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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호] 인권연대 창립 제18주년 기념·회원의 날 - 한승헌 변호사 말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9-26 15:47
조회
488

한승헌/ 변호사


  여러분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김희수 변호사님의 소개가 있었습니다. 저를 소개하는 말씀 중에 명사는 맞겠지만, 형용사, 부사 같은 것은 많이 부풀려져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 되는 것도 있습니다만, 여러분께서 양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지난 40여 년 동안 반공법 전과자로 있다가 최근에야 누명을 벗고 죄 없는 사람이 되어서, 오늘 처음으로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 나왔습니다. 그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아주신 분이 바로 김희수 변호사님이십니다.


  오늘 인권연대 열여덟 돌을 맞는 날, 여러분과 함께 이런 경하스러운 자리에 나오게 된 것을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먼저, 인권연대를 성원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인권연대가 여러 어려움을 무릅쓰고 어떤 일을 해왔는가, 정말 소중한 일을, 값진 일을 해온 것은 여러분이 잘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오창익 국장님, 상근활동가들, 운영위원님들, 또 전국에서 열렬한 성원을 보내고 참여해주신 회원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우리 이 자리에서 서로 경의를 표하는 뜻을 얹어서 박수를 한 번 보냅시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습니다. 어떻게 압축할까, 걱정이 됩니다. 우선, 제가 나이가 나이인 만큼 예전처럼 제대로 말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성희롱예방교육 받으러 나오라고 했는데, 작년에는 치매 테스트 받으러 오라고 하는데, 제가 안 갔습니다. 테스트 결과가 나쁠까봐 겁이 났습니다. 기억력이 많이 둔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깜빡깜빡하는 분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이야기를 하나 소개해드리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어떤 심리학 교수가 기억력 증진법에 대한 특강을 한다고 하니까, 장내가 미어질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열심히 경청했답니다. 특강을 마치고 교수님이 강의실을 나가시는가 했더니 금방 또 들어오시더래요. 왜 들어오시냐고 했더니 깜빡 잊고 가방을 놓고 나갔다고 했답니다. 저희한테도 큰 위로가 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런 자리는 대개 지난날을 회고하며 오늘을 점검하고 앞날을 다짐하고, 뭔가 더 많은 숙제를 스스로 만드는 그런 자리입니다. 특히 인권운동을 하시거나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시는 분들 머릿속에는 기본권, 정의, 저항, 투쟁 뭐 이런 말들이 열쇳말처럼 항상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늘 다른 시민들에 비해서 더 긴장되고,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 그런 일상을 살아오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더 많은 긴장을 요구하고 싶지는 않다.


  거기다가 오늘 같은 날, 더 조여서 무언가를 강조하고, 긴장을 가중시키는 것은 적어도 나이든 이 연사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시는 것처럼 ‘차려’ 문화가 팽배해있습니다. 항상 정신 바짝 차려야 하고, 여간해서 흐트러지면 안 되고, 깜빡했다가는 큰 곤욕을 치릅니다. 이렇게 ‘차려’ 문화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데, 일종의 이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인권운동가들에게는 그 ‘차려’ 문화가 더욱더 강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오늘 같은 날까지 ‘차려’를 강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왜냐면, ‘차려’는 대단히 소중한 것이지만, 그러나 제때, 제대로 된 ‘차려’를 하기 위해서는 ‘열중 쉬어’와 ‘편히 쉬어’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차려’를 더 밀어붙이는 게 아니고, ‘열중 쉬어’와 ‘편히 쉬어’로 모시는 걸로 강연을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중국의 [시경(詩經)]에 보면, ‘이장지도(弛張之道)’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장(弛張), 이(弛)는 이완(弛緩)한다는 이, 장(張)은 표면장력(表面張力)할 때의 장, 느슨한 이(弛)와 팽팽한 장(張)을 잘 교합시켜서 조화로워야 한다는 거죠. 왜 활을 걸어 놓을 때, 그 줄이 항상 팽팽하면 오히려 줄을 당길 때, 탄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느슨하게 풀어놓으면 명중률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장지도(弛張之道)’란 것은 팽팽한 것과 느슨한 것이 잘 조화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팽팽한 것은 여러분이 평소에 많이 체험하실테니, 오늘은 조금 느슨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느슨함의 덕목


  느슨하다는 건 어떤 친화력이라든가, 또는 너그러움이라든가 하는 인간적인 정감 등을 의미하기에 우리 일상에서는 대단히 소중한 덕목입니다. 팽팽함, 엄숙주의, 논리일변도, 독단, 대결, 이런 것만으로는 문제를 푸는 것도 사회적 해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감과 설득을 위한 대화를 중요시합니다. 대화에서는 물론 진실과 논리가 당연히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거기에 예의라든가 또는 정감이 더해졌을 때, 충분조건을 이루는 것입니다.


  야구를 봐도, 늘 직구만 던지면 시합도 안 풀리겠지만, 보는 사람도 권태롭죠. 그래서 변화구를 던지면 묘미도 있고, 경기도 잘 풀리고 보는 사람도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우리는 직구 못지않게 변화구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변화구는 우리 생활에서는 직설 말고, 해학 같은 것이겠죠.


  그래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말은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인권, 정의, 민주화 등 아무리 옳은 이야기라도, 재미가 없고 듣는 사람이 권태로우면 귓전으로 그냥 흘려버리고, 말의 효과가 없는 것입니다. 말은 실용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감성적인 측면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누군가 제게 “변호사님 한가(閑暇)하십니까?”라고 하면, 저는 “한가는, 조상 때부터 한가(韓家)인데 뭐”라고 답합니다. 한가(閑暇)하냐고 묻는데, 바쁘다고 답하나 한가하다고 답하나 그 대답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재미도 없지요. 그러나 조상 때부터 한가(韓家)라고 답하면, 일단 재미는 건질 수 있습니다.


  “무슨 운동하십니까?”라는 질문도 그렇습니다. 보통은 골프를 생각하던데, 변호사인 제가 좋아하는 운동은 ‘석방운동’입니다.


  주한미군 같은 감기


  제가 감기에 걸려서 고생을 심하게 한 적이 있는데, 그래도 송년모임에 나와서 꼭 한마디 하라고 해서 “여러분, 지금 제 음색이 두 달 동안 감기를 앓은 사람이기 때문에 듣기 거북하시죠? 예, 제 감기는 주한미군입니다. 한번 들어오더니 나갈 줄을 몰라요.” 거기다 몇 마디 보탰습니다. “내가 주한미군 운운한다고 반미도 아니고, 미군 철수론자도 아닙니다. 그걸 뭘로 증명하냐구요. 저는 커피집에 가도 꼭 아메리카노만 시켜 먹습니다.” 그랬더니 모두가 공감하고, 제가 반미주의자라는 혐의도 풀어졌어요. 다른 자리에서도 그런 까닭으로 아메리카노만 먹는다고 했더니, 어떤 똑똑한 젊은 변호사가 “아메리카노요? 그거 반미네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게 왜 반미냐고 물으니, “‘아메리카, 노(NO)!’라고 했잖아요.”


  융통성 있는 말


  둘째로 우리 대화는 점잖고 엄숙한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엄숙함에서 탈피하는 융통성도 있어야합니다. 엄숙하기로 치면, 청와대 이상 엄숙한 곳도 없습니다. 청와대에 한번 갔더니, 밥 먹고 난 다음에 마이크를 돌리면서 한마디씩 하라고 합니다. 어떤 분은 국정에 대한 건의도 하고, 또 다른 분은 대통령 앞이니까 용비어천가도 불렀습니다. 제 앞앞에 있는 분이 청와대는 감옥과 같은 곳이라고 합디다. 왜 그런가 짐작이 되시죠. 갇혀 있고, 외부와 차단되어 있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제 차례가 와서 “저는 청와대는 감옥이 아니라,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는 들어올 때 기분 좋고, 나갈 때는 좀 섭섭한데, 감옥은 들어올 때 기분 나쁘고, 나갈 때는 기분 좋잖아요.”


  김대중 대통령께서 2000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으시고, 그 다음해에도 어떤 국제기구에서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통령께서 일정이 안되니 저에게 상을 대신(代身) 받아오라고 했습니다. 참 영광스럽죠. 대신(大臣)이니까. 그런데 떠나기 전날 점심을 주시는데, 점심 먹고 나서 제가 어전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충신은 주군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다고 하는데, 저보고는 상이나 받아오라고 하시니 제가 충신은 아니군요.” 이러고 나가서 상을 받아왔습니다.


  분위기를 만드는 말


  무슨 분야에서 일을 하든지,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우선 분위기를 장악해야 합니다. 그게 말하는 사람의 첫째 중요한 요체입니다. 분위기를 장악하기 위해 저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 노력을 합니다.


  언젠가 일본에 가서 저작권에 대해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보니, 통역을 해줄 분이 그냥 일본말은 잘해도 저작권 용어를 제대로 전달할 것 같지도 않고, 또 통역이 붙으면 절반 이상 시간이 깎이잖아요. 그래서 일본 측에서 권유를 하기도 해서, 제가 그냥 일본말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첫머리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일본의 지배를 받고 그때 일본말을 배웠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일본말이 능숙하게 들리거든 얼마나 가혹하게 식민 통치를 했으면 저렇게 능숙한가를 생각하며, 여러분들은 반성하시오. 반대로 내 일본말이 서툴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민지교육은 실패했다. 그러니 반성하시오. 좌우지간 반성입니다.” 이렇게 해놓고 시작하니까, 일본말을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맘 놓고 일본어 강의를 했어요.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베트남 정부 대표단과 마주 앉아서 회담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베트남 제1부수상의 환영 인사를 듣고, 제가 이런 답사를 했어요. “내가 어제 하노이에 도착해서 서점에 들러 책을 한 권 샀다. 호치민 선생의 전기였는데, 거기에는 호치민 선생의 다음과 같은 유훈이 나옵니다.” 그러자 베트남 정부 사람들이 전부 차려 자세를 합니다. 정말 부동자세였어요. 나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호치민 선생은 통일된 나라, 민주화된 나라, 자주적인 나라, 그리고 번영하는 나라를 만들자고 역설하셨습니다. 여러분이 통일도 이루고, 민주적인 나라, 자주적인 나라도 만들어가고 있고, 지금은 번영하는 나라를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데,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마당에 베트남에 와 있는 우리 한국기업들을 많이 참여시켜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렇게 경제외교를 하는데, 호치민 선생을 끌어들인 것입니다.


  직설보다는 우회적으로.


  직설보다 우회적으로 하는 말이 오히려 여운도 있고, 설득력도 강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마 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 사건을 제가 변호했습니다. 그때 죄명이 ‘음란문서 작성’이라면서, 성적으로 너무 문란한 내용, 즉 성욕을 자극시키고 흥분시키는 소설이라는 걸로 기소를 했습니다. 제가 법정에서 말했습니다. “‘음란문서죄’의 핵심은 읽고 난 다음에 성적으로 흥분해야 하는데, 단상의 재판관님들을 봐도, 이 소설을 읽고 성적으로 흥분할 분들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까 무죄입니다. 그리고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것이 범죄가 될 수도 없습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법률적으로도 맞는 이야기입니다. 나중에 어떤 책을 읽어보니까, 거기에 음란이냐 아니냐의 구분, 곧 예술이냐 음란이냐의 구분은 읽고 나서 눈물을 흘리면 예술이고, 침을 흘리면 음란이다, 상반신에 변화가 있으면 예술이고, 하반신에 변화가 있으면 음란이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진작 그 책을 읽었다면, 법정에서 훨씬 더 변론을 잘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습니다. 마광수 교수는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뭔가 심각한 일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대개 조금은 과장하면서 말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좀 더 겸손하게, 그리고 아주 밋밋하게 듣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하는 게 좋습니다.


  제가 젊어서 남산에, 여러분도 잘 아시는 중앙정보부 또는 안기부 지하실에 여러 번 끌려갔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세상이 바뀌어서 제 후배 되는 법조인이 국정원장이 되어서 국정원장 공관에서 만찬 대접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밥을 먹고 나서 참석자를 대표해서 인사 말씀을 하라길래, “제가 이 회사에 여러 번 와봤지만, 지상에서 밥을 먹어본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사실, 중정 또는 안기부에 끌려왔다는 건 참으로 참혹한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말까지 처참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몇 번 구속되면서, 서울구치소에도 갇혀보고, 계엄 때는 육군교도소로 이감도 가고, 각서 안 썼다고 김천 소년교도소에도 가봤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네 종류의 교도소가 있는데, 일반교도소, 육군교도소, 소년교도소까지 두루 순례를 하고 한군데만 못 갔습니다. 청주에 있는 여자교도소입니다. 그건 하느님 소관사니까요.


  재미있고, 오래 남는 이야기란.


  말의 의미라든가, 뜻을 활용해서 듣기에도 재미있고, 오래 남는 이야기, 감명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만, 학벌에 따라, TK니 뭐니 해서 특정지역 사람들만 중용하는 폐습이 있었습니다. 그런 걸 좀 비판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언젠가 강연을 하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은 제가 이력서에 쓰지 않아서 그렇지, 저도 하버드대학을 나왔습니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제가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1986년 모월 모일 제가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에 가서 강연도 하고 토론도 했습니다. 그리곤 네 시간 반 만에 하버드대학을 틀림없이 나왔습니다. 나중에 증거가 될 사진도 찍었습니다.”


  곤경에서 벗어나야 할 때는


  곤경에서 벗어나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세상을 바로 잡겠다고, 무슨 일을 할 때 곤경에 빠지는 일이 참 많이 있습니다. 제가 이런저런 일로 물망에 오른 적이 더러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수락을 안 하죠. 그래서 이렇게 우스개로 말합니다. “그 물망, 그건 물만 먹다 망하는 것입니다.” 자기를 낮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함께 기뻐할 때


  기뻐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도 뭔가 깜짝 놀랄 이야기를 하며 기뻐하면 좋습니다. 1987년 6월항쟁은 그런대로 성과를 거둔 민중의 항쟁이었습니다. 어느 교회에서 예배를 보면서 6월항쟁 평가를 할 때, 제가 연단에 설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러분, 6월항쟁이 왜 성공했는지 이유를 아십니까? 성공회에서 시작했으니까 성공한 것입니다. 매사에 터를 잘 잡아야 합니다. 6월항쟁에는 종래의 시위세력이 아닌 분야의 사람들이 그야말로 범국민적으로 참여했는데, 그중에 경북대구지역의 치과의사들이 제일 먼저 성명을 내고 참여했습니다. 그분들이 왜 그랬겠습니까. 치과의사들은 날이면 날마다 이를 갈면서 살아왔기 때문이지요.”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을 타니까, 어떤 분이 그건 개도 웃을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화를 내는 분들에게 제가 그랬어요. 오죽이나 기쁜 일이면 사람 뿐 아니라 개까지 기뻐하며 웃었겠냐구요.


  유머를 개발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또 그걸 잘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듣는 상대의 수준에 맞게, 분위기에 맞게 잘 활용해야 합니다. 사석에서의 농담만이 아니라, 공생활에서도 유머를 많이 활용해야 합니다.


  말이 너무 번잡하면 안 된다.


  아주 본질적인 문제에만 얽매이면, 유머가 안 나옵니다. 옛날 자유당 때의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는 역사에 남을만한 구호입니다. 포항쪽에서인가 있었던 일인데, “못살겠다. 갈아보자”고 하니까. “갈아봤자 별 거 없다. 갈아봤자 더 못 산다”라는 구호가 옆에 나붙었답니다. 그러니까, 이번엔 “더 못 살아도 되니 갈아나 보자”라고 써 붙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룻밤이 지난 다음 날, 다시 그 옆에 이런 구호가 나붙었답니다. “별 놈 다보겠네.” 일종의 일탈작전이죠.


  말을 할 때는 굳어빠진 말만 반복하지 않고,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말을 해야 합니다. 각박함을 벗어나서 넉넉함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도 피해자와 똑같이 분노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부지런히 부채질을 해서 사람들의 양심에 불을 질러야 합니다.


  선각자, 기관차 같은 역할 해야


  선각자는 앞서 나가되, 혼자만 그냥 빨리 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 객차를 끌고 가는 것처럼, 조금 더디더라도 함께 나가는 기관차 같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엄청나게 어렵고 큰 것만이 우리의 목표가 아니라, 큰 것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이 참 소중합니다. 율곡의 말씀처럼 올바른 길은 결코 높거나 먼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는 지각 있는 생활을 해야 합니다. “나를 의롭다 믿고 남을 멸시하지 말라”는 성경 말씀처럼, 겸손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지만, 거기에다 플러스알파처럼 대화의 중요성, 사람 냄새 나는 인간미가 보태지면 더 좋겠다는 것입니다.


  노자 말씀을 한번 인용한다면, 유승강(柔勝剛), 곧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인권연대 18주년을 맞아 여러분과 함께 지금까지 강직하게, 자랑할 만한 일들도 참 많이 했지만, 아울러 부드러운 것을 통해서 그 강직함을 더욱 오래 공고하게 지속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는 말씀을 감히 드리면서 제 이야기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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