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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51호] 1960년대 병든 미국사회를 노래한 돈 맥클린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7 17:41
조회
791

유 요 비/ 시 인, 문화평론가


러닝 타임이 무려 8분 27초나 되는 노래가 있다. 가사도 알송달송하다. 바로 1971년 발표된 돈 맥클린의 다. 이 노래는 1985년 톰 크루즈가 주연하고 올리버 스톤이 감독한 반전영화 <7월 4일생>의 삽입곡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선을 보였지만, 노래도 길고 가사도 은유적이고 난해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진 못했다. 이 노래를 아는 사람도 고작 "bye, bye, miss American pie"(잘가라, 잘가라 그리운 미국 파이여)로 시작하는 후렴구만을 흥얼거릴 정도다. 우리나라에선 이 노래 보다는 돈 맥클린이 반 고호의 작품 <별빛이 흐르는 밤>을 보고 영감을 얻어 작곡한 가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돈 맥클린의 대표곡은 이다.


/...새들은 낙진 보호소로 날아갔어, 8마일 높이로. 그리고는 빠르게 추락했어/...세대는 허공에 빠졌어, 다시 시작할 시간을 남기지 않은 채/... 불꽃이 희생의 의식을 밝히기 위해 밤하늘에 높이 솟아올랐을 때 난 기쁨의 웃음을 짓고 있는 사탄을 보았어, 음악이 죽은 그 날에/...잘가라 잘가라 실패한 미국 파이여(후렴)


얼핏 가사를 보아도 철저하게 은유와 상징으로 일관되어 있다. 제목 는 병든 미국을 상징하며, 가사 중 ‘불꽃’, ‘사탄’ 등의 단어는 베트남전쟁의 참혹함을 의미한다. 또 ‘음악이 죽은 날’은 초기 록음악의 거장 버디 할리가 죽은 날(1959년 2월 3일)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로 잘 알려진 리치 발렌스 버디 할리 등 록음악가들의 사망 이후로 미국 대중음악은 저항적인 록음악 대신 감미로운 러브송 위주의 노래들이 인기를 얻게된다. 이는 미국 사회에서 록음악의 정신이자 미국의 건국이념인 ‘자유’의 가치가 죽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어쨌든 돈 맥클린은 이 노래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1960년대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가를 알려주고 싶었다.


는 병든 미국에 대한 경고의 노래다.


이 노래에서 나는 미국의 성공과 몰락을, 그리고 1970년대  전반에 대한 나의 견해를 표현했다”고 밝히고 있다.  돈 맥클린이 말하는 1960년대는 워싱턴 행진으로 대표되는 흑인 인권운동, 케네디 형제와 마르틴 루터 킹 목사의 비극적 죽음, 미국의 통킹만 폭격으로 인한 베트남전쟁의 발발, 반전평화운동, 우드스탁, 히피, 마리화나, 포크음악과 록음악 등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1945년 뉴욕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포크음악의 대가 피트 시거를 흠모한 돈 맥클린은 1963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 줄곧 클럽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당시의 밥 딜런처럼 직접적인 주류 저항음악인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허드슨 밸리 트루바두르라는 가명으로 주로 환경과 생태보존을 주제로 한 노래를 불렀고, 피트 시거와 함께 환경운동 캠페인용 선박인 클리어워터호에서 공연을 하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돈 맥클린의 는 1960년대 미국 사회의 격변의 역사를 서사시적으로 정리하여 표현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노래는 1972년 빌보드 싱글차트에 4주간이나 1위에 올랐으며, 로버타 플랙은 이 노래를 듣고 감명을 받아 을 부르기도 했다. 또한 2000년 초 마돈나는 이 노래를 4분 정도 줄이고 가사도 부분적으로 수정하여 새로운 천년의 모험과 두려움이라는 내용으로 리메이크함과 동시에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의 삽입곡으로 사용하려 했으나 돈 맥클린의 노래가 삽입되었다. 마돈나의 는 뮤직비디오로도 제작되었는데 마돈나가 우드스탁을 흉내내 거대한 성조기 앞에서 두건을 두르고 춤추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마돈나 특유의 상업적 오락성은 뛰어날지 모르지만, 가 담고 있는 장대한 서사성과 돈 맥클린 서정적 음색이 이뤄내는 음악적 완성도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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