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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54호] 장애인 가족의 죽음을 지켜보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7 17:53
조회
365

장애인 가족의 죽음을 지켜보며



김성수/ 역사학박사, 함석헌평전 저자


 어제 뉴스를 보니 외할머니가 이혼한 딸의 재혼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7살 난 어린 손자를 길에다 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 버려진 손자는 할머니가 길을 잃으셨다고 걱정을 한다. 환갑도 안되었다는 이 할머니의 정신상태가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고도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는지... 요즘 뉴스를 보면 연일 어린아이 유괴, 살인, 사기, 가족동반자살, 정치인의 뇌물수수 후 오리발 등 온갖 추잡하고 소름끼치는 뉴스가 내 눈을 어지럽힌다. “반만년 역사에 찬란한 문화”를 가졌다는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요즘엔 정말 부끄럽고 가슴아프게 느껴진다.

한국처럼 장애인이 살기 어려운 나라도 드물 것이다. 며칠전, 장애인 가족이 전기요금을 못 내서 전기가 끊어진 집에서 촛불을 켜고 자다 화재로 모두 사망한 뉴스를 보았다. 꿋꿋하게 어려움을 이기고 단란하게 살던 가족이 참변을 당한 것이다. 나는 이럴 땐 나라가 너무 밉고 야속하다.

한쪽에선 해외원정 골프인구가 10만을 돌파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 국민이고 양심을 가진 나라인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점점 그 정도를 더해간다.

세계 13대 무역국,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향하여 등등의 공허한 구호는 대부분 국민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극소수 상류층들만을 위한 ‘소돔과 고모라’의 축제인 것이다.

나는 전두환, 노태우의 재산을 국가가 전부 몰수해서라도 최소한 쌀, 전기, 수돗물 3가지는 국가가 서민층 이하 국민에게라도 무료로 제공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30대 10년을 영국에서 보내게되었다. 어쩌다가 영국여성을 마누라로 얻게 되고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한 일 중 몇가지가 기억난다.

6년 전 여름이었다. 옆집 아저씨가 우리 집 문 앞 수도꼭지에 호수를 끼워서 자기 차를 세차하는 것을 보았다. 평소 우리 가족과 친분이 좋은 아저씨이기에 뭐라고 하려다가 말았다. 그러나 아내에게 불만 섞인 투로 그 아저씨의 그 ‘무례한’ 행동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마누라는 뜻밖에도 괜찮다고 한다. 나는 그래서 “아니 이웃사이에 친한 것은 친한 것이고, 자기네 수도요금을 아끼려고 우리 수돗물로 세차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 마누라 왈, “물을 얼마를 쓰건 수도요금이 똑같은데 무슨 상관이 있어요”라며 나를 나무란다. 이때까지 나는 영국에 8년을 살았지만 “수도요금이 사용량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똑같은 수도요금을 내는 영국

마누라가 설명하는 계량기 없는 수도요금의 적용 이유는 이랬다. 만일 수도계량기를 달아서 수도요금을 낸다면 아이들이 많은 집의 경우엔 수도료를 못 내서 아이들이 목욕을 못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요지였다. 결국 “물이 필요한 사람은 빈부에 상관없이 꼭 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철학이 뒤에 깔려있는 정부 정책인 것이다. 영국 정치사상가 존 러스킨이 제창한 “능력에 따른 분배가 아닌 필요에 따른 분배” 가 최소한 수돗물 사용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는 예이다.

나의 장인어른은 의사이다. 영국에서는 의사가 준 공무원이다. 의료기관은 전부 세금으로 운영되고 환자의 수에 무관하게 의사들의 급여는 호봉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물론 환자는 병원비를 안 낸다. 저소득층의 경우엔 안경이나 가발도 무료로 국가로부터 지급 받을 수 있다. 여기엔 눈이 나쁜 것이나 대머리도 자기가 선택해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로서 국가가 보상해 주어야 한다는 철학이 뒤에 있다. 그 당시 60세 이상의 노인들에겐 국가가 비아그라도 무료로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논의가 한창이었다. 성생활을 박탈당한(?) 개인에게 국가는 그것을 충족시켜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논리다. 전기요금을 못 내서 촛불을 사용하며 원시인 같이 살고있는 21세기 ‘자랑스런 한국인’에게는 꿈같은 얘기다.

능력이 아니라 필요에 따른 분배

최소한, 쌀, 물, 전기를 국가가 서민층 이하 국민에게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제공해 주었다면 그 장애인 가족은 지금도 꿈을 키우며 단란하게 살고 있을 것이고 이 땅에 결식아동은 없을 것이다. 부패정치인의 재산을 세금으로 전부 추징하고, 기업의 불법정치자금을 회수해서 국민복지에 돌린다면, 우리는 이 약육강식이 난무하는 ‘원시시대’를 벗어 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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