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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59호] 강남을 오가는 당신은 트루먼쇼의 주인공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10:00
조회
368

허창영/ 인권연대 간사


트루먼쇼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트루먼은 남들처럼 생활하고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는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그렇지만 그 모든 설정이 그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그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쇼라는 것을 본인만 알지 못한다. 전세계 사람들은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는 트루먼의 일거수일투족을 TV를 통해 보며 울고 웃는다. 그는 TV쇼의 주인공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와 같은 장면은 비단 영화에서만의 얘기가 아니다.
강남구에서는 그동안 범죄예방이라는 명분으로 주요 골목길에 46대의 CC-TV 카메라를 설치해 감시해왔다. 더구나 이것이 범죄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강남구는 230대를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강남지역의 주요 골목에는 CC-TV 카메라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없어지게 된다.


 거기에다 강남구는 CC-TV 관제센터를 만들어 272개의 CC-TV 카메라를 통해 들어오는 영상을 한 곳에서 모니터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이는 가만히 앉아 강남구 전체를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할 수 있고, 강남구 전체는 거대한 방송국 스튜디오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강남구 주민과 강남의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은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촬영하고 있는 화면에 출연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이 트루먼쇼의 주인공과 무엇이 다른가.


 자신의 동의도 받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이 명백한 초상권 침해이고, 거기에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도 공개되어 심각한 사생활 침해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굳이 인권침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모습이 관찰되고 있고, 더구나 이것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의 감시라는 것은 더욱 기분 나쁜 일이다.


기분 나쁜 상상


 강남의 곳곳이 모니터되는 관제센터의 화면을 보고있던 한 근무자가 같이 근무하고 있던 동료에게 얘기를 한다.
“야! 저 집 좀 확대해 봐. 저 부부 대낮에 너무 진하게 노는 거 아냐?”
그러자 옆의 동료가 맞장구친다.
“그러게. 우리가 보고 있는 걸 모르는 모양인지. 이거 핸드폰 카메라에 담아야겠는걸”
내 상상력의 불순함이라면 차라리 좋겠다.


 그렇지만 강남구에 설치된 CC-TV 카메라가 360도 회전에 120배의 줌인(Zoom-in)이 가능하고, 100여미터까지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다. 이런 상황임을 알고 나면 앞의 얘기는 그저 개그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자료가 외부에 공개되고 인터넷이라는 무서운 공간을 통해 유통된다면…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우려로만 끝나기를


 관리의 효율과 인력운용 등의 문제로 CC-TV와 관제센터를 설치하는 것이라면 더욱 말리고 싶다. 이는 적은 예산으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강남구의 예산을 생각하면 그리 많지 않은 돈일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사회라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운용하는 방법이 옳은 것이다. 굳이 여러 가지 위험성을 안고 있는 기계의 힘을 빌리려는 발상 자체도 내키지 않는다.


 또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그 예산을 방범활동 보강을 위한 인력을 뽑는데 쓰고, 우범지역에 대한 순찰과 방범활동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왜 꼭 CC-TV만 고집하는지, 여러 가지 우려하는 목소리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하다가 CC-TV가 사회전체로 확산되고, 범죄예방을 넘어 일상적인 주민감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기우가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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