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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호] 인권연대 창립 제20주년 기념 연속 기고 ⑨ - 인권연대, 오창익과 같이한 20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12-17 13:58
조회
726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일하던 2003년 10월이었다. 오창익 국장이 인터뷰를 요청했다. 만나보니 건장하고 인상이 좋은 젊은이였다. 하지만 첫 질문부터 날카로웠다. “선생님은 대한민국 인권대사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겸하고 계신데, 이건 ‘겸직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닌가요?” 이것이 그의 첫 번째 질문이었다.

“김대중 정부 때 인권대사직이 새로 생겼는데, 민간인 신분이고, 활동비나 급여도 받지 않는다. 명예직이기에 ‘겸직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는 두 가지 일이 서로 보완관계에 있기 때문에 무리 없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권대사는 그저 봉사하는 역할만 있었을 뿐이다.

오 국장은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했고 당시는 인권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일하고 있을 때였는데, 첫 질문부터가 이랬으니, 참으로 투명하고도 투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가 주고받은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려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

이런 인연으로 나는 지금도 오창익 국장과 함께 가고 있다. 하루는 그가 찾아와 “선생님, 인권친화적인 경찰을 위해 경찰청 인권위원회가 필요합니다.”라고 하기에, 내가 위원장 역할을 맡았다. 경찰청 인권위원회를 출범시킨 직후, 악명 높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폐쇄했고, 인권기념관, 교육장으로 바꿨다. 2008년까지 경찰청 인권위원회 활동을 함께 했지만, 촛불집회 과정에서의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항의하며 전원이 사퇴하기도 했다. 그때도 오 국장은 나와 함께했다. 최근에는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서 위원장인 나를 도와주기도 했다.

인권연대의 열악한 재정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보조를 받으라는 말을 자주했다. 우리가 낸 세금이니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아닙니다. 인권연대의 독립성이 침해됩니다.”라며 고집을 부렸다. 결국 내가 손을 들고 말았다. 이제는 ‘사무국장’ 대신 ‘대표’라는 직함을 쓰라고 말해도, 그는 고집을 부렸다. 일에 대한 고집이었다. 하지만 정부나 기업의 돈을 받지 않고도 장발장은행을 4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어려워도 원칙을 지키니, 함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거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운동도 했고, ‘인권의 등대상’을 만들어 나를 심사위원장으로 봉사하게 만든 것도 그가 한 일이다.

이제는 인권운동의 2선에 물러나 있지만, 나도 75세까지는 인권연대의 강사로 함께했고, 오 국장과 함께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 같은 책을 쓰기도 했다. 그래서 인권연대 간사의 결혼식 주례를 맡기도 했고, 김희수라는 멋진 검사 출신 변호사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처신이 애매할 때면, 오 국장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그는 한 번도 일을 그르친 적이 없다. 이화여대에서 5년간의 석좌교수를 마감하면서, 그동안 모은 책들을 인권연대에 기증하는 영광스러운 일이 있었다. 대한적십자사를 그만두면 내 서가도 그에게 맡길 생각이다. 무엇보다 인권연대를 통해 많은 인권동지들을 알게 된 것이 나에게는 귀한 선물이다. 3,200명의 회원들과 함께 20년 동안 초지일관 끌고 나가는 오 국장의 리더십과 활동가들의 열정, 그리고 모든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머리 숙여 깊은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인권연대의 무궁한 발전과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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