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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호] 소년과 함께 한 7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4-16 17:25
조회
797

박인숙/ 인권연대 운영위원, 변호사, 소년보호혁신위원회 위원


 2014년 초 사법연수원 1년차 때에 자원봉사의 일환으로, 소년들에게 검정고시를 가르치러 경기도 의왕시에 소재한 서울소년원을 토요일 오전에 5주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방문 전에 서울소년원 직원이 사법연수원으로 와서 주의사항을 말해 주었는데, 생활관에는 여자화장실이 없다는 말로부터 시작하여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소년들의 절도 능력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소년들이 절도를 너무 잘하여 물건을 잘 챙기지 않으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서울소년원을 들어서면서 조금 두려웠습니다. 철문을 열고 운동장을 지나 소년들이 생활하는 생활관으로 가서 다시 철문을 열고 들어가서 소년들을 만났습니다. 덩치가 큰 소년이 저를 반기며 다가오는데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5주간 편견을 버리지 못한 채 소년들을 가르쳤습니다. 지금은 소년을 믿습니다. 저는 6년간 소년원을 다니며 어떤 것도 잃어버린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저와 소년들의 인연은 짧게 끝이 나는 듯 했으나, 서울소년원에서 뮤지컬을 배우고 있는 소년들에게 검정고시 지도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는 사실을 사법연수원 교수님으로부터 전해 듣고 망설임 없이 소년들을 만나러 서울소년원으로 갔습니다. 그러면서 두 명의 멘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두 명의 멘티를 통해서 저는 힘든 사법연수원의 일상을 이겨냈습니다. 제 멘티들은 당시 한국 나이로 18세였습니다. 간절히 변화를 원하고 있었고 누군가 자신의 질문에 답을 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감성이 아닌 이성적인 답변이 필요했습니다. 저와 두 멘티는 많은 얘기를 나눴고 그들은 검정고시에 최선을 다했고 최초로 서울소년원 내에서 수능시험까지 보았습니다.


 스폰지처럼 저의 말을 흡수하여 제가 했던 말을 마치 자신의 말처럼 하는 소년들을 보면서 소년들은 납득하면 변한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처음 소년원을 갔을 때 가장 이해가 되지 않고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은 스피커에서 큰 소리로 들려오는, 난무하는 욕설이었습니다. 스피커의 성능이 좋지 않아서 잡음이 너무나 심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지도실에서 CCTV를 보면서 마이크로 소년들에게 계속 무언가를 지시하면서 욕설을 하셨습니다. 잡음 때문에 어떤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운 말도 있었지만 소년들은 기가 차게 그 말을 알아듣고 행동하였습니다. 그만큼 소년들은 민감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방송을 듣고 있었습니다. 소년원과 교도소의 차이점 중 하나가 사람을 번호가 아닌 이름을 부른다는 것인데, 직접 가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실에서 CCTV로 소년들의 행동을 보고 있다가 마이크로 지시를 하는 것을 보면서 소년들이 얼마나 불안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가 왜 직접 소년원에 들어가냐고, 제도 개선을 해야지 왜 활동가처럼 하냐고 물었던 선배님이 계셨습니다. 그때 잠깐 고민을 한 적도 있지만 제가 서울소년원을 다니던 만 6년 동안 마이크를 통한 고성과 욕설이 줄어든 것을 실감하면서 외부인의 관심과 정기적인 출입이 얼마나 소년의 인권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절감하였습니다.


 그 후 저는 2015년부터 코로나 때문에 출입이 제한되기 전인 2020년 초까지 주말마다 서울소년원에서 갈등이 발생한 소년들의 심리적 안정과 생활의 안전을 위하여 갈등해결을 돕는 회복적 사법활동을 하였습니다. 하나의 호실에서 10명 이상의 소년들이 함께 생활을 하고 24시간 함께 있어서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지낸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불안이었습니다. 작은 독방인 징계방에 갇혀 있던 소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소년들과 현재 발생한 갈등에 대한 것뿐 아니라 그들의 어릴 적 이야기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등 개인적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나누면서 무엇이 소년들을 불안하게 하여 갈등을 발생시키는지,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소년과 함께 찾고 소년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보도록 하였습니다. 갈등이 발생한 소년들이나 소년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회복적 사법활동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며 갈등 해결을 해달라고 요청하실 때 주말을 서울소년원에서 보내는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회복적 사법활동을 하면서 많은 인권적 문제점도 발견하였습니다. 특히 독방 근신 20일 제한을 지키지 않아서 100일 가까이 갇혀 있는 소년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생님들을 쳐다보는 소년들의 눈에 힘이 빠져 눈빛이 흐려질 때까지 작은 독방에 가두어 밥마저도 충분히 먹지 못해 배고프고 면회와 운동 등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그러한 비인권적 조치가 소년에 미치는 영향이 두려웠습니다.



사진 출처 - freepik


 분명히 법령에 근거한 절차가 존재하는데 소년들은 언제쯤 독방에서 나올 수 있는지를 몰라 선생님들에게 끊임없이 언제 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는 소년들의 마음이 느껴져 소년원에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해보기도 했지만 문제제기의 끝은 저희의 활동을 막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소년이 인권위 진정함에 진정서를 넣지 못하도록 선생님과 소년이 실랑이하는 소리를 직접 듣고, CCTV가 없는 곳에서 여러 명의 선생님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과연 소년원 내에서 인권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울소년원에서부터 선생님들에게 수차례 들었던 얘기는 소년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문제가 있는지 였습니다. 선생님들은 저에게 소년들에게 속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셨고 자신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소년의 인권을 선생님들에게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소년의 인권을 얘기한다는 것은 저의 활동을 접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2020년 4월부터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처음으로 제가 경험으로 알게 된 소년들의 이야기를 법무부에 들려줄 기회를 갖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법부무 직원들이 저에게 한 말은 소년원 선생님들이 한 말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왜 소년들이 부모님과 면회를 한 후 체육관에서 팬티까지 벗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해야 하는지, 법원에서 소년재판을 받기 위해 기다릴 때에 수갑을 벗겨주지 않아 수갑을 차고 대기하면서 수갑을 찬 채로 밥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물으면 소년이 얼마나 위험한지, 법무부 직원이 일하는데 얼마나 어려움이 있는지를 말하였습니다. 소년의 인권은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


 소년사법은 소년을 위해서 비공개를 원칙으로 합니다. 비공개로 하는 이유는 분명히 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공개의 원칙이 소년사법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손쉽게 소년들을 다루는데 이용되고 있습니다. 누구도 소년의 인권이 지켜지고 있는지 제대로 감시할 수 없고 소년이 직접 자신의 문제를 외부에 알리기도 어려운 현실이 막막합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통제는 더욱 강해진 상황에서, 외부인의 출입은 명분을 가지고 완전히 봉쇄된 현실에서, 소년의 안전과 인권이 너무나 걱정됩니다.


 소년들이 소년원에서 인권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보호와 교육으로 건강히 성장하여 이 사회에 나쁜 영향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어엿한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소년의 인권에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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