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인권연대

home > 활동소식 > 월간 인권연대

[232호] 인권연대가 창립 제20주년을 맞았습니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2-01 15:28
조회
472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인권연대가 창립 제20주년을 맞았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입니다. 척박한 상황에서 20년이란 세월 동안 단체를 유지했다는 것은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매번 고백하는 것처럼, 회원님들의 참여와 성원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회원님들께 보내드리는 이 소식지, 월간 <인권연대>는 1999년 8월부터 펴냈습니다. 그때 1면에 “새로운 인권단체가 출범합니다.”란 글을 통해, 두 가지 약속을 드렸습니다. 그대로 옮겨봅니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군대, 감옥을 감시하고, 이들 기관에 의한 인권피해자들을 구조하고, 나아가 이들 기관의 개혁을 위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인권연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하나의 사업은 어린이, 청소년들에 대한 인권교육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권연대는 각종 인권현안에 대한 대응,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 국내의 인권단체와의 연대활동, 인권이론, 정책대안의 개발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 나갈 것입니다.


 첫 번째 약속 중에는 제법 잘 지킨 것도 있고, 여전히 숙제로만 남아 있는 것들도 꽤 있습니다. 인권연대는 지난 20년 동안 대체로 국가기관에 대한 감시 활동, 그리고 인권교육활동에 열심이었습니다.


 인권연대가 모태가 되어 여러 지역과 부문의 인권단체들이 탄생하기도 했고, 이들 자매단체들은 곳곳에서 맹렬히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국가기관 감시활동도 단순한 감시, 이를테면 감시견(Watch Dog)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안내견(Guide Dog) 역할도 제법 수행했습니다. 경찰, 군대, 감옥 분야에서는 괄목할만한 진전을 이뤄내기도 했습니다. 중심을 놓지 않고 꾸준히 제 몫을 해왔던 인권연대의 성과입니다만, 정권교체와 시민들의 성원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전국의 보안분실(대공분실)과 정보분실을 고치고 없애는 작업, 유치장을 인권친화적으로 바꾸거나 수사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작업, 경비활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 등 경찰개혁과 관련한 숱한 과제와 함께 했습니다. 2005년 남영동 대공분실을 폐쇄한 것은 두고두고 기억하고픈 성과이기도 했습니다.


 군인들의 자살률이 사회 자살률의 1/5밖에 안될 정도로 촘촘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작업도 함께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방식이었지만, 안전장치를 만들어가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전국 교도소에 난방이 들어오고, 볼펜을 갖게 되고 신문과 방송을 볼 수 있게 하는 등의 혁명적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20년 동안의 활동을 작은 지면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활동을 했고, 또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다만, 검찰과 국가정보원 개혁과 관련해서는 거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인권교육에서도 여러 가지 성과가 있었습니다.
 사흘 동안의 교사인권연수는 35회를 진행했습니다. 105일 동안 꼬박 교육을 한 셈이고, 연인원 1,400명 이상의 현직 교사들과 함께 했습니다. 수요대화모임 110회, 청년인권학교 17회, 연대를 위한 인권학교 11회, 청소년 인권학교 7회 등의 정규과정을 진행했고, 12년째 교도소 수용자들을 위한 <평화인문학> 과정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종 기획강좌도 다양하게 열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인권교육은 2천여회 이상 진행했습니다.


 그냥 통계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다양하고도 첨예한 인권문제에서 새로운 담론을 세우고, 인권을 기준으로 세상을 봐야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일환으로 다양한 방송활동, 기고 활동 등의 언론활동도 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캠페인을 100회 이상 했고, 버마 사람들과 연대하기 위한 ‘프리 버마 캠페인’도 100번 넘게 했습니다.


 인권연대의 활동 중에는 인권연대만의 활동이 무척 많았습니다. 누구도 살피지 않거나 관심조차 없던 문제를 의제화하고 구체적으로 문제를 바로 잡는 것도 인권연대의 몫이었습니다.  벌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감옥에 가서 벌금액수만큼 몸으로 때워야 한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지만, 이게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인권연대의 몫이었습니다. 벌금제도를 개혁하고, 궁여지책이긴 했지만, 장발장은행을 운영했습니다. 지금까지 6,496명의 개인, 기관, 교회에서 보내준 931,998,836원의 후원금을 바탕으로, 모두 621명에게 1,156,937,000원을 대출해주었습니다. 이중 310명이 돈을 갚기 시작해서 281,037,000원을 상환했고, 모두 갚은 사람은 101명입니다. 가난한 인권단체가 4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10억 원 가까운 돈을 모은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 모금활동이 인권연대의 운영이나 더 넓은 사무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신체의 자유를 함부로 훼손당하는 가난한 시민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은 돈에 대한 인권연대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돈 문제에 대해 엄격했습니다.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았고, 기업 후원도 받지 않았습니다. 돈을 벌기 위한 우회적 수단으로 프로젝트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지금껏 창립시기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회계자료를 보관할 만큼 돈에 대해서는 철저했습니다. 돈을 아꼈고, 미래를 위해 적립도 했지만, 연대사업비는 다른 어떤 단체보다 많이 썼습니다. 지금도 자매단체를 비롯해 여러 단체에 고정적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잘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잘한 일은 계속 잘하고, 잘하지 못한 것은 냉정한 평가를 통해 보다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해에도 인권연대는 쉼 없이 뛰겠습니다. 답보 상태에 있는 검찰 개혁을 위해서도 힘을 보태고, 국가보훈처 개혁을 위해서도 애쓰겠습니다. 특별히 3.1혁명 100주년을 맞아 독립선열들의 공동체에 대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기 위한 여러 활동에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민주유공자들을 기억하고 모시는 작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상대의 실수에만 기대거나 사건사고만 쫓는 운동방식은 지양하고, 인권친화적 구조를 만드는 작업에 힘을 쏟겠습니다. 정부부처와 지방정부에 인권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정부의 행정활동이 인권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게 하겠습니다. 모든 정부와 모든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이런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한두 군데의 정부부처와 지방정부에서 주목할만한 모범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인권교육에도 힘을 쏟겠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열심히 뛰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사회는 ‘혐오’가 사회적 쟁점이 될 정도로 인권의식의 측면에서 취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당장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해도,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은 중단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새해에도 인권연대가 활발하게 뛸 수 있도록 성원해주시고, 격려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주변에 인권연대 회원가입을 권해주시는 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늘 감사합니다.


전체 2,172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119
[282호] 정치와 종교의 유착을 말한다! 정교분리 토크콘서트
hrights | 2023.03.30 | | 조회 102
hrights 2023.03.30 102
2118
[282호] 경찰청의 총경 보복 인사 정보공개청구
hrights | 2023.03.30 | | 조회 115
hrights 2023.03.30 115
2117
[282호] 안영춘 한겨레 논설위원, 문제해결형, 실사구시 활동이 돋보이는 인권연대
hrights | 2023.03.30 | | 조회 126
hrights 2023.03.30 126
2116
[282호] 인권연대 2023년 2월에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hrights | 2023.03.30 | | 조회 110
hrights 2023.03.30 110
2115
[282호]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2023년 2월)
hrights | 2023.03.30 | | 조회 118
hrights 2023.03.30 118
2114
[281호] 인권연대 2023년 1월에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hrights | 2023.02.24 | | 조회 153
hrights 2023.02.24 153
2113
[281호]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2023년 1월)
hrights | 2023.02.24 | | 조회 155
hrights 2023.02.24 155
2112
[281호] 정책토론회 “검찰은 왜 여론의 법정을 이용하는가?”
hrights | 2023.02.24 | | 조회 292
hrights 2023.02.24 292
2111
[280호] 검찰의 인권침해 수사 관행,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hrights | 2023.01.20 | | 조회 191
hrights 2023.01.20 191
2110
[280호] 인권연대 2022년 12월 살림살이
hrights | 2023.01.20 | | 조회 166
hrights 2023.01.20 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