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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호] 수형자 교정교화, 사회공동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2-01 14:47
조회
503

김학성/ 전주교도소 의무관


오늘날 교정시설은 교정이념에 따라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성공적 재사회화라는 막중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대규모 시설에의 과밀수용 등 교정교화를 위한 기본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교정시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혐오시설 수준에 놓여 있으며, 출소자들에 대한 인식 또한 매우 부정적이다.


국민들은 각종 강력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범죄행위의 잔인함과 흉포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범인들의 빠른 검거와 강력한 처벌을 기대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이 교정시설에 수용된 이후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또 소위 교정교화를 위해서 어떠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이들이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와 어떠한 과정을 겪으면서 재적응 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들이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범법행위를 반복하며 소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상할 수 없는 피해와 사회적 폐해를 생각한다면, 이들의 사회 재적응 과정에 우리 사회구성원들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사회공동체적 노력은 필수적이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수형자 교정교화와 사회적응, 교정시설을 둘러싼 우리사회 인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수형자 교정교화는 교정시설에만 의존하여 이루어질 수 없다. 교정시설 내 대다수 수용자들은 우리사회로부터 낙인 받고 영구히 격리되어야 할 전과자가 아니라, 언젠가는 건전한 시민사회 일원으로 복귀해야 하는 우리 이웃 주민이다. 이들의 범죄 성향 여부를 떠나 이들이 정작 사회로 돌아가 지역사회에 재적응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그 누구도 범죄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만성적 실업과 심화된 사회양극화의 현실 속에 일반 국민들조차 감내하기 어려운 삶의 현장에서, 이들이 출소 후 지역사회에 재적응하기까지 겪게 되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은 바로 이웃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이해, 도움에 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교정시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요인에서이다.


첫째,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과거 일제시대 독립군이나 권위주의 시대의 민주화 운동 인사들의 투옥으로 인한 부정적 경험들이 교정시설에 투영되어 있다. 교정교화의 상징이 되어야 할 교정시설이 고문이나 인권탄압이 자행되는 인권침해 시설로 인식되어 있으며 심지어 합리적 여론 형성의 모범이 되어야 할 언론매체에서조차 감옥이나 간수라는 용어가 사라지지 않는 실정이다.


둘째, 교정시설은 그 특성상 사건 사고 위주의 언론보도에 매우 취약한 시설에 속한다. 교정교화를 위한 현실적 토대도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보도내용의 상당수는 도주, 사망사고 내지 인권침해 사례 등 사건, 사고 위주가 주를 이루어 왔다. 이에 따른 교도관의 책임과 자질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고생하는 대다수 교도관과는 상관없이 교정시설이 마치 인권탄압이나 부정비리의 온상으로 인식되어, 결과적으로는 교정행정이 더욱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되어 왔다.


셋째, 교정시설 개선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과 수형자들의 실생활에 기반 하지 못한 비현실적인 인권정책, 관련 정책 당국자들의 책임의식 부재이다. 최근 인권의식의 향상에 따라 교정시설 내 수용자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상당히 높아져 있으면서도, 정작 인권의 근간이 되는 낙후된 시설 개선과 과밀수용의 해결 등 수형자 기본생활권 확립에는 무관심하다. 대규모 시설에의 과밀수용은 그 자체로 수형자간 불필요한 갈등을 증가시켜 정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파괴할 뿐 아니라 교정교화의 기본이 되는 분류처우를 어렵게 하는 등 인권처우와 교정교화의 존립근거를 흔드는 독소적 요소이다. 사실상 수형자 인권문제의 핵심이 되는 것은 수형생활의 기본권 보장의 근간이 되는 교정시설의 현대화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교정시설의 현대화를 가로막는 가장 무서운 장벽은 교정시설을 혐오시설로 여겨 자신들의 주거지역내 시설설립을 적극 반대하는 지역사회주민들의 인식이다. 또한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형자들의 생활상과 특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현장 교도관들의 합리적 의견이 교정정책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


국민이 교정시설을 혐오시설, 인권탄압과 부정비리의 온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 우리 사회가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지역사회적응으로부터 멀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직도 인권탄압의 주체를 교도관으로 잘못 인식시키고 있는 일부 인권단체나 언론매체들은 합리적인 여론 형성의 책임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수형자들의 특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교도관들의 의견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현실에 맞는 교정정책이 실현되어야 한다. 최근 일부 언론매체들의 교정시설에 대한 합리적 성찰을 위한 노력들은 시민들의 교정시설 인식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수형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사회공동체적 노력은 수용자 교정교화와 사회 재적응에 있어 핵심적인 요인이다. 교정교화의 궁극적 완성은 교정시설에서가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교정시설은 혐오시설이 아니라 시민의 행복한 삶을 지켜가기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써, 시민사회의 적극적 관심과 연계 속에 이들의 교정교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중요한 시설로 인식이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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