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인권연대

home > 활동소식 > 월간 인권연대

[인권연대 62호] 껍데기 자치경찰제와 그 대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10:35
조회
350

문성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


 지난 10여년 동안 정치권 및 경찰학계에서 합의를 이뤄온 시도 단위 자치경찰위원회 제도에 입각한 자치경찰제 방안을 금년 봄 돌연히 뒤집고, 정부는 9월 16일 허울에 불과한 자치경찰제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것은 진정한 지방분권 및 참여민주주의 실현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단지 명목만의 자치경찰 도입을 내세운 상식 이하의 반개혁적인 정책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첫 단추를 제대로 꿴 자치경찰을 도입하도록 하는데 노무현 정부가 머뭇거려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첫째, 정부안은 시군구 산하에만 자치경찰을 두기로 했는데, 그렇다면 광역자치단체인 시도 자치경찰은 언제 도입하겠다는 것인가? 이것은 자치경찰을 그저 껍데기로 포장해, 하는 시늉만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둘째, 정부안은 그나마 현행 경찰서와 지구대 및 치안센터를 시군구 자치경찰로 전환하는 것조차 거부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국가경찰제를 계속해서 철저히 고수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되고 말았다.


 셋째, 정부안은 현재의 국가경찰은 전혀 손대지 않은 채 전국적으로 6천여 명의 시군구 자치경찰을 새롭게 창설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빈약한 재정의 기초단체 양산 문제는 물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넷째, 자치경찰의 핵심은 지역주민과 시민들이 자치경찰활동, 경찰력 배치, 경찰예결산 심의, 범죄정책 및 자치경찰정책 결정과정에 관여하는 참여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안은 시군구 자치경찰위원회 제도마저도 철저히 배격하는 우를 범했다.


 다섯째, 이번 정부안 결정과정에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및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출신들이 주도하고 경찰전문가들의 참여는 철저하게 배제한 것은, 향후 경찰제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자치경찰제 모델 결정과정 자체에 결정적인 오류를 드러냈다.


 여섯째, 무엇보다도 시군구에 25명 정도의 자치경찰을 창설하는 방안을 먼저 결정해놓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프랑코 총통의 스페인 등과 같은 파시즘 전통의 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경찰제도를 모방하려는 자세는 극히 잘못된 것이다.


 대안으로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230여개 시군구 자치경찰을 도입하려는 것은 교통과 정보통신 및 범죄의 광역화 추세나 규모의 경제에 맞지 않다. 인구나 면적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영국도 제1,2차 세계 대전 전후 400여개에 달하던 자치경찰을 43개로 통합했다. 그리고 시민과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는 동시에 지방정치로부터 경찰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자치경찰위원회 제도가 반드시 설치되어야 하며, 자치경찰위원 수는 시민참여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보다 실효성 있는 대변기관이 되도록 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아야 한다.


 예컨대, 31개 경찰서가 있는 서울시 자치경찰위원 총수는 35명 정도가 적당하며, 이때 과반수인 18명은 서울시의회 및 각급 구의회 합동회의에서, 13명은 시민사회·범죄피해자·경제·노동·교육계 등에서, 나머지 4명은 서울지역에 있는 법원·검찰·변협 등에서 현직 판검사와 변호사 중에서 각각 선임하는 것이 좋다. 이때 13명과 4명의 선임과정은 각 부문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은 주되, 중앙정부기관이 공정성을 담보토록 해야 한다. 각 시도 자치경찰청장 임면권은 기본적으로 각 자치경찰위원회가 갖도록 하되, 중앙정부 동의를 거치도록 하면 된다.

전체 2,172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509
[104호] 인권그림판
hrights | 2017.09.01 | | 조회 149
hrights 2017.09.01 149
508
[104호] 함께 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년 3월)
hrights | 2017.09.01 | | 조회 237
hrights 2017.09.01 237
507
[104호] 인권연대 2008년 3월에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hrights | 2017.09.01 | | 조회 194
hrights 2017.09.01 194
506
[104호] ‘진보’가 ‘자동차’를 팔면 어떠리
hrights | 2017.09.01 | | 조회 184
hrights 2017.09.01 184
505
[104호] 제59차 수요대화모임 지상 중계(08.3.26) - 왜 68혁명인가? - 68혁명의 현재적 의미
hrights | 2017.09.01 | | 조회 223
hrights 2017.09.01 223
504
[104호] 예상 했던 것과 예상하지 못했던 것
hrights | 2017.09.01 | | 조회 186
hrights 2017.09.01 186
503
[104호] MB의 역사적 운명
hrights | 2017.09.01 | | 조회 199
hrights 2017.09.01 199
502
[104호] 다섯 번째 원숭이
hrights | 2017.09.01 | | 조회 216
hrights 2017.09.01 216
501
[103호] 인권그림판
hrights | 2017.09.01 | | 조회 182
hrights 2017.09.01 182
500
[103호] 제59차 수요대화모임 - 왜 68혁명인가; 68혁명의 현재적 의미
hrights | 2017.09.01 | | 조회 189
hrights 2017.09.01 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