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연대 발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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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삼인출판사, 2018.11.15
-책소개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까?
신문과 텔레비전이 매일 우리에게 전하는 새로운 소식에 웃고 즐겁기보다는 우울하고 답답하고 절망적일 때가 대부분이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 현상이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어이없는 사건과 일들을 매일 경험하고 마주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은 정치 민주화도 어느 정도 이루었고, 선진국으로 도약 중이라는데, 여전히 우리나라에만 있을 법한 일들에 한숨이 나온다.
특히나 최근 전 사회적으로 불거진 이른바 ‘미친소’ 파동, 대운하사업, 0교시와 일제고사 부활 등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숱한 일들을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뉴스 혹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 대개 외국의 사례들과 비교하기 일쑤인 터라, “우리나라는 대체 왜 이래?”라는 푸념을 더 크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에 외면할 수도 없다.
광속으로 변해 가는 세계화 추세 속에 어쩔 수 없이 물들어 가는 것이라고 고개 젓지 말자. 미국도, 영국도, 일본도, 중국도, 인도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에게만 있는 희한한 풍경들이 수두룩하다.
-저자
이 책을 쓴 오창익은 인권실천시민연대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인권 운동가다. 그는 운동선수와 종교인, 교사, 기자, 군인, 경찰관, 사회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 놓고 강의도 많이 하는데, 대개 현재 쟁점이 되거나 잊혀서는 안 되는 일들에 관해 인권에 방점을 두고 이야기를 한다. 강의 도중 문득 “이건 한국에만 있는 겁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는 걸 자각했고, 이에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특허품들만 모아 책을 펴냈다.
이 책에 실린 한국의 모습들은 대부분 한국 사회가 ‘지양(止揚)’해야 할 모습들이다. 솔직히 다른 나라 사람들은 보지 않았으면 하는 대목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썼다. 물론 내가 발 딛고 사는 이 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내 나름대로 표현한 것이다. …… 굳이 내가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 우리가 외국 사람들에게 내세울 만한 것들은 차고 넘치게 많다.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서도 우리가 지양해야 하는 것들을 살펴보는 일은 바람직한 작업이 될 것이다.
-출판사리뷰
이 책은 다른 나라에는 없거나 찾아보기 힘든데,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에 관한 인권 운동가의 보고서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사회.문화.종교.법률 등 분야에서 십중팔구는 우리나라에만 있을 법한 65가지의 다양한 모습을 꼬집는다.
― [금연을 강요하는 교도소]에서 (77~78쪽)한국의 형사 사건 무죄율은 2005년 현재 0.18퍼센트이다. 곧 한국의 검찰은 형사 사건 피의자를 재판에 붙이면 99.82퍼센트 유죄를 받아 낸다는 것이다. …… 무죄율이 매우 낮은 것은 기본적으로 법원이 검찰의 수사 결과를 너무 신뢰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공소장과 전혀 다른 새로운 논리를 전개하며 판결문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판사들의 태도도 문제이다. …… 어쨌거나 법원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검찰이 99.82퍼센트의 순도로 일하고 있다고 보도 자료까지 내어 자랑하고 있을까. 한심한 일이다.
― [세계 최고 순도로 일하는 검찰]에서 (91~92쪽)검찰과 경찰 그리고 정부는 입만 열면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 흉포화, 조직화된다고 주장한다. 매년 꾸준히 범죄는 증가하며, 시민들의 안전은 갈수록 위협 받는다고 하는데, 역시 사실과는 거리가 먼 과장이다. …… 정부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고, 그저 위험만 강조하거나 과장하는 것은 도리어 위험한 일이다. 올바른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검찰과 경찰의 인력과 예산, 그리고 법적 권한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포의 과장이 아니다.
― [범죄의 위험, 그만큼 위험한 과장]에서 (104~106쪽)법을 아는 똑똑한 사람들, 변호사들의 회사가 최근 블루오션이라고 개척한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이 바로 저작권법을 악용한 단속 행위와 이를 통한 협박, 그리고 적당한 액수의 합의다. …… 원래는 한 법무법인이 시작했는데, 수익이 좋다는 소문이 나자 대형 법무법인들이 너도나도 끼어들었다. …… 법무법인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은 검찰 단계에서 계속 기각되었다. 저작권법을 악용해 어린 청소년들과 서민들을 공갈?협박하고 금품을 빼앗는 일이 매일처럼 되풀이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법을 잘 아는 변호사들이 서민의 피눈물을 빼는 범죄 행위를 ‘블루오션’이라며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돈을 많이 버는 변호사들의 뒷배는 든든한가 보다.
― [법무법인의 블루오션]에서 (305~308쪽)지은이는 이 책이 일정한 편향을 띠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인권 운동가로서 지은이는, 인권의 원칙이 사회 곳곳에 살아 있는 원리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인권 운동가의 시각과 원칙은 하나의 편향임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곧 이 책에는,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활발히 활동해 온 인권 운동가의 시선이 풍부한 정보와 해학을 곁들여 담겨 있다. 또한 우리 사회를 꼬집고 비판하는 날카로움과 함께 인권 침해에 쉽게 노출되는 어린 학생, 노동자, 서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스한 애정도 느낄 수 있다.
한국에는 유독 24시간 영업을 하는 음식점 등 가게가 많다.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24시간 꼬박 영업하는 비결의 핵심은, 초저임금의 ‘알바’를 고용하는 데 있다. …… 24시간 언제나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편리함은 시급 3,100원을 벌기 위해 졸린 눈을 비벼 가며 밤을 새는 가난한 집 청소년들의 희생에 기댄 것이다. …… 많은 나라들에서는 노동을 보호하고 청소년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법률 체계를 갖추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밤샘 노동으로 내몰려야 하는 나라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은 많은 나라들이 일찍이 깨달은 바다.
― [24시간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69~70쪽)
고속도로관리공단에서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아웃소싱으로 구한 다음 불시에 암행 감찰을 벌인단다. 그래서 불친절한 직원이 있으면 하청 업체에 당장 해고할 것을 요구한단다. 그러니 톨게이트 계산원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언제나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해고 협박으로 강요된 친절, 살아남기 위해 친절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힘겨운 웃음을 지켜보면, 도대체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싶다. …… 밥줄을 쥔 누군가의 지시와 강압에 의한 친절은, 친절을 가장한 봉건이요 친절을 강요한 압제일 뿐이다.
― [언제나 친절한 고속도로 톨게이트 계산원]에서 (178~181쪽)
서울을 벗어난 교외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길거리 상인’들이 있다. 이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 강도 또한 엄청나지만 하루 종일 일해 봐야 몇 만 원 손에 쥐기도 어렵다. …… 운전자의 손짓을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은 새벽을 기다리는 파수꾼보다 훨씬 처연해 보이기도 한다. 정규 일자리가 없어 비정규직으로, 그것도 없어 듣기만 좋은 자영업으로 쫓겨난 서민들의 일상은 이렇게 고단하기만 하다.
― [길만 막히면 나타나는 ‘길거리 상인들’]에서 (173~174쪽)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은 오창익의 첫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그린 지은이는 후속 작업으로 《십중팔구 한국에만 없는!》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책은 우리 사회가 온통 ‘지양’해야 할 것들이었지만, 다음 책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들에 대한 보고서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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