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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57호] 공무집행방해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되면서 느낀 몇 가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09:47
조회
446

공무집행방해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되면서 느낀 몇 가지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지난 5월 13일 오후, 인권단체들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미군의 이라크 포로 고문사태 등을 규탄하기 위한 미대사관 앞 1인 시위 과정에서 한 경찰관에 의해 1인 시위를 방해받았으며, 집단구타를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저는 공무집행방해죄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고, 심야조사를 받은 후 다음날 새벽에 불구속 입건으로 석방되었습니다.(자세한 상황은 인권연대 홈페이지 ‘공지사항’ 참조)


이날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12시간 남짓 종로경찰서에 머물면서, 저는 참으로 많은 것을 느껴야 했습니다.


일단 저는 종로경찰서에 도착한 후, 누구로부터도 어떠한 설명도 안내도 듣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으니까 이곳에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든지 하는 기본적인 사항마저도 통보해주지 않았고, 저는 그야말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제가 육체적, 심리적 충격으로 인해 경찰서 형사계에서 5, 6회에 걸쳐 구토를 하면서 병원진료를 요구했음에도 꼬박 1시간 동안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겨우 병원에 다녀온 다음에 조사가 진행되었는데, 야간에 약 6시간에 걸쳐 쉼없이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줄곧 제가 오히려 피해자임을 진술했지만, 경찰은 저에게 가해자를 고소할 수 있다거나 하는 등의 일체의 안내나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습니다.


조사 자체도 문제였습니다. 저는 ‘피의자’ 신문을 받으면서, 매우 불리한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경찰관이었으며, 저를 조사하는 사람도 경찰관, 목격자라고 하는 사람들도 전부 경찰관들이었습니다. 조사하는 경찰관은 혹시 유리한 증언을 해줄 증인이 있는지도 묻지 않았습니다.


경찰관과 다툼이 있어 공무집행방해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경찰조사과정에서 얼마나 불리할 수밖에 없는가를 그야말로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지난 1년 동안 경찰혁신위를 통해 진행했던 경찰개혁의 성과들이 막상 일선에서는 아무런 변화나 반향도 일으키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지난 7개월 동안 피의자신문 과정에서의 불필요하고 인권침해적인 질문들의 삭제를 위해 노력했고, 지난 4월 19일 경찰위원회 결정을 통해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도 하였습니다. 경찰은 그동안 사건과 관련도 없는 교육정도, 재산상태, 가족상황, 종교, 흡연 여부, 주량, 사회단체 가입 여부, 정당 가입 여부 등을 습관적으로 물어왔는데, 이를 오랜 기간의 노력 끝에 고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제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조사관은 사건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반인권적인 질문을 계속했습니다.


또한 순찰차에서 제가 당한 폭언은 참으로 곤혹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제가 어떤 범죄와 연관이 있다고 의심되거나, 또는 피의자의 신분이라고 하여도 좁은 차량 내에서 세 명의 경찰관이 탑승한 상태에서 저에게 퍼붓는 욕설은 가히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경찰이 피의자의 심리상태를 제압하기 위하여 ‘기선제압용’으로 공포를 주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차량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제게 가해지는 언어폭력은 고문을 연상하게할만큼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경찰의 모습은 시민을 위한 시민의 경찰이 아니라, 경찰관들만의 경찰관들만을 위한 경찰이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경찰의 모습에 참담함을 느낍니다.


경찰관과 관계된 다툼에서, 경찰이 단순한 자기 식구 감싸기를 넘어, 공정하게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려고 하고, 피의자에게도 보호받아야 할 인권이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 한, 경찰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체포된 사람의 입장에서는 경찰이 두렵기만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경찰혁신위 위원이고, 인권운동가로서 약 300여회에 걸쳐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했으며, 바로 얼마전 문제의 종로경찰서에서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했던 제가 이렇게 느낄 때, 일반 서민들은 오죽이나 하겠습니까? 이번에도 역시 적지 않은 것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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