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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개미(홍세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3-09 15:58
조회
740

홍세화/ 대학생


 월요일 아침 아홉시, 대학 동기들이 있는 단톡방이 시끄럽다. 방학 중에는 아침부터 단체 톡방이 활성화될 일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런 일이 잦아졌다.


 ‘아 상한가다. 저번 주에 추매했어야 했는데 못했네…’, ‘예약 매도해두는 거 깜빡했다 망했다…’, ‘이번에 알바비 들어와서 예수금 두둑이 넣어둠…’ 등등 아직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오가고 있었다. 이젠 20대 초중반의 청년들도 주식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주변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월급을 받으면 그중 일부는 적금통장에 입금하여 그저 돈을 안정적으로 차곡차곡 모았다. 이것이 일반적인 청년들의 재테크 방식이었다. 그러나 점차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비나 월급을 받으면 그중 10~20% 정도의 금액은 장래가 유망해 보이는 주식을 한 주씩 사는 등의 방법으로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 출처 - 게티 이미지 뱅크


 더 이상의 경제 성장을 바라기는 어려운 시대적 상황과,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나빠진 경기로 인해 은행의 금리는 더욱 낮아지게 되었다. 옆 나라 일본은 이미 은행 금리가 마이너스를 찍은 시점에서 이제는 은행 적금에 돈을 쏟으면 뒤처진다는 인식이 생긴 듯, 청년들 또한 너도 나도 주식 시장에 뛰어들며 주식시장의 주 소비자층이 ‘밀레니얼 세대’로 교체된 것이다.


한국경제의 조사 1) 에 따르면 청년 주식 투자자들의 증가 원인에는 ‘부동산 막차’를 놓쳤다는 좌절감이 어려있다고 한다. 주변의 아파트나 부동자산 등은 급등하는 중인데 예·적금으로만 자산을 운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생각되는 것이 당연하다. 원금 회수 수준의 은행 예·적금으로는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따라잡아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한국경제의 기사 속 “가만히 있으면 근로소득이 전부인 무주택자는 꾸준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란 인터뷰 내용을 통해 주식시장에 뛰어든 청년들의 저변에 자리 잡고 있는 생각을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미 보이지 않게 형성된 계층 사회에서 계층의 상승을 꾀하기 위해서는 근로소득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주식 투자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입장도 있었다. 이제는 ‘노오력’만으로는 성공한 인생을 얻기 어렵게 됐다. 그러니 비교적 수익이 많이 불어날 수도 있는 주식시장에 청년 개미들 또한 자연스레 불어날 뿐이다.


 얼마 전 친구들과 강남의 한 대로변을 걷다 나눈 대화 중 인상 깊은 대화가 있었다. 오늘은 그 대화 내용으로 씁쓸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


“이 많은 건물들의 소유주는 실상 얼마 안 된대.”
“그럼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이 많은 건물을 다 갖고 있다는 거네?”
“그렇지.”
“요즘 자취하면서 느낀 건데 집세, 전기세, 수도세, 관리비… 이런 거 다 내면서 엄마 아빠는 어떻게 우리까지 키우신 건가 싶어.”
“그러니까. 예전에는 성인 되면 우리 부모님들처럼 평범하게 결혼하고 집 얻고 아이 낳고 사는 게 당연한 건 줄 알았어.”
“그러게. 요즘에는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거 같다.”


1) ⌜부동산 막차 놓친 2030…"주식은 생존수단"⌟, 한국경제, 2020.09.25.,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0091346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