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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56호] [3월 수요대화모임 지상중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09:43
조회
398

동북아시아, 그리고 한반도가 지닌 무게


 한반도 평화문제를 생각해보기 전에 먼저 한반도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21세기에 들어와서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60%, 전체 생산의 50%, 전체 소비의 40%를 차지하면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아시아에서도 핵심은 동북아시아이고, 여기에는 한반도(남북한) - 중국 - 일본 등 3개국이 자리하고 있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고, 역사적으로도 20세기의 전반은 일본의 식민지로, 후반은 분단이라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도 한반도의 남쪽은 세계경제 11위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조선, 반도체, 자동차 등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정보화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1위의 놀라운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7,80년대에 우리는 참으로 전망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숨가쁜 투쟁을 하고 있었는데, 이때마다 함석헌선생님이 “우리가 지금은 정치적인 후진국으로서 군사독재의 핍박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가장 뒤쳐진 나라로 대열의 맨 끝에 초라하게 붙어 있지만 언젠가 하느님께서 ‘뒤로 돌아 가!’라고 말씀하시면, 꼴찌가 첫째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정보화를 통한 놀라운 성과들을 보면서, 정치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가 되어 보니 마치 “뒤로 돌아 가!”라는 하느님의 말씀이 실현된 것 같아 보인다.
촛불집회에서도 입증되듯이 한국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참여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고 있으며, 이는 세계 각국의 ‘경탄’에 가까운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부시정권


 그러나 한반도의 상황을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데,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호전적인 부시 행정부 때문이다. 미국의 카터 전대통령이 이라크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아 인디펜던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부시와 블레어는 사담 후세인 정부를 붕괴시키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고, 정보를 곡해했다”고 지적한 것처럼 부시정권은 무모할 정도로 호전적이다.
부시와 그 주변의 니오콘들은 예수를 아주 잘 믿는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이다. 근본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모든 것을 선과 악의 단순한 이분법으로 보는데, 자기는 지선이고 다른 사람은 지악으로 규정하며, 악은 박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멸도 초전에 박살낸다는 것이고, 이는 부시정권의 선제공격, 예방 전쟁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만약 미국의 이라크 전쟁 이후 국제적인 저항과 비난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북한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반전이 쟁점화 되고, 스페인의 철군에서 보듯이 국제적인 지원도 못받고, 반전운동이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도처에서 전개되자 북한까지 손댈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부시로 대표되는 미국의 기독교근본주의자들의 마음  속에는 ‘사탄’과도 같은 북한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남북의 강경 수구세력


 한반도 내부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남북이 그 동안 ‘적대적 공생관계’를 형성해오면서, 양측에 기득권세력으로 굳어지고 세력화된 강경 수구세력들이다.
남한은 독재정권을 유지하면서 언제나 북한의 남침을 이용하였다. 적이 곧 쳐들어오고 그러면 우리는 다 죽으니까 정권의 말을 잘 듣고 조금 불편해도 참으라는 것이었다.
북한도 똑같았는데 입만 열면 미제국주의와 남조선괴뢰가 쳐들어온다며 북한 인민을 통제하여왔다. 양측이 다 저쪽이 위험하니 우리끼리 뭉치자고 선동하였던 것이다. 이들은 명시적으로는 서로 매우 적대적이었지만, 묵시적으로는 공생관계였다.
남과 북에 긴장이 조성되면 득을 보는 세력이 바로 남과 북의 강경 수구세력이었다. 이들 수구세력에게는 서로 자기 체제의 유지를 위해 ‘적’이 필요했던 것이다.
얼마 전 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한에는 친북인사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물론 북한에는 친남인사가 많아져야 된다. 북한의 친남인사와 남한의 친북인사는 ‘우호적 공생관계’를 만들어가는 주체들이다. 이들은 냉전적 잣대에서 민족을 보지 않고, 민족 공생의 잣대에서 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을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말씀의 실천적인 차원에서 종교인들이 앞장서서 해줘야 하고, 북한에 친남인사가 생겨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독교적 양심이 이끌어낸 이인모 노인 송환


 내가 통일부총리로 있을 때인 1993년 3월 2일, 각료 중에 처음으로 YS하고 독대를 가지면서 “우리가 북한보다 14배 강하니까 저쪽에서 팍 치더라도 껴안자”라고 하면서 “너는 내 눈을 때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껴안는다는 ‘불구하고’ 논리를 갖자”라고 했다. 또 YS가 교회장로였던 점을 감안해 “예수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 원수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라’ 그랬고, 힘도 14배나 강해 기독교적인 사랑을 실천할 그런 힘이 있다”고 했다.
그런 과정에서 이인모 노인 얘기가 나왔고, 내가 3년 후쯤에는 죽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 때 YS가 이인모 노인 송환을 결심한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이인모 노인을 보냈지만 그 후로 내게는 색깔론이 물귀신처럼 따라 다니고 있다.
YS와 독대 후인 1993년 5월 15일(토)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기자가 “북한은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물어서, 내가 “저쪽은 우리의 1/14도 안되는 경쟁력 규모를 가지고 있으니까 흡수에 대한 공포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라면 ‘14배 잘 사는데도 불구하고 당신들을 흡수할 의도가 없다’라고 정책적으로 선언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햇볕정책’은 이런 의도에서 만들어졌고, 내가 언론을 통해 “정부는 북에 대해 한파로 옷을 벗기기보다는 따뜻한 햇볕을 쪼여서 스스로 옷을 벗을 필요성에서 벗게 하는 정책이다.”라는 말을 써서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
햇볕정책에 대한 오해가 많은데, 햇볕정책을 통해서 우호적 공생관계를 이룩하는 것이 평화로 가는 지름길이고, 통일을 보장하는 단계로 가게 되는 것이다.


 경제협력이 평화로 가는 물량적 기초


 최근 들어 나는 한반도가 동북아시아의 물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점점 더 구체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꿈이 구체화,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한의 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의 시금석은 바로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이 제대로 가동되면 중국 상하이의 ‘푸동효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 매우 중요한 진전을 가져올 것이다. 남한의 중소기업 수천개, 수만개가 개성공단에 진출해 북한주민들을 고용하여 서로가 함께 살 수 있는 윈 - 윈 게임을 한다면, 이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주는 중요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남북협력을 통한 물적 기반이 커지면 커질수록 서로 공생적으로 의존하게 되며, 이렇게 되면 개성이 아까워서라도, 남북협력을 통해 버는 돈이 아까워서라도 전쟁을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994년에 만델라 대통령 취임식을 위해 대통령 특사로 가는 길에 만난 우간다의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를 푸는 방법은 남북간 서로 신뢰를 구축해야 하는 것인데, 신뢰구축은 정치적 교류뿐만 아니라 경제적 교류로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는 많은 부분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남북한의 경제교류 협력은, 남한의 기업도 살고, 참혹한 상태의 북한 경제상황을 개선하는데 꼭 필요하다. 임금이 싼 곳으로 공장을 옮기려는 ‘기업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는 우리의 중소기업이 개성공단에 들어가 저렴한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의 노동자에게는 일자리가 제공되는 것은 일방적 퍼주기가 아니라 공생이고 평화로 가는 물량적 기초이다. 경제협력을 통해서 평화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 할 수 있다는 논리를 가져야 한다.


 평화를 만드는데 있어서 우리 민족은 중심부에 설 수 있는 때가 왔고, 또 중심부에 서야 한다.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평화를 만들어갈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그 것은 시민들이 먼저 인식하고 정부를 깨우쳐 주어야 한다. 촛불집회 등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우리의 자긍심을 이제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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