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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호] 부동산 청책과 지역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10-21 11:56
조회
414

임아연/인권연대 운영위원, 당진시대 기자


 의식주(衣食住).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물질적 조건이라고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다. 대한민국이 산업화를 거쳐 선진국가(?)대열에 진입하면서 적어도 입고(衣) 먹는 것(食)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크게 줄었다. (물론 여전히 존재한다.) 많은 옷 중에서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고, 어떤 음식을 먹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주(住)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소득 대비 턱없이 높은 주거비용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다. 지역 간의 차이도 불안요소다. 가격이 떨어질 줄 모르는 서울 강남지역은 이상 과열 현상이 계속되고, 값이 저렴한 지방의 주택은 수요가 부족해 찬바람이 분다.


 얼마 전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해당 정책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도권의 부동산 투기뿐 아니라 비수도권 지방의 주택 공실 문제도 크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주택가격 양극화는 수도권 집중 정책이 가져온 부산물이다. 정치, 경제, 문화가 집중된 지역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고, 주택가격은 자연히 치솟는다. 하지만 다른 소비재와 달리 주택은 공급을 늘리거나 대체 수단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꼽는다. 그러면 공급이 늘어나고 다시 수요증가로 이어지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시장에서는 자본주의 경제원리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수요가 늘어나도 공급을 충분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요가 늘어나는데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른다. 주택은 땅 위에 지어야 하기에 공급물량이 제한되어 있다. 고층으로 짓긴 하지만 높이는 제한되어 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수요가 많으니 모든 아파트를 초고층 아파트로 짓자는 얘기를 할 수도 없다.


 주택시장의 또 다른 특성은 가격이 다시 내려오기 힘들다는 점이다. 수요가 줄어들면 공급이 줄고 가격을 낮추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다. 그러나 한 번 올라간 주택가격은 거의 내려가지 않는다. 주된 이유는 주택은 주거지인 동시에 투자수단이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한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했다. 자기 집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집값 하락은 투자손실을 의미한다. 이들은 싸게 집을 팔기보다는 집값이 오를 때까지 버틴다.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집값 하락을 막으라고 요구한다.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어도 강남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낮아지기 어려운 이유다.



                                                                     사진 출처 - freepik

 현재 주택문제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은 대학교육이나 일자리 때문에 수도권에 거주해야 하는 청년세대다. 치솟는 대학가 원룸 가격에 좌절하는 대학생들과, 보금자리를 찾지 못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들 말이다. 정부도 이들의 주택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행복주택’처럼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는 종래의 방식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당면한 주택문제는 사람의 이동으로 해결해야 한다. 수도권 주택 빈곤층이 지방의 저렴한 주택에서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수도권에 집중된 대학과 일자리를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 청년문화의 중심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현하긴 어렵다. 수도권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반대 때문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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