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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55호] 꿈같은 현실에서 다시 꾸는 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7 17:57
조회
360
[함께 하는 이야기 Ⅰ] 꿈같은 현실에서 다시 꾸는 꿈

 서상덕/ 가톨릭신문 기자, 인권연대 운영위원


 근래 들어 소설이나 영화 속의 등장인물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왜냐하면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 속에 발을 딛고 서있는 자신을 종종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이 던져주는 그것이 어느 정도 ‘낭만’을 포함한, 그래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을 만한 것이라면 현실에서 목도하고 있는 상황은 공포영화나 다름없는 것이어서 예의 착각에서 빨리 깨어나고 싶어 진저리를 치게 된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회견에 이은 투신, 그리고 항의하는 분신, 국회의사당 차량 방화, 촛불 시위 등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일련의 일을 이만큼 치밀하게 전개할 작가가 있다면 아마 보통 능력을 지닌 이가 아닐 것만 같다.

 이런 눈에 담기는 상황이 나만의 착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오가는 거리에서, 지하철 안에서, 담배연기 자욱한 소주방 등에서 이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그 착각의 실체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소스라치게 된다. 왜냐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현재진행형’의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백짓장처럼 아득해지는 현실로 인한 판단력 상실 때문이었을까, 하룻새 받은 전화가 아마 평소 한주일간 통화한 횟수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답답함을 털어놓고 무너진 판단력을 만회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겠지만 나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함께 서로의 처지를 얘기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게 전부였다.

 아마 전화로나마 자신의 현재를 깨우쳐주길 바라는 마음이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생각들의 이면에는 예의 소설 속의 주인공 된 심정도 없지 않았을 법하다.

 마치 ‘내가 이 국면에서 뭘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닐까,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자신의 몫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래, 내가 뭘 잘못 알고 있었던 거야. 이제 정신을 차려야지’ 하는….

 이런 착각 속에 꼭 110년전 이 땅에서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을 겹쳐 떠올리는 것도 과대망상일까. 우리에게 실패한 혁명으로만 알려져 왔던 동학혁명은 그러나 역사의 진보를 확인해주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나의 이런 착각은 과한 것은 아닐 것 같다.

 1894년 당시 동학농민혁명을 촉발시킨 두 개의 뇌관은 위정자들의 부정부패와 우리나라 구석구석까지 파고든 외세의 침탈이었다. 지금의 현실에 대비하자면 전자는 설명의 여지도 없이 딱 들어맞는 얘기고, 후자는 대책없는 WTO 등으로 대변되는 초국적 자본들의 수탈에 비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지렁이 백성들로 꾸려진 군대가 몇 개월 새 함경도와 평안도, 경기도 일부를 제외한 전국 행정지역의 50% 이상을 장악했던 역사는 비록 패배로 일단락됐지만, 이 패배야말로 시대적 착각의 말로가 아니라 민중을 위한 희망의 전조였음을 역사는 들려주고 있다.

 일각에는 또 필자와 다른 착각에 빠져 있는 이들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마치 ‘이렇게 해서도 빼앗긴 정권을 되찾을 수 있구나’ 하는 착각 말이다. 그리고 그 말에 이어 ‘그래, 우리도 돼!’ 하는 자족의 웃음마저 떠오르는 건 더 심한 착각일까.

 우리의 시대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의 드라마를 숨가쁘게 전개해가고 있다. 이제 그 드라마에 빠져보자. 그리고 이번에는 착각하지 말고 그 가운데 주인공이 돼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내는 꿈을 꾸어보자. 그래서 110년 전 민초들이 꾸었던 꿈이 착각이 아니었음을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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