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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53호]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메르세데스 소사의 'Kyrie'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7 17:49
조회
564

유 요 비/ 시 인, 문화평론가


아르헨티나는 1810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1982년 민간 민주주의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잦은 군사 쿠데타로 시달려온 나라다. 주민의 10%가 인디오이고 나머지가 유럽계 백인인데, 인디오들은 백인 농장주들의 착취와 군사독재정권의 압제에 시달려 왔다.
1976년에서부터 군사독재가 종식되기까지 이른바 ‘더러운 전쟁’으로 3만여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었다.
키리에(kyrie)는 라틴어로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인데, 가톨릭의 예식(미사) 중, 신자들이 하는 청원기도를 말하며, 라틴어 성가의 주요 주제이기도 하다.
스페인으로부터 그리스도교(가톨릭교)를 받아들인 인디오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삶의 방식에 맞게 토착화시켜 백인들의 하느님이 아닌 고통받는 인디오의 하느님을 신앙하게 된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해방신학이 발생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통받는 인디오의 하느님


메르세데스 소사의 [Kyrie]도 이러한 인디오의 키리에 중의 하나다. 인디오의 방식으로, 그들의 악기와 그들의 언어로 부른 미사곡을 담은 앨범 [La Misa Criolla]의 첫곡이다.
소사는 1935년 7월 5일 아르헨티나 북서부의 투쿠만 산 미구엘이라는 인디오 마을에서 태어난 인디오 할머니다. 전통 춤 강사로 생활하던 소사는 1965년 코치킨 포크 페스티발에 참가했다가 필립스사의 눈에 띄어 가수의 길을 걷게 된다.
초기에는 주로, 자연에 대한 예찬과 사랑과 낭만을 노래했지만 곧 누에바 칸시온(Nueva Cancion, 새로운 노래)운동의 영향을 받아 인권과 민주주의, 노동자와 농민의 권리 등을 노래하면서 아르헨티나의 국민가수로 추앙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소사의 인기가 라틴 아메리카 전체로 확산되자 아르헨티나의 군사독재정권은 방송금지, 협박과 감시, 회유로 소사의 활동을 중단시키려고 했다. 1975년 체포되었다가 석방된 소사는 테러의 위협에 시달리던 와중에 남편을 잃었고 1979년에는 결국 국외추방까지 당하게 된다.
그러나 불굴의 용기로 존 바에즈, 밥 딜런 등과 세계를 돌며 고난받는 이들을 위한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1982년 초 위험을 무릅쓰고 귀국한 소사는 열광하는 고국의 팬들 앞에서 감격적인 공연을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페라극장을 가득 메운 무대 위에서 소사는 전통의상인 판초를 입고 때로는 속삭이며, 때로는 포효하며 청중을 압도해 버렸다.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와 성원으로 군사독재정권도 더 이상 소사를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결국 같은 해 12월 군사독재정권은 무너지고야 말았다.


결국 군사독재정권은 무너지고


소사는 40년 동안 자신의 전 생애를 걸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노래하고, 실천했다. 누에바 칸시온 최고의 해석자, 고난받는 이들을 노래로 달래준 어머니라는 평가를 받아온 소사. 때문에 소사의 노래들은 모두 ‘Kyrie’라고 할 수 있다.
영혼을 울릴 것 같은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에서 처연히 살아 오르는 고통과 슬픔, 그리고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굴의 정신은 침묵하는 자들을 대신한 간절한 청원의 기도, 바로 ‘Kyrie’가 되어 전 세계에 메아리쳤던 것이다.
소사의 대표곡으로는 [Kyrie], [Gracias a la Vida](생명에 감사를), [Todo Cambia](모두 바꿔), 인디오 미사곡 [Misa Criolla], [Vengo a ofrecer mi corazon](내 마음을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등이 있는데, 이 중[Vengo a ofrecer mi corazon]은 국내영화 [정사]에 삽입되기도 했다.
2003년 9월로 예정되었던 소사의 한국방문과 공연이 그의 돌연한 심장질환으로 취소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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