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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호] 인권연대 창립 제20주년 기념 기고 - 삶을 바꾸고 사회를 바꾼 인권연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4-18 15:36
조회
399

임아연/ 당진시대 편집부장


 고등학교 시절, 아침 등교시간이면 교문 앞에 긴 줄이 이어졌습니다. 학생들의 머리카락이 옷깃을 넘기면 아무렇게나 뎅강 잘려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욕을 하기도 하고, 훌쩍거리기도 했던 친구들에게 이런 행태는 부당하다고 서명을 받다가 담임교사에게 빼앗겼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에는 수업이 바뀐 줄 모르고 교실에 앉아 있던 학생들에게 체육교사가 씩씩거리면서 올라와 출석부로 체육부장의 머리를 때렸습니다. “선생님 그렇게 때리시면 안되죠!”라고 한마디 했다가 안경이 날아가도록 수차례 뺨을 맞은 적이 있습니다.


 특별히 인권의식이 투철하고, 정의감에 불타올라 그랬던 것 같진 않습니다. 그게 인권이라는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싫었던 거죠. 왜 내 머리카락이 당신들의 손에서 잘려야 하는지 당시 어른들은 우리를 이해시키지 않았습니다. 교사니까 때리고 학생이니까 맞아야 하는 그 상황이 ‘그냥’ 잘못됐다고 느꼈습니다.


 누구라도 그러한 상황에서 그렇게 느낄 것입니다. 그냥 존재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것, 특별히 누가 가르치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해를 넘겨 갓 24살이 되었던 어느 날, 대학교 학보사 활동을 같이 하던 친구들과 함께 제4기 대학생 인권학교에 참가했습니다. 잊고 살았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2박3일 동안 여러 개의 인권강의를 연달아 들으면서 내가 왜 고등학교 시절 학교 시스템과 교사들에게 불편함을 느꼈었는지 선명해졌습니다. 그리고 ‘인권’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 모든 존재라면 당연히 갖는 권리라는 것과, 사회는 그것을 기반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인권’이 되자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명확해졌고, 그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인권연대는 저에게 아주 큰 영향을 준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연대와의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저 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저마다 다양한 경험과 계기로 인해 인권연대와 인연을 맺었을 것입니다만, 분명한 점은 인권연대가 한 개개인에게 미친 영향과 사회의 변화를 위해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권연대가 무척 자랑스럽고, 고맙고, 감사합니다.


 인권연대가 할 일이 별로 없는 사회가 되길 바라지만, 여전히 인권연대가 필요한 사회입니다. 어떨 땐 힘이 빠지기도 하고,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처럼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권연대가 창립됐던 20년 전보다 분명히 세상은 조금씩 변화해왔습니다. 마치 제 고등학생 시절엔 생각도 못했던 학생인권조례가 논란이 있을지언정 여러 지역에서 제정되거나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앞으로도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데에 인권연대가 힘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해주길 바랍니다. 인권연대의 창립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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