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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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의 의정활동(시민사회신문 100607)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4 10:52
조회
241

민주당 의원들의 의정활동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안으로 마련되었다. 여야 합의였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관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경찰관의 직권은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고, 남용되어선 안된다는 것이 이 법의 목적이다. 개정안은 법의 목적과 딴판으로 개악되었다. 경찰관의 편의만 잔뜩 증대되었고, 시민은 불편해졌고, 인권은 내팽개쳐졌다.


불심검문의 불법적 관행이 모두 합법화되어 버렸다. ‘흉기’만 할 수 있던 소지품 검사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까지로 범위를 넓혔다. 어떤 경찰대학 교수는 방송에 나와 케이크 자르는 플라스틱 칼(이것도 칼이라 불러야 하나?)도 위험한 물건이란다. 손톱깎이는 물론이고, 가방이나 핸드백 안에 든 잡다한 물건이 다 경찰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위험한 물건이 될 수 있다. 당신 핸드백 속에 위험한 물건이 있을지 모르니 열어보자는 경찰관 앞에서 시민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신원확인을 위해 연고자에게 연락하거나 지문을 찍는 권한도 경찰관에게 주어졌다. 영장없이 휴대폰을 강제로 빼앗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차량과 선박을 정지시켜 운전자나 탑승자를 검문할 수도 있고, 경찰관의 신분증 제시 의무는 슬쩍 빼버렸다.


경찰관이 술에 취했다고 지목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조치’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위험한 사람을 제지하는 건 그렇다 쳐도, 취하지 않은 사람들도 얼마든지 제지할 수 있게 되었다. 판단은 경찰관의 몫이기 때문이다. 뭐가 ‘필요한 조치’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경찰관이 물리력을 행사할 거란 사실은 명확하다. 공공기관, 공공장소, 대중교통수단에서는 경찰관의 눈 밖에 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최루탄도 공청회를 열고 ‘안전성 검사 보고서’만 국회에 제출하면 얼마든지 쏠 수 있게 되었다. 자기들끼리 여는 공청회야 백번을 해도 최루탄 사용의 근거는 못된다. 이걸 무슨 안전장치라고. 유치장에 가둬놓고도 수갑과 포승을 채울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개악된 쟁점은 열 개도 넘는다. 징역형만 있던 경찰관에 대한 벌칙조항은 벌금형도 추가하여, 경찰관의 어깨를 훨씬 더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불심검문이란 용어를 ‘직무질문’으로 고치고, 한자 용어를 한글로 바꾸고, 문장을 좀 다듬었다는 것 말고는, 온통 개악뿐이다. 화장만 고쳤지, 그 내용은 온통 고약한 것뿐이다. 10년 넘은 경찰청의 숙원사업을 단박에 다 들어주었다. 그것도 여야 합의로. 시민의 불편, 시민의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는 의원들이 모두 일정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는 건 아닐 게다.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동료 의원의 말 한마디만 믿고, 별다른 검토없이 이런 개악안에 합의해주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심검문이나 최루탄, 유치장 규정의 강화 등은 특별한 전문적 식견이 없더라도 신구 조문 비교만 해봐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90년대 중반까지 길거리에서 진행되던 폭력적 불심검문의 기억만 떠올려도 문제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인권문제에 둔감하기 짝이 없는 조선, 중앙, 동아, 문화 등의 신문들도 한결같이 행정안전위원회의 법률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안된다는 기사와 사설을 내보낼 정도로 쉬운 문제다. 도대체 어떻게 된 까닭일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그 정도도 몰랐을까? 아니면 불심검문 당할 일이 없는 국회의원이어서 예전의 불쾌한 기억을 다 잊은 걸까? 민주당의 강기정, 김유정, 김충조, 김희철, 이윤석, 최규식, 최인기, 홍재형 의원은 왜 이렇게 말도 안되는 법률을 합의해 준걸까 정말 궁금하다.


지방선거는 2004년 총선 이후 가장 큰 승리를 민주당에게 안겨주었다. 이명박 정권 2년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결과였다. 민주당이 잘하거나 예뻐서 승리를 챙긴 건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이 경향, 한겨레는 물론 보수언론마저 이구동성으로 반대하는 인권침해 투성이 법률을 통과시켜주는 말도 안되는 의정활동을 반복한다면,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다.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는데 뭐가 문제냐고 물으며 표정관리를 하는 경찰관들을 볼 때마다 내 얼굴이 달아올라서 참기 힘들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부끄럽지도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