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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호] 인권연대 창립 제20주년 기념 연속 기고 ③ - 인권감수성이 실사구시를 만났을 때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5-23 15:51
조회
557

안영춘/ 한겨레 논설위원


 한국에는 적지 않은 인권단체가 있습니다. 국제적인 권위와 명성을 가진 인권기구의 지부가 있고, 장애인이나 청소년 같은 소수자 정체성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는 단체도 여럿입니다. 정치적 저항이 활동의 중심처럼 보이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북한 인권 말고 다른 인권 문제들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어 보이는 단체도 있습니다. 인권연대는 어떤 단체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실사구시’가 떠올랐습니다. 조선 실학파를 상징하는 실사구시는 ‘실용성’이라는 도구적 개념을 넘어서, 사실에 입각하여 진실을 구하는 실천적인 태도입니다. 인권연대의 예전 이름인 ‘인권실천시민연대’는 이 단체의 지향을 온전히 담고 있고, 인권연대의 지난 20년은 그 이름에 걸맞은 역사였다고 봅니다. 인권연대가 펼쳐온 숱한 활동은 크든 작든 구체적인 실재에 닿아 있습니다.


 인권연대를 대표하는 활동은 검찰, 경찰, 국정원, 군대, 감옥의 인권 침해에 대한 감시와 피해 구제, 그리고 개혁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감옥에 대한 활동은 인권연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활동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인권 문제의 최전선이면서도 다른 기관에 견줘 그리 우뚝한 권력기관이 아니다 보니 관심권을 벗어나 있는 바로 그곳에 인권연대가 있었던 겁니다.


 인권운동에서 이성과 논리보다 중요한 것이 ‘인권감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권감수성은 인권에 대한 감성 차원의 접근 태도를 이르는 게 아닙니다. 인권 문제를 문제화할 수 있게 하는 예리한 감각기관의 작동입니다. 그 감각기관을 통과할 때라야 인권은 비로소 담론을 넘어서 실사구시의 지평으로 나아갑니다. 인권운동의 리얼리즘을 담보하는 것이 바로 인권감수성입니다. 가령, 대개의 인권단체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을 ‘지강헌 사건’ 같은 극적인 서사에서 찾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권연대는 벌금 낼 돈이 없어서 감옥에 갇히는 이들을 주목했습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사법체계의 인권 사각지대, 그 실재를 인권감수성으로 감각했습니다. 나아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방안을 강구했습니다. 장발장은행은 그런 실사구시의 결과물입니다.


 장발장은행은 인권연대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일례일 뿐입니다. 인권연대에는 실사구시의 디엔에이가 새겨져 있고 인권감수성의 촉수가 살아 있습니다. 인권연대의 20년은 그것을 실천으로 입증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20년이 그러했다면 오는 20년도 그러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다음 20년은 아직 생각지 않아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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