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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 아닌 ‘생존’의 개념(홍세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12-02 11:02
조회
810

홍세화/ 대학생


 다사다난했던 2020년도 어느새 12월을 맞이하여 저물어가고 있다. 2020년을 되돌아보았을 때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는가 하면, 나는 ‘기후변화’를 꼽을 것이다.


 기후변화가 일어나 곧 인류에게 심각한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말은 꽤 오래전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기 때문에 사실 그동안 환경보호에 대한 나의 의식은 점차 무뎌져가는 편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조금 달랐다. 단순히 다큐멘터리 등에서 머나먼 북극의 빙하들이 모두 녹아 북극곰들이 발 딛을 곳조차 사라져 헤엄을 치다가 지쳐 죽어가는 것을 보고 마음 아파하는 것에서 그치는 정도가 아니었다. 기후변화는 이제 우리의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올해 여름은 확실히 평년과는 달랐다. 6월부터는 이른 폭염이 찾아오더니 이내 전국적으로 50여일이 넘는 기록적인 장마가 지속되었다. 이로 인해 섬진강 일대에는 홍수가 발생하였고, 1500건이 넘는 산사태를 불러왔으며 4개의 태풍이 연달아 우리나라를 강타하였다. 이러한 이상기후는 농수산업에 큰 영향을 미쳐 우리가 자연스레 접하던 음식들을 먹을 수 없게 하기도 했다. ‘토마토 없는 버거’가 대표적이다. 이상기후로 인해 전국적으로 많은 토마토 농가들이 피해를 입어 토마토 공급이 부족해졌고,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음식인 햄버거에서 토마토가 일시적으로 빠지게 되었다. 기후변화의 재앙이 조금씩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2020년에 이상기후를 겪은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었다. 시베리아에서는 섭씨 38도의 이상 고온현상이 일어났고, 미국의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지난 5월 연일 폭염이 지속되다가 하루아침에 폭설이 내린 일도 있었다. 이러한 기후변화가 나타난 원인은 단순히 빙하기와 간빙기와 같은 자연 순환의 일환인 것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간이 지구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19의 역설적인 면모들로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관광객이 사그라들자 생태계에는 점차 변화가 일어났다. 작게는 베네치아의 운하가 60년 만에 맑은 물을 되찾은 일부터 인도 동부 오디샤주 해안에서 멸종위기종인 리들리 바다거북이 다시금 모습을 보인 일 등이 그 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코로나로 인해 중국 연안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올해 봄, 가을에는 미세먼지 없는 쾌청한 하늘을 만끽할 수 있었다.



NASA에서 제공한 항공화면, 중국이 봉쇄에 들어가기 전 1월과 그 이후의 대기오염도 차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줄어들고, 차량 이동이 제한되면서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량이 크게 감소하며 올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6% 감소한 것으로 세계기상기구는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만큼의 탄소배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일부에서는 ‘지구멸망’이 도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기후변화에 의해서는 ‘인류멸망’만이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지구에 사는 생명체가 일으키는 환경변화는 언젠가 지구의 자정능력으로 원상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동안 환경보호를 지구환경과의 ‘공생’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한단계 더 나아가 인류의 ‘생존’을 위한 활동이라 생각하고 기후변화에 더욱 경각심을 가지며 환경보호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