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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코로나19와 팔레스타인의 투쟁과 연대(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4-22 11:31
조회
775

이동화/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인 지금 팔레스타인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3월 5일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현재(4월 22일자) 팔레스타인 누적 확진자수는 334명이고 사망자 2명, 회복자는 69명에 이른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발표했습니다. 초기 예수탄생지로 유명한 베들레헴 도시에 집중된 확진 사례는 시간이 지나면서 팔레스타인 전역으로 퍼졌고, 최근에는 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에서 대량 확진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십 수 년째 이스라엘에 의해 완전 봉쇄된 가자지구 역시 12명의 확진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발표됨에 따라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학교와 관공서, 종교시설, 공장과 가게의 문을 닫고, 사람들 간 모임을 금지하며 예외적 장소(병원, 약국, 빵집, 생필품구매처)를 제외한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강력한 봉쇄조치를 3월 23일 내렸고 이 조치는 최근 5월초까지 연장됐습니다.



봉쇄조치로 인해 발길이 끊긴 팔레스타인 나블루스 시내 모습


 한편, 1967년 전쟁이후 팔레스타인 전역의 국경을 통제하고 무력 점령한 이스라엘은 점령지(팔레스타인)의 방역과 검역, 점령민에 대한 의료지원에 대한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인도적 의료시설과 물자의 출입을 막고, 예루살렘에서 코로나19를 검사하는 팔레스타인 의료시설이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진단키트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급습하여 폐쇄시켰습니다. 또한 지난 3월 23일 이스라엘 경찰은 텔아비브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를 코로나 의심증상이 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검문소 도로에 내던지고 가버린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아디의 팔레스타인 현지 활동가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이중, 삼중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존의 이스라엘의 점령과 봉쇄 속에 코로나19에 대응해야 할 내부의 의료체계와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고 확진자는 계속 늘고 있다. 거기에 강력한 봉쇄조치로 인하여 하루 벌어 하루 생계를 유지하는 다수의 사람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라고 전했습니다.


 특히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내 난민캠프와 가자지구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열악합니다. 수십 년간의 이스라엘의 봉쇄와 점령은 팔레스타인 내 산업기반을 무너뜨렸고 경제구조를 국제기구나 해외기관의 원조와 지원에 많은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외부의 지원이 끊기는 순간 바로 빈곤과 생존의 문제가 발생하는 불안정한 시스템입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는 이 시스템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삶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내부의 촘촘하고 헌신적인 풀뿌리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을별로, 지역별로, 자치정부가 없을 때부터 스스로 조직화하였고 지속적인 분쟁상황에서도 피해자 가족과 취약계층을 도우며 챙겼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풀뿌리 네트워크는 더 취약한 계층을 찾아다니며 필요한 물품을 조사했고 내부의 자원을 모으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최대 난민캠프인 발라타 캠프에서 거주하는 활동가에 따르면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마스크나 소독제의 부족도 문제이지만 일을 할 수 없기에 빵과 같은 식료품의 부족이 더 큰 문제이다”라고 합니다.


 각 국가차원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긴급하고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한 국가 차원에서 전염병을 막는다 하여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진 않습니다. 아디는 힘겹게 분투하는 팔레스타인 풀뿌리 네트워크와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연대활동을 조사하고 실행하고자 합니다. 지구촌내 더 열악하고 위기에 처한 이들을 위한 우리의 연대와 지원이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