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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60호] 법조비리의 원인과 그 극복의 과제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10:08
조회
423

한상희/ 건국대 법대 학장


1. 돌고 도는 회전문(revolving doors)은 안과 밖의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 “I'll be back”이라는 외침은 터미네이터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근무하던 법원이나 검찰청 코앞의 사무실로 퇴직하는 판·검사가 회전문을 돌아나가면서 내품는 미소에서도 품어 나오는 철의 법칙이기도 하다.


최근 법조비리라는 명칭으로 법조브로커를 고용한다든지, 변호사와 판·검사가 골프장 등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다든지 하는 등의 비행들이 제시된다. 하지만 법조비리는 그에 한정되지 않는다. 법조인들이 법의 바깥에서 돈과 인정, 안면을 매개로 파행적 결론을 도출하는 모든 행위들이 법조비리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관예우의 관행이라든가, 법무법인에서 조직적 차원에서 실질적인 쌍방대리를 행하는 이익충돌행위, 변호사의 부실·부당 변론행위, 전직 검찰출신의 변호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는 전화변론행위 등등 무수한 행위들이 이 법조비리의 범주 안에 들어가게 된다. 또는 좀 더 범위를 확대하면 부당한 수임료를 요구한다든지, ‘인사치레'를 강요한다든지, 혹은 수임료를 받고서도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거나 위임계약서 작성을 거부한다는지 하는 ‘탈세’와 ‘치부’ 등을 위한 행위 또한 변호사가 아니라 ‘허가 낸 도둑’의 행위가 되는 것이다.


2. 문제는 이러한 법조인의 비행과 비리와 범죄에 대하여 우리 사회는 너무도 관대하게 대할 것이 강요되어 왔다는 점이다. 과거 우리의 법과 사법은 객관적·중립적 사회관리수단이 아니라 일정한 정치세력의 권력유지수단으로만 존재할 수 있었다.


이 왜곡된 과정에서 법조집단들은 한편으로는 선민적 엘리트의식에 젖은 채 이러한 권력의 한 쪼가리를 부둥켜안고 국민들 위에서 군림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권력에 기생하면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해 나가고자 노력하였다.


그들은 국민들의 법감정을 대표하면서 국민에 봉사하는 법전문가라기 보다는 국민 위에서 국민을 통제하는 법관료로서 자신의 존재의미를 규정하였고, 국민들과 더불어 국민의 법을 집행하는 봉사자로서의 법조가 되기보다는 정치권력에 의하여 획일적으로 규정된 법률을 국민들에게 강제하는 권력자로서의 법조인에 스스로 만족하였다.


여기서 전관예우든 법조비리든 간헐적으로 알려지는 사건들은 이러한 권력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어쩌다가 한 번씩 비집고 나오는 불협화음으로 치환된다. 그 사건들은 제도나 구조의 수준에서 나타나는 모순이 아니라 개인적 자질이나 윤리의 문제에 한정되는 것으로 축소되고 은폐되면서 “일부 몰지각한” 법조인들의 자그마한 일탈행위인 것으로 치부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일반인들은 법조인들이 우리에게 가하는 그 엄청난 억압들에 대하여 분노하기 보다는 못 배웠기 때문에, 못 가졌기 때문에 혹은 못 나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리가 겪어야 하는 당연한 비용으로 생각하도록 세뇌받아 왔다.


흔히 법률전문가집단의 내부통제규범으로 이해되는 법조윤리가 우리 법조인들의 의식 속에서는 단순히 도덕교과서 수준의 개인적 수신규범의 차원에서 맴돌고 있음도 법조비리를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양심문제로 전환시키는 이 잘못된 관행에서 기획된 것이다.


3. 최근 사법개혁의 논의과정에서 틈틈이 지적되듯이, 법조시장의 독점구조와 더불어 소위 ‘순혈(純血)주의’와 관료주의적 계층제에 입각하고 있는 법원·검찰조직은 이와 같은 법조비리의 궁극적 원인이 된다.


아무런 자의식도 가지지 못한 백지상태의 학생들에게 사법시험준비를 시키고 그 중 우수한 성적의 합격자에 대하여 사법연수원에서 또 교육시키고 수료 후에는 부장판사, 부장검사의 지도하에 다시 그들만의 도그마와 관행과 불문율을 주입시킨다. 뿐만 아니라 계층제를 이용, 그 규율에 순응하는 자는 승진시키고 불응하는 자는 탈락시킴으로써 상명하복, 일사불란의 관료조직을 만들어낸다.


한 마디로 맨 위에서부터 맨 아래에 이르기까지 전체로서의 하나인 법원이나 검찰만이 존재할 뿐, 조직의 바깥을 내다 볼 수 있는 어떠한 일탈자 또는 항명자도 허용하지 않는 구조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소위 “한 솥밥을 먹는 식구”라는 의식은 여기서 자생되며, 이 심리상태가 일반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선민의식으로 연결된다.


법률시장이 소수의 법조인에 의해 독점되는 것도 이 틀에서 설명할 수 있다. 선민적 엘리뜨만이 법률업무에 종사할 수 있으며 또 그리하여야 한다는 것이 법조인 수의 확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의 요구에 격렬히 반대하는 법조인들의 논리의 핵심이다. 자신들만이 즉, 이미 권력의 이너써클에 들어온 자신들과 그러한 자신들이 주축이 되어 근친교배식으로 자기복제한 후배들만이 법률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바로 이 점에서 법률시장은 아무나 넘볼 수 없는 신성의 영역에 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교육을 받고 혹은 다른 방식의 법무훈련을 받은 사람은 그들의 이 신성영역에서는 영원한 이방인이 되거나 혹은 영원한 국외자가 되어 자신들의 권력에 온전히 복종하기만을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다.


4. 물론 법조비리를 가능케 하는 요인들은 무수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법조비리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구조의 문제 즉 이 두 가지-배타적 동질적 집단의식과 법률시장의 독과점구조에 집중되어 있다. 법조비리가 전관예우, 판·검사와의 인맥 등 특수한 연고를 빙자한 인사치레 혹은 이러한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형성하기 위한 판·검사와 변호사간의 접촉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최대의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독점적 법률시장구조로 인하여 이러한 불법적 관행들을 견제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된 시장경쟁의 구조도 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도 커다란 문제를 야기한다.


법조비리가 대부분 변호사, 판·검사, 피고인 등 의뢰인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게임의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는 사회적으로 노출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진다. 하지만, 법률시장이 완전경쟁체제로 구축이 된다면, 일부 변호사에게만 유리한 연고주의적, 특수주의적 배려행위는 다른 변호사 모두에게는 불공정거래행위이자 동시에 견딜 수 없는 해악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변호사간의 고소·고발이 이루어지고 감시와 견제가 이루어지며 교정과 통제가 가능하게 되는 틀을 가능하게 한다.


사법개혁의 논의가 있을 때마다, 그리고 법조비리에 대한 진지한 대안이 강구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법률시장의 독점구조를 혁파하고 변호사 수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법률시장을 개방적 경쟁체제로 전환하게 하자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저렴하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제대로 된 민주적 법치를 이룬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지는 대안이기도 하거니와 동시에 그것은 문자 그대로 법률서비스의 질적 완전경쟁을 이루어 냄으로써 법조비리가 최소한 구조적 수준에서 재생산되는 것을 막는 가장 유효한 틀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점에서 법조양성과 충원제도의 개혁은 사법개혁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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