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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다 직장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 모임을 만들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2-17 14:08
조회
822

주윤아/ 교사


 ‘지구살리기’나 ‘친환경’이라는 말을 모르거나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그런데 ‘기후위기’라는 용어는 아직 생소하거나 낯선 이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빌려 쓰는 지구에 대한 부채감과 환경 운동에 대해 의무감만 지닌 채 실천을 차일피일 뒤로 미루고만 지내던 차에 작년 1월 지인의 권유로 ‘기후행동학교 활동가 양성을 위한 워크숍’에 호기심 반 의무감 반으로 참가했다. 워크숍 마지막에 모둠별 토의를 하다 보니 참가자 대부분이 전국의 환경단체나 각계각층의 기후위기 현장 활동가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머리로만 알고 실제 별다른 실천은 하지 않고 있던 나는 부끄러워 제대로 발언조차 할 수도 없었다. 특히 청소년 참가자들이 기후위기를 자신의 현실로 직시하고, 그렇기에 지금 당장 행동할 수밖에 없는 당사자로서의 시급성을 이야기할 때는 기성세대로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틀이라는 짧은 워크숍 기간 기후위기에 대한 과학적 배경, 연관된 다양하고 방대한 이슈를 고루 다루다 보니 귀갓길에 이미 내용 지식은 다 날아가 버렸다. 그저 남은 것은 시급성에 대한 불안과 심각성에 대한 충격, 그리고 코로나 블루의 나날에 우울한 이유 하나가 더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특히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개인의 노력은 빙산의 일각일 뿐, 정부와 기업, 그것도 한 국가가 아닌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위한 즉각적 법 제정과 정책적 실천 없이는 기후위기가 극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사실에 가장 절망했던 거 같다. 이제까지 언론 보도와 캠페인에 휩쓸려 그저 텀블러를 챙기고 친환경 제품 사용을 늘려가며 쓰레기 분리수거에 집중했던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허망하게 느껴지면서 정부나 기업의 안일함에 분노하고,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그들의 무책임과 교묘한 술수에 이용당한 거 같아 울화가 치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알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 뭐라도 해야 한다는 작심도 동시에 올라왔다.


 그전까지 ‘기후이상’이나 ‘지구온난화’라는 말이 더 익숙했는데, 기후가 이상하다고 그저 의아해할 시간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 사용하던 용어부터 ‘기후위기’로 일시에 바꾸기로 하고, 관련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기후위기 책들은 이론서부터 실천서까지 주제별로 다양하지만, 기후위기에 관한 교과서로 불리는 책부터1) 집어 들었다. 그리고 지역에 환경 관련 단체가 별로 없어 자치구의 환경정책이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실정이라 같이 워크숍에 참가했던 지인과 함께 거주지역에 ‘기후위기 (지역명)비상행동’ (시민)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은 거주지역의 환경단체나 시민단체, 개인 등 다양한 이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개인별 실천이나 캠페인 활동을 기본으로 마을의제사업 추진, 나아가 지자체, 국회, 정부가 기후행동을 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활동 등을 하며 보다 직접적인 해결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낮에 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의 특성상 주도적으로 활동하긴 어려웠지만, 전국 기후위기 비상행동이나 지역별 비상행동 모임들과 실시간 정보 공유를 하며 작년엔 학교 안팎에 심각성을 알리는 학생 주도의 캠페인 활동을 진행해 보았고, 이번 겨울 방학 기간에는 관내 교사, 학생,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온라인 연수도 실시했다. 급하다고 해서 두 걸음씩 갈 수는 없는 법, 한 걸음씩이라도 중단없이 움직이려 한다.


 지역 비상행동모임을 시작한 지 1년이 흐른 지금도 나는 ‘기후위기’를 누군가에게 체계적으로 잘 설명하지도 못하고, 또 관련한 여러 주장에 대해 명쾌한 결론도 갖고 있지 않다. 입장을 온전히 정리할 때까지 행동을 주저하던 나는 최근에 읽은 책에서 ‘오십 보와 백 보는 명백히 다르다’라는 구절에 눈이 번쩍 뜨였다.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는 가축 사육에서 나온다고 하니 채식이 지구를 살리고 동물권도 보호(나아가 동물해방)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채식이 다른 실천보다 유독 더 어렵기에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다가 할 수 있는 것부터라도 시작하는 첫걸음이 있어야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 더불어 이 여정은 나 혼자가 아니라 하나둘 같이 갈 사람을 늘려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특히 식탁을 공유하는 가족 구성원이나 점심을 같이 먹는 직장 동료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채식 실천에 동참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완전한 채식주의자(비건)가 아니어도, 혹은 시도하는 족족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한 끼 채식이라도 실천해 보려는 의지가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탄소중립/배출제로 정책을 즉각 실시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무한 소비를 권장하는 자본주의의 시대를 사는 개인들의 삶의 방식도 변해야만 한다. 그래서 가족들조차 감지하기 어려운 미약한 변화이긴 하지만 내 나름의 소소한 실천을 소개하며 동참을 호소해 본다.



사진 출처 - 대학생기후행동(https://blog.naver.com/ecoaction20)


 1. 구매를 망설이는 물건은 사지 않는 쪽을 택한다. 넓지 않은 집에 여기저기 들어찬 물건들이 버겁고 청소도 힘들어 막연히 미니멀리즘을 동경해 왔기에 틈만 나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여 기부 단체에 보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물건은 어느새 늘어나 정리한 티가 나지 않는다. 재학 중인 자녀들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변명해보기도 하지만 사실 내 물건도 옷장이며 서랍마다 그득하다. 특히 요즘 같은 패스트패션 시대에 지인이 ‘한 해 동안 옷 안 사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해서 감동은 받았지만 나는 본받기 어려웠다. 결국, 긴요치 않은 물건은 사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지만, 작년 코로나 19로 온라인 주문을 이용하다 보니 계획하지 않았던 소비도 늘고 일회용 쓰레기가 늘어나 마음이 괴로운 한 해였다. 더구나 감염병 시대의 종식이 당분간은 요원해 보이니 비록 작심 1일이라도 계속 작심하며 계획 없는 소비는 하지 않고, 다회용품 사용을 늘리는 방법을 궁리해 보는 수밖에 특단의 대책은 없는 거 같다.


 2. 자가용은 출퇴근이나 무거운 물건 운송 시에만 사용한다. 직장이 멀어 출퇴근은 부득이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으나, 전철 한 두 정거장 거리는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역시 코로나19로 대중교통 이용도 자유롭지는 않지만, 부족해진 운동을 걷기로 대체할 겸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여본다.


 3. 환경오염 제품 사용을 줄인다. 생활용품들은 친환경 제품으로 바꿔나가고, 필수가 아닌 제품들은 사용하지 않는다. 마침 청춘을 피곤하게 했던 꾸밈노동을 많이 줄여 사용하는 화장품 종류도 별로 없고, 20여 년 만에 숏커트로 머리스타일도 바꿔 샴푸량도 줄였다. 헤어린스나 섬유유연제 등은 사용하지 않으며, 액체 형태의 세제가 흘려보내는 잔여 세제량이 월등히 많다고 하니 고체 형태의 제품으로 하나씩 바꾸는 중이다. 미용실에 갈 때마다 샴푸 외 헤어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매번 질겁하며 놀라곤 하는데 그것도 참 의아한 일이다.


 4. 에너지 사용 제품 구매에 신중을 기한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우리가 훼손한 환경으로부터 다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전기제품을 사용하니, 지구의 온도가 더 올라가고 있다. 공기청정기, 제습기, 정수기, 연수기, 식기세척기,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제품들이 필수 가전처럼 광고되고 있으며, 한집에 1대꼴이던 컴퓨터, 전화기 등 디지털 제품을 이제는 1인당 1개 이상 휴대용으로도 보유하는 등 그야말로 신속과 편리함의 욕망은 끝이 없는 듯하다. 물론 쾌적하고 편리한 용품들이겠지만 반면 굳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제품들도 많다. 지구의 온도를 올리는 제품의 수를 늘려가면서 느끼는 죄책감이 아니라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우리의 당연한 선택이어야 할 것이다.


 5. 자율적 선택이 보장되거나 혼밥을 하는 경우 채식 메뉴를 고르려고 노력한다. 외식이나 단체 회식을 하는 경우 으레 육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기나 치킨에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음식을 제안해 본다. 일주일에 몇 회 채식이라던가 하는 등의 엄격한 계획을 잡기보다는 마인드를 바꾸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채식 실천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최근 채식 관련 책2)을 연속으로 읽다 보니 실제로 고기에 대한 입맛이 예전 같지 않고 조금씩 줄어드는 경험(이제 고기를 보면 음식 이전에 원래의 동물/생명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을 하고 있으며, 단체 급식 시 고기반찬을 담지 않거나 먹는 양을 줄여가고 있다. 하루빨리 공공급식에 채식 선택권이 보장되어 도입되기를 바란다.


 당신은 2019년 6개월간 이어졌던 호주의 산불, 폭염으로 유명한 텍사스에 최근 닥친 한파, 작년 여름 한반도의 최장 장마,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 등이 기후위기의 징후라는 것에 동의하는가? 이에 대해 동의하고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면, 개인의 실천은 물론 지금 당장 우리 동네와 직장에 기후위기 비상행동3)의 작은 모임을 만들어 함께 할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왜냐면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기 때문이다.


1) 『파란하늘 빨간지구』 (조천호, 동아시아)
2) 『비거닝』 (이라영 외, 동녘), 『나의 비거니즘 만화』 (보선, 푸른숲). 『고기가 아니라 생명입니다』 (황주영 외, 들녘), 『동물해방』 (피터싱어, 연암서가) 등이 실천에 큰 도움이 되었다.
3) 전국 기후위기 비상행동 홈페이지(http://climate-strike.kr)에서 도움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