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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58호] 50년 동안 과거청산 한번 제대로 못한 이유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09:54
조회
337

50년 동안 과거청산 한번 제대로 못한 이유


조영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의문사위’) 조사활동 마감시한(6월30일)이 다가오고 있으나, 기무사령부·국가정보원·검찰·경찰 등 관련 조사대상 기관들의 협조 거부, 현장조사 거부, 자료제출 거부로 조사활동이 벽에 부딪혀 있다. 특히 최근 기무사의 비협조 행위는 기만적이고 상식 이하의 경우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와도 보여줄 수 없다”, “대한민국이 거꾸러져도 안 된다” 이는 지난 2002년 8월 의문사위 조사관들이 1980년대 군의 ‘녹화사업’과 관련한 실지조사를 하기 위해 기무사를 방문했을 때 기무사 관계자가 협조를 거부하면서 내뱉은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 또 다시 의문사위에서 기무사 실지조사를 시도했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 경위를 보면 지난 2004년 6월 9일 군의문사 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조사3과 소속 과장을 비롯한 조사관들이 기무사를 방문하여 허원근 등 의문사 사건과 관련하여 기무사가 보관중인 ‘사망사건보고서(마이크로필름자료)’ 등을 요구했고, 기무사 실무책임자들이 협조하기로 약속하였다. 그러나 6월 10일 태도를 돌변하여 협조를 거부하였다.


기무사는 조사를 거부하면서 “강제징집과 녹화사업에 대하여 당시 보안사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교육부·국방부 등 정부 부처에서 추진한 것이고, 특별정훈교육이었을 뿐이다”고 강변하고, “당시 사령관의 지시로 관련 자료가 전량 파기되었다”면서 공문서파기에 해당하는 자신들의 범죄를 당당히 밝히는 기만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그 동안 기무사 등 조사대상기관에서는 의문사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협조해 줄 수도 있다고 했는데,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 군사독재 정권시절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밀실에서 아무도 모르게 생산된 문서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요구이고, 사실상 협조를 거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사위 조사관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관련 진술 및 근거를 확보하여 조사대상기관들이 원하는 대로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자료를 요구하였으나, 협조를 거부당한 것이다. 이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시절 국가폭력의 손발이었던 기무사가 군사독재세력의 정통성을 옹호하고 비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를 뒷받침해주기라도 하려는 듯 며칠 전 現기무사령관은 기무사의 전신인 특무대 창설자 김창룡의 묘에 헌화를 하였다. 김창룡이 누구인가. 관동군 헌병대원으로 항일독립투사 운동조직 50건을 검거한 공로로 승진하고, 해방 후 특무대장으로 변신하여 수많은 희생자를 양산하였으며,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자 배후로 지목 받고 있는 범죄자가 아닌가. 그런 자에게 헌화하는 사람이 아직도 군의 핵심 요직으로 앉아 있으면서 우리의 진실규명을 위한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현실을 국민은 직시하여야 한다.


국가정보원의 경우도 장준하 사건과 관련하여 의문사위에서 요구한 자료를 고의로 누락시킨 사실이 드러났고, 포천지역 첩보원 관련자료를 18개월만에 협조하는 등 의도적으로 의문사위 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중앙정보부 및 안기부 등과 관련된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도 국가정보기관의 보안을 이유로 협조를 거부하고 있어 진상규명의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50년이 넘도록 과거청산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과거 독재권력의 손발 노릇을 하면서 최일선에서 민주화운동을 탄압했던 기관과 그 구성원들이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의문사위가 조사거부자 및 기관에 대한 처벌 권한이라고 해봐야 1천만원 과태료가 고작이다. 그렇다보니 녹화사업의 최고책임자라 할 수 있는 전두환과 같은 자가 조사를 거부하고, ‘녹화사업’ 실무를 관장했던 서아무개가 관련자료를 모두 소각해버리고, 조사대상기관이 비협조로 일관하고, 참고인들이 위증을 하여도 속수무책인 것이다. 이렇게는 과거청산이 어렵고, 최소한 위증죄와 조사거부자 및 기관에 대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기무사·국가정보원 등 의문사위 조사대상기관들이 진정으로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보기관으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과거청산을 위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활동에 협조해야 한다.


수많은 의문사 사건은 우리의 발뒤꿈치에 박힌 대못과 같은 시대의 고통으로, 당장 뽑아내지 않고서는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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