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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60호] 힙합, 랩, 그리고 투팩(2PAC)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10:14
조회
616

유요비/ 시 인, 문화평론가


요즘 랩그룹 DJ DOC의 멤버 이하늘이 ‘베이비복스’를 ‘미아리복스’라고 비하한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요절한 랩가수 투팩(2PAC)의 노래를 돈을 주고 한 곡 사와서, 이리저리 뜯어 고쳐 마치 자신들의 창작품인 양 노래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얄팍한 상혼으로 이미 사망한 투팩의 정신(저항성)까지 죽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베이비복스는 돈을 위해 사랑을 파는 미아리의 창녀와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 같다.


랩음악은 할렘의 길거리문화인 힙합의 음악적 형식으로, 원래는 말장난인 랩(Rapp)에서 시작되었다. ‘힙합(HIP-HOP)’은 1970년대 후반 할렘가 청소년들의 놀이였던 스크래취, 브레이크 댄스, 랩 등이 문화화된 것이다. 랩음악은 바로 이런 할렘가의 젊은이들이 시간을 때우기 위한 말장난과 농담들로 시작해 점점 부자들의 인색함이나 인종차별과 경제적 횡포를 비난하는 말들로 바뀌어 갔고, 더 나아가 정치적 주장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가장 기본적인 리듬이 결합되어 ‘하고 싶은 말들을 지껄이듯 말하는’ 랩음악이 탄생된 것이다.


랩은 1979년 슈거힐 갱(Sugarhill Gang)이 발표한 <Rapper's delight>이 히트함으로써 하층의 흑인문화에 숨어있던 랩과 브레이크 댄스 등의 힙합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흑인들 스스로의 각성과 평화를 촉구하는 등 긍정적 메시지로 일관하던 랩은 레이건의 당선과 함께 백인 중심의 보수주의가 강화됨에 따라 체제부정과 폭력선동을 주장하는 등 과격한 메시지로 변한다. 사회복지 예산의 감소와 함께 흑백간의 경제적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되고, 할렘가는 더욱더 황폐화되었다. 그 할렘가에 희망 없는 흑인들의 저주와 욕설과 폭력이, 그리고 그러한 메시지를 담은 랩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갱스터 랩이고 그 대표적 주자가 바로 투팩이다.


투팩(2PAC)은 1990년대 미국의 힙합을 대표하는 랩가수이자 영화배우다. 마지막 잉카제국의 황제의 이름인 투팩 아마루 셰이커(Tupac Amaru shakur)가 본명이며, 1971년 뉴욕의 뒷골목에서 흑인해방운동 단체인 블랙 팬더(Black Panther)의 여성 조직원인 아페니 세이커(Afeni Shakur)의 아들로 태어났다. 1991년 랩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하여 1995년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할 때까지 《2Pac alypse now》(1991), 《Strictly 4 my n.i.g.g.a.z...》(1993), 《Me against the world》(1995), 《All eyez on me》(1996) 등 4장의 앨범을 내놓았는데, 투팩의 랩은 욕설과 공권력에 대한 반항과 폭력이 주 가사인 ‘갱스터랩’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투팩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표면적인 것이다. 오히려 투팩은 미국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편견을 지적하고, 회개를 통한 범죄의 근절과 흑인들의 자각을 촉구했다. 이러한 투팩의 생각을 대변한 앨범이 1995년 발매된 《Me against the world》다. 이 앨범에는 제목 ‘Me against the world’(이 세상 전체와 싸우는 나)가 암시하는 것처럼 미국사회에 대한 그의 분노와 개인의 외로움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할렘의 현실과, 사회의 모순에 대한 직설적 비판, 암울한 흑인들의 처지를 거칠게 고발하고 있지만, 종국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마음가짐, 폭력과 분노로 가득 찬 자신의 죄악에 대한 회개 등을 노래하고 있다. 이 앨범의 수록곡 중 홀로 자신을 키운 어머니 아페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눈물겨운 가사로 표현한 [Dear mama]와 감옥 안에서의 회개와 구원을 호소하는 [So many tears]는 투팩 음악의 정수이다.


투팩은 음악 외에 영화 [Juice], 재닛 잭슨과 공연한 [Poetic Justice], [Above The Rim], 또한 팀 로스와 함께 경찰관 역을 맡았던 [Gridlock'd], [Gang Related], [Bullet] 등에 출연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투팩의 사생활은 불안정했다. 오클랜드의 가출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열성적으로 사회활동을 펼치기도 했지만, 정작 본인은 사망하기 전까지 폭력과 성추행 등의 혐의로 감옥을 들락거렸다. 투팩은 자신의 노래처럼 위험한 인생을 살았고 비참하게 삶을 마감했다. 그러나 투팩은 미국사회에서 소외된 젊은층의 절망과 분노를 대변했고, 미국 사회가 지닌 모순을 거침없이 고발한 음악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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