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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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노동자의 현실(한겨레, 070302)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6:45
조회
224

지난해 9월 구속된 다음 세 번째 단식투쟁이었다. 교도관의 말이 꼬박 40끼를 굶었단다. 산수도 잘 안되는 느린 머리로 며칠인가 헤아려 봤지만 무척 길다는 느낌뿐이었다. 운동과 접견 등 재소자들의 기본권 보장과 지난 2월의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항의로 단식을 한단다. 교도관들의 주 5일 근무로 줄어든 운동시간을 예전처럼 보장해 달라, 양심수를 석방하고 비리정치인, 부패 재벌을 재수감하라는 거다. 또한 여수 외국인보호소와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 소방대책을 제대로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구치소 차원에서 풀 수 있는 것은 풀어보자고 하루 종일 설득을 거듭한 끝에 단식은 중단되었다. 최근에만 똑같은 일을 세 번째 했다. 단식의 중단으로 당장의 아픔은 대충 봉합하고 넘어가겠지만, 이게 마지막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곧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다.


처우개선 요구는 교정당국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풀릴 수도 있다. 인력 부족이나 낙후된 시설 정도가 교정당국의 의지를 넘은 범정부 차원의 숙제일 뿐, 부족한 여건이라도 조금씩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한국 교도관들의 수준이 그 정도는 된다고 믿고 싶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먹고 살기 위해 애쓰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구속을 각오하고 싸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유독 싸우는 노동자들에게만 가혹한 일방적인 법의 잣대,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 검사, 판사 등의 이해할 수 없는 편견과 배제의 논리가 지속되는 한 감옥에 갇히고, 또 감옥 안에서도 싸우는 노동자들은 끊이지 않게 된다.


단식투쟁을 했던 강성철씨와 변외성씨는 택시 노동자였다. 모든 택시사업장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회사와 유착한 어용노조는 하나의 기득권 세력이 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는 곧바로 해고로 이어졌고, 부당해고를 철회하라는 싸움이 벌써 10년 넘게 진행된 것이다.


이들이 갇히게 된 계기도 기막히다. 한국노총 소속 해고자 신분으로 지난해 9월의 노사정 로드맵 합의에 항의하러 한국노총 사무실을 찾아 농성을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해고문제를 다투는 노동자들에게 복수노조 설립이 3년 동안 미뤄진다는 것은 그만큼 복직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했다.


한국노총 건물에서 몇 차례 밀고당기는 몸싸움이 있었지만, 안전한 귀가를 보장하겠다는 한국노총 관계자와 경찰관의 말을 믿고 건물 밖으로 나온 다음 곧바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회사 건물이라면 또 모르지만, 노총에 들어갔다가 구속까지 되었다며 이들은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노사 상생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며 수구 언론의 극찬을 받는 한국노총 위원장이 옛 동지들에 대해서 왜 이렇게 모질게 굴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구속노동자후원회에 따르면 이렇게 감옥에 갇힌 노동자들이 65명이나 된다. 점거농성을 했다거나 이런저런 집회에 참석했다는 것이 이유가 되었다. 악순환이 거듭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동자들이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그 책임을 져야겠지만, 그것은 잘못한 만큼이어야 한다. 노사갈등에 공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노사가 일관된 법의 잣대에 따라 공평한 심판을 받지 않는다면, 노동자들만 가혹한 처벌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비난은 계속될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인권의 상식적 요구는 고사하고 강자든 약자든 그저 공평하게만 대해 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인권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