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오창익의 인권이야기

한국 경찰, 그들은 누구인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0:24
조회
2435

1. 경찰이 되려면 


- 경찰이 되기 위한 방법(入直)은 매우 다양하다. 우선 가장 넓은 문호는 순경부터 시작하는 방법이다. 순경이 되려면, 순경공채 시험을 통해야 하는데, 보통 3,40대 1 정도의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순경이 된 사람들은 대체로 90% 이상이 대졸학력이고, 순경시험에서 재수나 삼수를 하는 경우도 많다. 순경채용시험에 합격하면, 중앙경찰학교에서 6개월가량 교육을 받은 다음 현직에 배치된다. 
- 순경으로 경찰관이 되는 것 말고도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경찰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이다. 4년제 경찰대학교를 졸업하면 경위로 임관하게 된다.
- 간부후보생 공채에 합격하면 1년 동안 경찰종합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경위로 임관하는 경우도 있다.(1년 50명)
- 이외에도 경장급, 경사급, 경위급 등을 따로 특별채용하기도 하며, 사법시험 합격자(사법연수원 수료자)를 대상으로 경정급 특별채용을 실시하기도 한다. 

1. 경찰에는 어떤 계급이 있나?

- 순경 - 경장 - 경사 - 경위 - 경감 - 경정 - 총경 - 경무관 - 치안감 - 치안정감 - 치안총감의 순으로 계급이 올라간다. 순경은 무궁화 이파리 2개, 경장은 3개, 경사는 4개이고, 경위는 작은 무궁화 1개, 경감은 2개, 경정은 3개, 총경은 4개이며, 경무관은 큰 무궁화 1개, 치안감은 2개, 치안정감은 3개, 치안총감은 4개 하는 식으로 계급 표식이 되어 있다. 
- 예전의 파출소 소장이나 지금의 지구대 부소장이 경위이며, 경위부터 간부라고 부른다. 경감은 각 경찰서 계장급이나 기동중대 중대장이고, 경정은 경찰서 과장급, 총경은 경찰서장급을 뜻한다. 경무관은 지방경찰청 차장 등이고, 치안감은 서울, 경기를 제외한 지방경찰청의 청장이나 경찰청의 국장급들, 치안정감은 경찰청 차장, 서울경찰청 청장, 경기경찰청 청장, 경찰대학장 등 4명뿐이고, 치안총감은 경찰청장 1명뿐이다. 
- 순경에서 시작하여 대부분이 경사까지 진급하게 되는데, 순경에서 경사까지의 경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약 85%정도이며, 경위까지는 95%정도이다. 따라서 경찰조직은 매우 가파른 에펠탑 유형의 조직 모델을 갖고 있는데, 낮은 계급은 많고, 위로 올라갈수록 자리는 좁아서, 극심한 승진(진급) 적체에 시달리고 있다. 
- 최근 들어 경찰의 기형적인 조직 모델(가파른 에펠탑 형)을 완만한 종형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으나,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다. 

1. 입직경로와 계급 구성의 문제

- 모두 다 순경부터 시작하면(대부분의 나라가 이런 모델을 갖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적지 않은 수가 순경부터 시작한 일반 경찰들로서는 쳐다보기도 힘든 경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하급 직원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 경위 이상으로 승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어렵게 승진하더라도 경위부터 시작한 간부후보생이나 경찰대 출신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승진은 어렵게 된다. 따라서 순경출신이 일선 경찰서장급인 총경에 이르게 되면 "신문에 나온다"
- 일선의 민생치안 현장에서 고생하며, 온갖 궂은일을 하는 일선 경찰관들(순경, 경장, 경사)들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진급할 희망도 없고, 대부분 외근부서(일선 현장)에서 근무해야 하기에 진급시험을 준비할 시간조차 별로 없다. 이러한 경찰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간부와 비간부간의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가져오고, 경찰조직의 이완을 가져오고 있다. 조직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아가기 힘든, 타율적 조직이 되었다. 
- 이렇게 조직 융화가 어렵고, 그저 계급에 의해 통제해야 하는 타율적 조직이 되다 보니, 시민에게 기대고, 시민에게 봉사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찾기 보다는 "힘없는 사람에게는 당당하고, 힘있는 사람에게는 비굴한" 태도를 지니게 된다. 
- 경찰관에게 '승진'은 평생 한두번 해볼까 말까 하는 일로서, 승진이나 인사 문제는 한없이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 영국의 경우 20년 이상 순경으로 일하는 경찰관들도 있다. 물론 모든 경찰관들이 순경부터 시작한다. 승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의 전문성이 높이 평가되고, 또한 자긍심도 높다고 한다. 우리 경찰의 모습과는 상당히 비교되는 대목이다. 

1. 채용시험이나 받는 교육도 문제이다. 

- 경찰이 되기 위한 시험과목부터 문제이다. 
순경시험의 경우 경찰학개론,수사Ⅰ,영어,형법,형사소송법 등의 과목으로 객관식 시험을 친다.
간부후보생의 경우 객관식과 주관식 두 번의 필기시험을 쳐야 하는데, 객관식 시험은 경찰학개론, 수사Ⅰ·Ⅱ, 영어, 형법, 행정학을 보고, 주관식 시험은 형사소송법(필수), 회계학, TEPS, 전자공학, 행정법, 경제학, 민법총칙, 형사정책 등의 선택과목을 쳐야 한다. 
과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경찰이 될 공부를 경찰되기 전부터 해야 하는 것이다. 순경시험의 경우 경찰학개론, 수사, 형법, 형사소송법 등은 경찰에 입문한 다음 공부해야 할 것이다. 어떤 직역도 인력을 이렇게 충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경찰관이 될 사람을 뽑는 과정에서는 헌법/ 국사/ 국어 등의 기초과목의 시험을 통해 경찰관의 자질이 될 인력을 고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경찰관이 되려는 사람들이 많고 또한 입시학원도 성황인 상황에서 이 문제도 밥그릇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권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시험과목부터 고쳐야 한다.
- 경찰이 된 다음에 받게 되는 교육도 문제이다. 일단 교육기간이 너무 짧고 교육과목들도 실무에만 집중되어 있다. 중앙경찰학교의 시설을 개선하고, 교육생의 복지를 대폭 개선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교육기간을 연장하고, 교육과목들도 내실화하여야 한다.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 또한 지금까지도 구태의연한 냉전적 과목들을 그대로 가르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점검도 있어야 한다. 경찰청에서 직원들을 대상을 한 교육과목 중에는 '북한의 대남공작전술' '한국좌익운동사' '간첩침투전술 및 대공상황 분석판단' '공산주의 및 주체사상 이론 비판' '좌익운동권 활동 실태 및 수사' '좌익문건 분석 감정' 등의 과목이 있는데, 과연 우리 경찰들에게 꼭 필요한 과목인지에 대한 점검이 있어야 한다. 

1. 경찰은 무슨 일을 하나

경찰은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범죄 수사(1차 수사기관으로서의 역할)를 하고 있고, 교통, 경비, 생활안전(방범), 정보, 보안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 중에서 종로경찰서의 예를 통해 경찰의 업무에 대해 알아보자. 
경찰서장 밑에 청문감사관실(청문감사관)/ 경무과(경무과장)/ 생활안전과(생활안전과장)/ 수사과(수사과장)/ 교통과/ 경비과/ 정보과/ 보안과 등 모두 8개 부서가 있다. 이런 부서구분은 경찰서마다 약간씩 다르기도 한데, 형사과가 별도로 설치된 경찰서도 적지 않고, 정보와 보안을 합해서 정보보안과로 설치한 경찰서도 많다. 
청문감사관실은 일반 시민으로서 꼭 알아두어야 하는 부서인데, 경찰관의 부정행위나 부당하게 처리한 업무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할 때 이용하는 부서이다. 고소, 고발, 교통사고 처리 등에 있어서 이의가 있을 때는 청문감사관실을 이용할 수 있다. 청문감사관실은 경찰관에 대한 감찰기능을 갖고 있기에 경찰관련 민원이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잘못된 업무를 합리화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도 하다. 
경무과는 경찰의 총무부서이다. 인사관리, 홍보, 예결산, 장비 관리, 행사 등을 맡는다. 
생활안전과는 최근까지 방범과로 불리던 곳이다. 여기에는 생활안전계, 생활지도계, 여성청소년계, 방범 순찰대 등의 부서가 있는데, 생활안전과에서는 범죄의 예방 및 검거를 위한 순찰활동(일반적인 파출소, 지구대의 활동), 총포, 화약류에 대한 허가 업무, 즉결심판 , 유실물 처리, 풍속사범, 사행행위 단속, 여성, 청소년 관련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수사과는 고소, 고발 등 형사사건이나 민원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하고, 유치장을 관리(유치장 관리는 경무과로 이관될 예정)하고, 피의자를 호송하는 업무를 맡는다. 또한 실제로 범인을 검거하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벌이고, 현장 감식, 조직폭력, 장물 등을 취급하기도 한다. 수사과와 형사과가 나눠진 곳에서는 수사과는 주로 고소고발 사건을 담당하며 조사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형사과는 직접 범인을 검거하는 역할을 한다.
교통과는 교통관련 지도, 단속, 교통사고 처리, 조사, 교통시설물 관리 등의 업무를 맡는다. 
경비과는 경호, 경비, 중요시설 경비, 청원경찰, 민간경비업체, 민방위, 예비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정보과는 치안 및 정책 정보의 수집, 종합, 분석 작업과 신원조사 및 기록관리를 맡는다. 
보안과는 간첩 등 보안사범에 대한 수사, 보안관련 정보수집 및 분석, 외국인범죄에 대한 수사 등을 맡고 있다. 외국인범죄가 많은 지역에서는 외사과를 별도로 운영하기도 한다. 


이들 부서 구분은 치안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구분, 배치되고 있다. 형사과와 수사과가 분리된 곳도 많고, 경비과와 교통과를 합해서 경비교통과라고 하거나, 정보와 보안을 합해 놓은 곳도 많다. 각 지방 경찰청이나 경찰청의 편재도 각 경찰서의 편재와 유사하다. 

1. 업무구분과 경찰인력의 문제점

경찰은 철저하게 순환보직의 형태로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간부들의 경우에는 대략 1년에 한번꼴로 정기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순환보직의 장점은 한명의 경찰관이 교통, 경비, 수사, 생활안전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함으로써 전인적 능력과 감각을 지닌 경찰관이 되기 쉽다는 것이고, 단점은 전문성이 축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찰은 부패 문제와 근로여건의 차이 때문에 순환 인사를 고집하고 있는데, 경찰 업무에 대한 각종 옴부즈만 제도를 활성화하여 부패 문제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되면, 각 경찰관이 전문성을 쌓아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인사가 진행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경찰의 업무들 중에는 흔한 말로 온탕과 냉탕의 차이가 너무 크다. 어떤 부서는 업무도 적고 출퇴근 시간도 정확해서 직원들의 선호도가 높은 반면, 어떤 부서는 출퇴근 시간도 따로 없고, 연일 격무에 시달려야 한다. 효율적인 조정이나 배치도 없어 보인다. 
경찰서의 총무 역할을 하는 경무과의 경우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정시에 퇴근하면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지만, 형사과의 경우에는 보통 빨리 퇴근하는 경우가 밤 11시쯤이 된다. 매일처럼 11시 퇴근을 하다가, 일이 많은 경우 밤을 새는 날도 많은데, 밤을 샌다고 하여도 다음날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그대로 일을 해야 한다. 
따라서 승진만 하더라도 경무과 직원들은 저녁시간은 물론이고 근무시간에도 짬을 내서 문제집도 들여다볼 수 있지만, 형사과 직원들은 문제집을 살 생각조차 못한다고 한다.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부서인 직접 범인을 검거하고, 또 범인을 조사하는 부서가 격무, 기피부서로 취급되고, 도통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별로 필요해보이지 않는 부서인 경무과는 가고 싶은 부서가 되어 버렸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직접 현장을 뛰는 사람들이 보다 대우받고, 평가받고, 승진의 기회도 많아져야 한다. 그런데 경무과 소속이든 형사과 소속이든 간에 모두 함께 경쟁을 하고, 모두 모아 놓고 평가를 하기 때문에 늘 시간이 부족하고 높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 일도 거의 없는 형사과 소속의 경찰관들은 늘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1. 하급직원들은 기댈 곳이 전혀 없다.

경찰관에 대해 표현할 때, 가장 관용적인 표현이 바로 "격무와 박봉"이다. 실제로 그렇다.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는 많은 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고, 급여 수준도 다른 부처 공무원에 비해 현격하게 낮다. 그렇다고 승진이 제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경찰관들의 순직 현황을 보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97년부터 2002년까지 6년 동안 모두 292명의 경찰관이 순직했는데, 이중 31.5%가 교통사고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60.9%는 과로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직처리가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더 많은 경찰관들이 과로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는데, 어떤 공무원들도 이렇게 집단적으로 과로로 죽어가지는 않는다. 
일은 많아도, 퇴근을 제때에 하지 못해도, 교대근무(지구대의 경우 3교대)의 경우에 비번인 경우에 불려나가는 경우가 많아도 시간외 수당도 제대로 주지 않고, 오로지 일만 하는데도 하급직원들에게 안정망이나 보호망은 전혀 없다. 
노조는 물론이고, 그 흔한 직장인협의회조차 없다. 검찰공무원들이 노조준비위를 결성하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경찰관들은 비밀을 취급한다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최소한의 결사의 자유마저 침해받고 있다. 

1. 경찰관의 인권도 중요하다.

무슨 뜸금없는 소리냐 싶을지 모르지만, 경찰관, 특히 하급경찰관들의 인권은 매우 중요하다. 인권이란 말이 그저 책임만 의미하고 권리로서는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계속되는 한, 경찰관들에게 국민의 인권을 제대로 지켜달라고 요구할 근거가 없어진다. 
인권이 형법, 형사소송법에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경찰관들도 인권의 맛을 봐야 한다. 인권의 소중한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인권의 보호도 받아봐야 한다. 
인권과 전혀 무관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국민의 인권을 지켜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하급 경찰관들의 반인권적 상태는 어서 종식되어야 한다. 예산이 필요하면 예산을 더 써야 한다. 일은 시키면서도 돈은 주지 않는 지금의 상황도 개선되어야 하지만, 더욱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것은 전근대적인 경찰의 문화이고, 경찰조직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