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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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호] 인권연대 창립 제20주년 기념 연속 기고 ④ - 인권연대 20주년
이광조/ CBS 편성국장
1996년 1월 CBS에 PD로 입사한 뒤 처음 배치된 프로그램이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이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당시 천주교 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던 오창익 국장을 처음 만났고 그 이후 <인권연대> 창립 소식을 접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이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권연대 후원회원이 되었고 한동안은 소식지에 글을 쓰는 가문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니 인권연대와의 인연도 20년째다.
그동안 참 많은 것이 변했다.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큐시트와 원고를 손으로 작성하는 선배들이 있었고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연합뉴스 텔렉스와 신문에 의존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러다 컴퓨터 통신을 거쳐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가 열렸고 방송국에서 릴 테이프가 사라지고 컴퓨터 송출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그 사이 나는 어느덧 관리직이 되었고 지금은 퇴직 이후를 걱정하는 처지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일상에서 가끔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풍경을 마주하면 뭉클한 감정과 함께 위안을 얻을 때가 있다. 추억 속의 오랜 골목길 풍경을 마주할 때처럼. 하얀 편지봉투에 담긴 인권연대 소식지를 받아볼 때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한다. 얼핏 보잘 것 없어 보일 수 있지만 회원들의 회비 외에 어떤 지원도 마다하며 고집스레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그 한결같음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가끔 뒷부분에 실리는 회원명단을 꼼꼼히 읽어볼 때가 있다. 작은 활자로 나열된 그 이름들의 무게가 참 무겁고 반갑게 다가온다. 세태를 생각하면 회원명단이 늘어나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네 면을 채우고 있는 회원명단이 다섯 면, 여섯 면으로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작은 활자로 촘촘히 적힌 이름들이 일상 속에서 연대와 교류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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