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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58호] 천안문광장에 울려퍼지던 추이지엔(崔建)의 일무소유(一無所有)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09:56
조회
579

천안문광장에 울려퍼지던 추이지엔(崔建)의 일무소유(一無所有)


유요비/ 시 인, 문화평론가


 1989년 6월 4일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에는 수십만의 인파가 모여들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젊은이들의 입에서 노래가 퍼져나왔고, 드디어 수십만의 인파가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천안문 광장을 둘러싼 공안(경찰)이 물러나고 탱크를 앞세운 군병력이 투입되었다. 천안문 광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중국 정부는 중국 인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무력으로 탄압하였다. 그리고 천안문 광장에서 수십만의 인파가 합창하던 노래는 금지곡이 되었고, 그 노래를 부른 가수는 무대를 빼앗기게 되었다.   그 노래의 제목은 <일무소유>(一無所有)이고 그 노래를 부른 가수는 바로 조선족 2세인 추이지엔(崔建), 바로 최건이다.


내 비록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난 네게 항상 물었어
언제 나와 함께 갈 것인지
그러나 넌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날 비웃었어
난 네게 내 꿈을 주겠어.
내 자유도 함께......
그러나 넌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날 비웃었어
너는 언제나 나와 함께 갈 것인가
난 네게 내 꿈을 주겠어
내 자유도 함께
<일무소유> 일부


 최근 20세기 중국 연예계의 10대 인물 중의 한 사람으로 선정된 추이지엔(崔建)은 중국 최초의 록가수다. 추이지엔은 중국의 개방 이후 급속히 변화하는 정치, 경제, 사회환경 속에서의 젊은 세대들의 고민과 진실, 이상향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노래로 표현하여 중국 젊은 세대들의 우상으로 우뚝 선 인물이다.


추이지엔의 <일무소유>는 사랑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표현한 연가이긴 하지만, 그 사랑은 단순하지 않다. ‘꿈, 자유, 함께’라는 단어에서 암시하듯이 시대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숭고한 사랑이다.


1960년대 문화혁명 이후 “대장정의 정신과 마오쩌둥 주석의 말씀”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만 했던 중국의 젊은이들은 우울함과 무력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러나 추이지엔의 록음악은 20여년간 중국의 젊은이들을 옭아맸던 우울함과 무기력증을 단숨에 날려보내고, 젊은이들의 가슴속에 잠자고 있던 자유와 진보의 꿈을 용트림하게 했다. 개인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감성을 억압하던 전체주의적 집단의 논리가 추이지엔의 노래 한 곡 <일무소유>로 산산히 박살나버린 것이다.


서구의 록음악은 기성의 가치에 대해 저항하고 변혁을 추구하지만, 추이지엔의 록은 여기에 동양적 전통이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악기도 중국전통의 악기인 古箏(거문고의 일종), 笛子(피리), 날나리 등과 색스폰, 전자올겐 등 서양악기를 혼합해서 사용하며, 펑크, 재즈, 언더그라운드, 랩, 락, 레게 등 여러 장르 음악의 특징과 리듬을 융합하여 흐벅진 음색으로 독창성을 표현하고 있다.


추이지엔은 1961년 공군군악대의 트럼펫 주자인 아버지 최홍재와 조선족 무용단원인 어머니 장순화의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1년 베이징 아이허관현악단의 전문 트럼펫연주자가 되면서 락음악에 심취하게 되었다. 1984년 중국 최초의 보컬밴드 ‘치허판’(七合板)을 조직했고, 1986년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평화의 해 기념음악회’에서 오프닝으로 <일무소유>를 불렀다.


추이지엔의 앨범으로는 1989년 첫 음반인 <신장정의 락>을 시작으로 <해결>, <홍기하적단>(紅旗下的蛋), <무력한 자의 힘>까지 네장의 앨범이 있는데, <신장정의 락>은 중국혁명 당시의 ‘연안대장정’을 빗대어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자는 내용이고, <홍기하적단>은 문화혁명 당시 위세를 떨치던 홍위병을 풍자한 것이다.


음악 이외에 추이지엔은 중국 6세대 영화감독인 장위엔의 인디영화 <북경녀석들>(1993년)의 제작과 각본, 주연으로 출연했는데, 이 영화는 천안문사태 이후 중국 베이징 하층 젊은이들의 방황하는 삶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1995년 로카르노 영화제 특별상과 베를린영화제 청년비평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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