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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호] 미디어에 나타난 여성혐오의 역사적 전개 과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5-20 17:50
조회
437

박찬효/ 이화여대 교수


 “세상이 바뀌어 남성은 더 이상 여성을 약자로 보지 않습니다.” 성평등이 이루어졌다고 간주되는 상황에서 ‘여성혐오’는 마치 남성이 역차별을 당한 결과인 것처럼 여겨진다. 2000년대에 이르러, 한국의 미디어에서는 성역할 역전 현상이 강조되었고, 미디어 속 세상에서 여성은 평등한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살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미디어에서 재현된 인간의 삶은 우리의 현실적 삶과는 다르다. 그러나 ‘자기 자식만 위하는 이기적인 어머니, 맘충’ 등 한 집단에 특정 이미지가 계속해서 부여되면, 특정 집단의 모든 개인이 그렇다는 보편적 공식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대중은 미디어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어떤 환상의 이데올로기를 내재화하기도 하고, 환상에 불과한 관념이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공모하기도 한다. 그러는 가운데, 여대생은 신성한 가족 이데올로기에 반항하는 이상성격자(1950~1960년대)로, 공부벌레인 동시에 사치스러운 청순 허영녀(1980~1990년대)로, 된장녀(2000년대 중반)에서 혐오스러운 페미니스트(2010년대 중반 이후)로 이미지가 전환된다.


 ‘여성혐오’란 일반적으로 여성/여성집단을 비하하고 억압하는 사회구조를 일컫는 말이다. 기존 연구자들이 여성혐오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은 ‘인정욕망’이다. 경제 위기감과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대안적 질서를 생각하기보다 좌절, 혐오와 같은 감정에 빠지고, 자신의 고통을 오인된 대상에 공격적으로 투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더해 우리는 한국에서 ‘여성혐오’ 양상이 매 시기마다 달라졌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단순히 젊은 남성과 젊은 여성의 대립이 아니라, 여성의 계층 및 세대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가족과 여성혐오 1950-2020>는 한국사회에서 ‘여성혐오’가 매 시기 가족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가 새로운 가족 이데올로기를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결과임을 주장하기 위해 한국전쟁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전후 시기, 산업화 시기, 외환위기 시기로 나누어 미디어(신문,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 나타난 여성혐오의 양상을 살펴본다.


 우리는 개인이 어머니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자신이 원해서 혹은 어머니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의무 때문이라 여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가족의 역할은 사회의 욕망에 의해 재구성된다. 사회적 상황에 따라 가족 이데올로기는 달라지고, 아버지, 어머니, 여대생, 내연녀, 취업주부, 전업주부, 이혼녀 등의 위치는 그 속에서 재배치되며, 여성혐오의 메커니즘도 재구축된다. 우리 모두는 시기에 따라 특정 역할을 요구받는 존재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가족과 여성혐오 1950-2020>는 한국사회가 여권이 신장되어 성평등해졌다고 여기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미디어에서는 젊은 남성이 경쟁에서 진 상대가 여성이 아니라 동성인 남성인데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가리기 위해 ‘여성을 혐오하는 메커니즘’이 구축되고 있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여성혐오가 성 대립으로 파생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남남 대립’을 은폐하기 위해 주조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앞으로 가족의 계층상승을 위한 여성 간 모성 경쟁과 여성 간 계층 대립으로 인한 ‘여여 갈등’이 심화되면서 당면한 여성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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