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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호] 공감과 들어주기로 마음의 치료를 하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4-18 15:18
조회
401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최근 한 시사프로에서 청소년의 자해에 대해 “그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그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고단한 현실 속에 고립되어 자신의 신체를 해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소시키는 것” 이라 했다.


 2018년 여름부터 학교에서 자해를 시도하는 학생들이 갑자기 일시적인 유행처럼 증가했다. 그 중 원인으로 대두되었던 것이 청소년들이 출연해 랩 실력을 겨루는 TV프로그램에서 본 한 래퍼(Rapper)의 손목 자해 흔적이다. 상흔이 래퍼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자해는 멋있다’에 머무는 게 아니라 실제 행위로까지 이어지고, 그것이 자랑거리가 되어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인증 사진을 남기거나, 구체적인 방법이 공유돼 부추기는 현상까지 나타난 것이다. 이때 제대로 된 공감에 대한 고민이나 매뉴얼조차 갖추어 놓지 않은 상태에서 자해 청소년을 지도하는 일이 상담교사와 담임교사의 재량에 맡겨지는 현실이다 보니 학생과 교사 모두 괴로운 상황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진 출처 - © 2018 Paediatric Foam


 손목에 붕대를 감고 다니던 여고 2학년 선우(가명)도 한 달에 한 번씩 손목에 30개가 넘는 흔적을 망설임 없이 보여 주며 “이런 행동이 뭐가 문제가 되냐? 엄마와 친구들도 알고 있지만 잘 지낸다. 상관하지 말라”고 소리치곤 했다. 그런 선우의 모습에 당황했고 이런 상황 속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이런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다’는 식으로 충고하며 눈감아 버렸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너무나 쉽게 나의 기준과 경험으로 했던 충고는 선우에게는 또 하나의 상처였을 것 같다.


 자해하는 자녀를 둔 한 부모는 방송에서 "자해라는 건 내가 정말 죽기 위한 게 아니고 나를 봐달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다." 라고 했다. 이 부모의 말처럼 자해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힘들었던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들어주고 마음으로 느끼는 공감을 가질 때 상처를 가진 아이들은 고통 속에서 서서히 나와서 치료되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는 우리에게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공감은 연고이자 치료제다. 공감이란 나와 너 사이에 일어나는 교류지만, 계몽과 훈계는 너는 없고 나만 있는 상태에서 나오는 일방적인 언어다. 나는 모든 걸 알고 있고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들이다. 그래서 계몽과 훈계의 본질은 폭력이다. 마음의 영역에서는 그렇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내 생각으로 충고, 조언, 평가, 판단한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이 시작되는 순간 소통은 불통으로 바뀌고 상대는 마음의 문을 닫고 문고리가 열리지 않도록 굳게 문을 걸어 잠근다. 누군가의 속마음을 들을 땐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의 다른 말은 바른말이다. 바른말은 의외로 폭력적이다.“


                                                                                                                                        「당신이 옳다」중에서


김영미 위원은 현재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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