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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57호] 노숙인, 그들도 사람이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09:46
조회
551

노숙인, 그들도 사람이다.


김대원/ 성공회 신부, 인권연대 운영위원


 올 초 겨울이 끝나갈 무렵, 내가 일하고 있는 재단에서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던 노숙인 응급쉼터 ‘자유의집’이 문을 닫고 노숙인 재활전문쉼터 ‘비전트레이닝센터’라는 새로운 시설을 설립했다.


500여 명에서 많을 때는 1,300여 명까지 생활했던 초대형 응급쉼터의 위험성과 외환위기 이후 수년에 걸친 운영을 통해 노숙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에서 비롯되어 재활쉼터를 준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유의집’이 문을 닫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소유주의 부지반환 요구와 노숙인을 혐오대상으로만 바라본 지역주민들의 민원 때문이었다.


또한, 근래에 거리노숙을 인정하고 세면, 세탁 및 식사제공 등 최소한의 편의시설을 제공하며 거리 노숙인들의 종합 안내소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용보호시설(drop-in center)’ 설립을 목적으로 민간자원을 확보하고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철도청과 서울역 책임자를 찾은 적이 있다. 물론 부서와 개인별로 의견의 차이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민간단체들의 섣부른 편의 제공이 노숙을 양산한다며, 부지 제공 의사는커녕 모든 지원체계를 중단하여야 한다며 격분하고 민간단체들을 원망하기만 했다.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


 더욱 참담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노숙인과 관련하여 법 제정을 통해 강제로라도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여 그들의 나태하고 부도덕한 심성을 개조해야 한다는 한 국회의원의 비인권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노숙인’은 사회적 약자의 모습으로 비쳐지기보다 자신의 무능력 탓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특정한 집단 혹은 범죄와 관련된 부정적인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국가 경제정책의 실패로 등장한 ‘노숙하는 사람들’이 동정은 고사하고 사회의 희생양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외환 위기 직후 160여 개에 달했던 노숙인들의 쉼터가 반으로 줄어든 데에는 이러한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차원의 시각과 대책이란 것도 더 나을 것이 없다. 거리의 노숙인들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인간으로서의 기본권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현실이다. 노숙인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조차 그 지원방안이 빠져 있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의식주조차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숙인은 ‘모든 국민’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16대 국회 끝 무렵 노숙인을 복지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작은 성과를 거두고 그 시행규정안을 준비하는 중이지만 역시 시설 관리 및 운영 위주의 규정 이상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노숙인도 사회의 구성원


 노숙자를 ‘권리의 주체’인 국민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단속과 격리’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분명 우리나라의 헌법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노숙인을 사회의 어두운 모습, 드러내 놓기 싫은 우리사회의 단면으로만 생각한다면, 어떠한 문제도 해결되기 어렵다. 노숙인들이 스스로를 드러내고 권리를 주장하며 개선에 나서기는 어려운 형편임을 감안하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관심과 노력만이 문제 해결의 유일한 힘이라고 본다.  


 노숙인이 일정한 주거지에서 생활하지 않을 지라도 그들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면서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할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는 것은 국가와 사회가 감당해야 할 의무가 아닐까. 세습의 가능성이 더욱 짙어져 가는 가난이라는 운명으로 희망 없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 때문에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것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제도에서조차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제외되는 모순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권리가 어떻게 보호되느냐는 결국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인권문제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일 것이다. 노숙인이 더 이상 이 나라에서 배제된 이방인이 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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