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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호] 성도 이름도 바꾸고 숨은 피해자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2-01 14:45
조회
525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유인납치 범죄의 피해자들이 성도 이름도 바꾼 채 우리 사회 여기 저기 숨어 지내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2016년 4·13 총선승리를 위해 유인납치해온 북한 해외식당 12명 종업원들의 이야기다.


납치 피해 종업원들이 입국한 날,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들어가는 모습을 동의도 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당황한 종업원들에게는 입소에 따른 형식적 절차라고 둘러댔다. 그리고는 다음날 그 사진을 통일부로 넘겨 언론에 집단탈북 선전을 하였다. 박근혜 정권의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대북제재에 따른 북 붕괴 징조로 종업원들이 한국사회를 동경하여 집단입국했다고 선전하였다.


종업원들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TV에 자신들이 나온 것을 알고서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들이 중국에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본 게 유인납치 피해자로 전락한 빌미가 되었다는 자책에 사로잡혔다.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7일 국내에 입국했다고 통일부가 8일 밝혔다.
2016.4.8 통일부 제공

사진 출처 - 서울신문


조사관들이 북의 지도자에게 하는 반말에도 종업원들은 어쩔 줄을 몰랐다. 북의 여권도, 생활총화장도, 북 지도자의 뱃지도 다 가져갔다. 종업원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지금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찾아 종업원들을 접견하겠다고 찾아온 민변 변호사들은 종북세력이라고 교육받았다. 민변 변호사들을 만나게 되면 종업원들의 잘못으로 북의 부모들이 다 죽게 된다는 거짓말도 그냥 믿을 수밖에 없었다.


언론에 노출된 종업원들을 북의 테러로부터 지켜주겠다며 성과 이름까지 바꿔 가족관계등록을 허위로 신청케 하였다.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의 성과 이름까지 다 바뀌었다.


종업원들은 흔적도 없이 숨기로 작정했다. 부모형제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십 청춘의 나이에 낯선 곳에서 새 인생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을 보내준다는 말에 대학공부라도 해서 부모형제들을 떳떳하게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사회로 나왔다. 대학에 다니며 열심히 공부를 했다. 말씨도 고쳐가며 탈북자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했다. 신변보호관 이모들은 늘 곁에 있었다. 수시로 연락하고 집도 찾아오며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해 주었다. 민변 변호사들은 참으로 질겼다. 잊힐만 하면 이들의 활동으로 인해 번번이 종업원들 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혹시나 주변에서 알아볼 것만 같았다. 대학에서 공부하랴, 알바하랴 정신없이 살며 생이별의 고통을 잊으며 지내는데 자신들의 신원이 노출될까 불안해졌다.


정권이 바뀌었다. 남북관계도 좋아졌다. 이산가족 상봉에서 부모들도 만나고 싶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자유의사로 입국했단 거짓말에 화가 났다. 종업원들에게 여권도 발급해 주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바보처럼 마냥 숨어 지낼 수만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용기를 내어 언론에 인터뷰를 하고 민변 변호사들을 만났다.


민변 변호사들과 여권발급거부처분 소송을 준비했다. 신변보호 운운하며 여권 발급을 거부하던 국정원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여권을 발급해줬다. 유인납치 범죄를 저지르고 선거 승리를 위해 마음대로 사진을 찍어 언론에 내고 성과 이름을 바꾸도록 낸 피해에 대해 국가배상을 청구하기로 하였다. 유엔에도 종업원들 스스로 피해를 진정하기로 하였다.


지금 종업원들 중 일부가 용기를 내어 민변 변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같은 처지의 나머지 피해 종업원들도 용기를 낼 게 틀림없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피해자들은 철저히 방치되고 있다. 검찰은 고발한지 여섯 달이 지나도록 손을 놓고 있다. 자유의사로 입국했단 통일부의 거짓말은 전임 정권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범죄를 묵인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더더욱 유인납치 범죄 피해자인 종업원들의 입장에서 그 처지를 헤아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우리 사회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 하지만 유인납치 범죄의 진상규명 요구에 종북몰이로 대응하는 패륜아들이 여전히 큰 소리를 치는 형국이다. 이제 여권발급 받았으니 북으로 알아서 가면 되지 않느냐며 문제해결이라도 된 듯이 떠든다. 여기 계속 남아 생활하고 있으니 잔류의사를 보인 것 아니냐는 식의 목소리로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인권을 옹호하며 피해자를 지원하는 이들을 종북몰이 하는 사회는 지구상에 이곳이 유일하다. 분단의 비극이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는 지금도 종업원들의 신변을 보호하며 진상조사를 가로막고 있다.


이곳에 끌려와 고통 받는 종업원들을 대변하는 이들이 많아져야 한다. 부모의 심정으로 피해자들을 믿어주고 껴안아주는 피해자 지킴이가 많아질 때 우리는 분단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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