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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54호] 피해자를 안아주는 사회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7 17:53
조회
383
피해자를 안아주는 사회


김희수/ 의문사위 상임위원, 인권연대 운영위원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의문사위원회)에서 근무하면서 내 자신이 갖게 된 질문 중의 하나는 피해자 문제였다.
전통적인 범죄학에서는 가해자 중심의 측면에서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범죄 피해자론이 하나의 학문으로서 자리를 잡고 있기도 하지만 아직 학문적으로 성숙되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인권실천시민연대도 어찌 보면 모든 관점에서 인권의 시각으로 세상사를 들여다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피해자의 관점에서 인권을 더욱 중요하게 살펴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의문사위원회에서는 독재정권, 군부정권 등 독재의 광기 속에서 자행되었다고 의심되는 여러가지 의심스러운 죽음을 조사하고 있고, 당연히 그 암울했던 시절에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에서 근무하였던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해자도 피해자라고 하소연하는데

그런데 조사를 받는 대다수의 정보 및 수사기관에서 근무하였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국가를 위하여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이고, 정부의 방침에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을 하기 일쑤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들도 피해자의 한 사람이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맞다. 그들도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독재정권의 하수인으로서 불우했던 시절 독재권력 유지를 위한 도구로 쓰였을 뿐이라고 할 수도 있고, 광의의 개념에서 피해자로 분명히 구분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들도 한 시대의 피해자라면 피해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것이고, 피해자의 관점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하여 사실을 밝히는데 협조하고, 또한 참회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난센스에 불과한 것이다.

나는 오히려 그들이 진정으로 의문사위원회 조사에 협조하고 사실을 밝힌다면 그들도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사는 시대의 동반자로서 존중받는 것이라고 믿는다.
피해자를 놓고 볼 때 냉소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은 피해자를 곧잘 비난한다. 강간을 해놓고 피해자가 유발하였다고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변명하고, 자동차를 훔쳐놓고 자동차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

또 한편으로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에 서서 피해자도 한 시민으로서 적극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지 비난의 대상이 아니며, 가해자들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술책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사회적 여건들이 범죄를 만들고 피해자를 만들기도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일방적인 피해자 옹호론도 가치가 떨어진다.

우리는 피해자에 대한 위와 같은 두 가지의 입장에 대해서 무엇이 옳은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최소한 의문사위원회에서 피해자들의 위치는 피해자 옹호론이 절대적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의문사 사건들은 시대의 불행이었고, 대다수가 위법한 공권력의 개입으로 죽었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사유들이 존재하고 있는 바, 이들이 그 어떤 이유에서도 생명권이 박탈될 하등의 이유도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의문사위원회에서는 어떠한 관점에서 볼 때도 비난을 가하기 어려운 피해자(망자)에 대한 죽음의 실체를 찾는 작업이 난관에 빠져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의 의문사법상의 반인권적 내용에 관한 미흡에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각 관련 국가기관들이 진상을 밝히는 문제에 대해 과거청산으로서의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무관심하고, 말로는 협조하겠다고 하면서도 행동으로는 이를 보여주지 않는 이중성, 의붓자식 취급하며 폄하하는 태도 등에 있고, 또 하나는 피해자를 자처하는 관련자들이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거부하는 태도에 있다.

억울한 피해자들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는데 1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발적으로 협조하지 않은 국가기관 을 상대로 강제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이고, 너무 한시적인 조사기간을 연장하고, 조사대상을 넓히는 문제이다.

이런 관점에서 피해자들의 유가족들은 의문사법 개정을 추진하였고,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 등 국회의원 61인의 명의로 의문사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2003. 11. 24. 개정안을 법사위에 회부하였는데, 법사위는 소관 상임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2003. 12. 5. 국회의장에게 반려하였고, 이후 국회의장이 또다시 법안을 2003. 12. 26. 법사위로 회부하였으나, 법사위는 또다시 2003. 12. 31. 개정안을 반려하여 소관 상임위도 없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어느 누구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

억울함이 없는 사회, 피해자들이 눈물을 흘릴 때 이를 안아 줄 수 있는 사회, 국가가 피해자들을 위하여 어떻게 무엇을 해 줄 것인지 고민하는 사회, 그런 국가와 사회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피해자들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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