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오창익의 인권이야기

도움을 주기 전에 먼저 물어보세요(사람답게 산다는 것)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4 16:46
조회
829

도움을 주기 전에 먼저 물어보세요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목소리 높이지 않고 조근조근 들려주는 인권 이야기다. 오래도록 인권운동을 해온 그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꼭 쥐고 보듬고 지켜야 할 열쇠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모든 사람의 권리, 인권이라고 말한다.



책 첫머리엔 비 맞는 중증 장애인에게 우산을 씌워준 ‘착한 경찰관’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태 전인 2012년 초가을 어느 날, 휠체어를 탄 중증 장애인 한 사람이 비를 맞으며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한 경찰관이 우산을 펴 들고 씌워 주었다. 이 장면을 찍은 사진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며 그는 착한 경찰관으로 칭찬받았다. 그 일이 있고 며칠 뒤 지은이는 우연찮게, ‘착한 경찰관이 펴든 우산 밑에 있었던’ 그 장애인을 만났다. 그런데 그와 얘기를 나누다 뜻밖의 말을 들었다.


그 장애인은 자신은 그 경찰관 때문에 많이 불편했다고 했다. 왜? 그 경찰관은 그저 친절을 베풀었을 뿐인데?


지은이는 이 장애인의 말에 사람답게 산다는 것의 중요한 의미가 들어 있다고 말한다.


인권지킴이 오창익이 말하는
나와 이웃들의 인권 이야기


그는 자신이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는데 그 경찰관이 묻지도 않고 도와줬다고 했다. 자신이 장애인 인권을 위해 시위를 하던 상황인데도 마치 장애인을 불쌍한 사람, 도와줘야 하는 사람으로만 여겼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은 사람 역시 자신에게 묻지도 않고 인터넷에 올렸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엔 자신의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깃들어 있다.


누군가를 돕는 것이 정당한 일이 되려면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고 도움이 필요한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묻지 않고 돕는다면 그 의도와 상관없이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책은 인권이 무엇인지, 어떤 역사의 맥락에서 인권 개념이 탄생했는지를 세계인권선언문과 한국 헌법을 통해 톺아보는 한편으로, 학생인권조례, 개인정보 보호, 인터넷상의 인권침해 사례를 들며 우리 삶에서 어떻게 ‘나’와 이웃의 인권을 지켜야 할지를 같이 생각해 보자고 한다.


인권은 모든 사람이 존엄하고 가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지구촌 70억 사람 중에 ‘나’는 하나밖에 없다. 다른 사람과의 다름, 곧 차이 때문에 유일한 존재가 될 수 있고 그 차이가 바로 존엄과 가치의 가장 중요한 근거라고 책은 말한다. 그렇다면 인권과 인권이 충돌할 땐? 지은이는 권리와 권리가 충돌할 때는 약자의 입장을 택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어린이든 어른이든, 단 한 사람 예외도 없이 존엄하다는 것은 단지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인권 감수성이 필요하다. “인권을 안다는 것은 느낀다는 것을 뜻한다. 일종의 떨림 같은 것이 필요하다.” 중학생부터.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그림 너머학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