조 1항에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어(오자가 아니다. 일본법을 그대로 배낀 형사소송법에는 이런 식의 표현이 너무나 많은데, 그대로 옮긴 것이다)나 수사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한국에서의 검사는 다른 나라의 어떤 검사도 지니지 못한 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다. 검사는 수사의 주체이고, 또한 사법경찰관을 지휘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공소제기와 유지도 검사의 몫인데, 사건에 대한 수사가 있더라도 검사는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해당 사건을 기소하거나, 불기소하기도 하고, 기소유예를 하기도 한다.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는 상당히 막강한 권한이다. 재판이 열려야 유무죄를 다툴 수 있는데, 검사가 재판이 열릴지의 여부를 미리 결정하는 것은 때로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기도 하다. (전두환, 노태우 일당에 대한 검찰의 공소권 없음 결정 등의 예)


정당한 영장의 청구권도 중요한 권한이다. 다른 나라에는 그와 같은 사례가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헌법 규정으로 되어 있다. 헌법 12조 ③은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12조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규정이지만, 하단에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명시해놓음으로써, 영장의 청구는 검사만이 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사람을 체포하고, 구속하거나, 남의 물건을 압수하거나 남의 집을 수색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위력적인 권한이다. 특히 한국처럼 재판에서의 유무죄 판단보다는 구속이 되었느냐의 여부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에서는(구속 위주의 재판) 더욱 그렇다. 


참고로 형사사건 1,000건당 구속기소의 건수는 한국 128건/ 일본 48.8건/ 스웨덴 7건/ 독일 3건으로 한국은 전체 사건 중에서 구속기소하는 사건의 비율이 독일에 비해 43배나 된다. 


재판집행의 지휘와 감독도 검사의 직무인데, 형이 선고되면 이에 대한 집행 - 벌금을 내고, 감옥에 가서 징역을 살리고 하는 일들 - 의 책임이 검사의 몫이다. 따라서 교정기관에 대한 지휘의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고, 벌금미납자들을 잡아다가 노역장에 유치하는 등, 형집행에 대한 책임도 검사가 갖고 있다. 이와는 약간 성격이 다른 차원에서 주어진 권한이지만, 경찰서 유치장을 감찰할 권한도 가지고 있다.


검사는 이외에도 상당히 다양한 부분에서 활동하고 있다. 요즘은 활동영역을 확장하여, 음주단속, 주차단속, 매연차량 단속, 유흥업소 단속, 자녀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 등 경찰의 고유 업무 영역까지 업무를 확대하고 있고, 범죄예방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범죄예방분야의 활동까지 전개하고 있다. 


오늘 대선자금과 관련한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지만, 이는 엄밀히 이야기하면 형법 126조가 규정한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 형법 126조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죄를 물을 수 있는(수사, 공소제기, 공소유지) 기관이 검찰이기에 이런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되어, 피의사실공표죄로 처벌받은 검사는 역사상 한명도 없었다. 
오늘 대선자금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검찰의 수사활동이란 것이 참으로 가공할만한 힘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서 총선에서의 유권자들의 선택이라는 헌법적 권리마저도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2004 총선시민연대는 대선자금이나 부패문제와 관련하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거나, 검찰에 의해 기소된 경우에도 낙천, 낙선 대상자로 포함하였다. 이렇게 되면 법원에 의해 최종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받는다는 헌법 27조의 규정(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만으로도 검찰(검사)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법원의 권한도 적지 않지만, 법원은 검찰이 기소하는 사건만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방어권 권리의 속성을 갖고 있지만, 검찰은 공세적 권리를 갖고 있고, 사실상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검찰(검사)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인권을 옹호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지만(형법 39조 [인권옹호 직무방해] "경찰의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인권옹호에 관한 검사의 직무집행을 방해하거나 그 명령을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등 참고), 실제로 검찰(검사)이 공익의 대표자이며, 인권의 파수꾼, 옹호자인지에 대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 모르겠다. 


이는 지난 2002년 서울지검(지금의 서울중앙지검)의 피의자 고문치사사건처럼 하나의 사건만을 염두에 두고 특정조직을 음해하려는 것이 아니고, 정몽헌 현대회장이나 안상영 부산시장이 참을 수 없는 모멸감에 목숨을 끊었다고 해서 그러한 특정사건으로 검찰이란 조직을 음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막강한 권한은 갖고 있으되,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고 있는 조직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일사불란한 검찰 조직 - 검사동일체는 여전하다.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조직이면서도 검찰은 검찰청법 제 7조 [검사동일체의 원칙]의 규정에 따라 철저한 상명하복의 구조를 갖고 있다. 


①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
② 검찰총장, 각급검찰청의 검사장과 지청장은 소속 검사로 하여금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 
③ 검찰총장과 각급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 


언제나 수뇌부의 의사는 일선까지 정확히 전달되고, 중요사건의 경우 체포, 구속, 압수, 수색 영장의 청구도 수뇌부의 의사가 그대로 반영된다. 


검찰총장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검찰청법 27조의 규정에 의해 "15년 이상 1.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였던 사람 2.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로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국공영기업체, 정부투자기관에 종사한 자 3.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로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의 직에 있던 자" 중에서 임명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법률의 규정만 이렇고, 판사나 변호사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사례는 전무하다. 이제 겨우 정무직인 법무부장관에 검찰 출신이 아닌 자가 임명되었을 뿐이다. 
검찰 조직은 사실상 검찰총장 1인의 생각과 결정에 의해 움직인다고 할 수 있는데, 검찰총장은 누가 뭐래도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명권자의 의중을 생각하지 않고, 그야말로 자율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통령을 제외하고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권력, 시민의 감시도 받지 않는 권력


다시 말해서 검찰은 대통령에게 인사권이 있고, 일사불란한 조직이며,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지만, 이에 대한 통제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검찰에 대해 제대로 된 감시활동을 벌이는 인권단체도 없고, 기껏해야 현실적으로 지은 죄가 많은 언론에 의한 감시활동이 거의 전부이다. 그렇다고 언론이 감시활동을 제대로 벌이고 있는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