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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이 한국에 오시면 건의하고픈 일(손상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11-13 15:46
조회
1276

손상훈/ 교단자정센터 원장


 가까운 날, 교황님이 오시면 직접 만나 뵙고 건의하고 싶다. 먼저 대법원 양형위원회 종교시설 기준을 엄하게 정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대한민국에는 평신도가 교회에 헌금하고, 사찰에 기부하면 최종 결정이 해당 교회 담임목사, 해당 사찰 주지에게 모든 권리가 인정되도록 한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 이는 지난 100여 년간 직업종교인의 부정부패를 비호하는 매우 못된 판례이다. 지난 1919년 3.1운동과 4.19혁명의 정신을 이어받고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시민행동을 실천해 온 평신도들의 기도를 저버리는 판례이다. 이제 대법원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교회, 사찰 부정부패 사건으로 각종 송사와 분규가 발생할 경우 새롭고 지혜로운 판례와 양형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조계종 종정 모 승려와 제자가 평신도(불교계에서는 재가불자라고 부른다)의 가족 건강과 집안이 망한다고 협박하여 기부(시주)받은 후원금이 정당할 수 없다. 심리적으로 불안해 상담한 평신도를 겁주고 사기 쳐서 뜯어낸 '고의성'이 강한 위법 행위일수 있다. 종교계 시민단체는 비영리 민간단체의 고유한 업무로 '합리적인 의심이 강한 사회문제'에 대해 창의적으로 비판하고 건의하는 것이 본연의 활동내용이다.


 두 번째로 대한민국 검찰과 경찰을 방문해 용기 주시길 건의하고 싶다. 조계종 생수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 경찰과 검찰은 황당한 결정을 했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골프를 친 자승 전 총무원장을 계좌 조사도 하지 않고 봐주기식 결론을 냈다. 의혹을 덮어버린 경찰과 검찰에게 고해성사를 받아주시길 기도해 본다.


 정의평화불대 상임대표 이도흠(한양대 교수)을 비롯한 불교계시민사회단체는 국고보조금 7천여만 원을 횡령한 의혹이 있다며 자승 전 총무원장을 고발했다. 이제 지켜봐야 한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한민국 사회에서 종교계는 많은 국고보조금(시민 세금)을 지원받는다. 받는 만큼 투명한 집행과 결산을 해 시민들에게 신뢰받는 종교단체가 되어야 한다. 불교 조계종의 경우 직·간접적으로 연간 수백 억 원을 세금으로 지원받는다. 전통사찰 유지보수, 템플스테이 심지어 10.27법난 특별법으로 천 억대 예산편성도 받았다. 그럼에도 수년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다가 이제 봉은사에 500억을 10.27법난 기념관과 동국대에 치유센터 건립 명목으로 500억을 편성하려고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건국이래 천 억대 예산을 조계종 마음대로 집행하려하는 모양새를 그냥 놔두는 현 정부가 정의로운지 묻고 싶다. 종교계를 관리 감독하는 문화관광부나 감사원은 감사 지적을 하고도 시민들에게 제대로 결과를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


 또, 봉은사를 방문해 주셨으면 한다. 맑고 향기롭게 법정스님이 머물렀고 종교간 대화를 위해 노력하신 서울 강남 봉은사, 추사가 말년에 혼신을 다해 쓴 멋진 글이 있는 봉은사에 교황님이 오신다면 청렴한 세계시민이 함께 나눌 수 있지 않을까해서다.


 자승 전 총무원장이 중심이 되어 벌이는 위례신도시 종교부지의 이른바 ‘안거놀이’, ‘결사놀이’를 들으면서 이제는 불교의 마지막 보루인 수행조차도 오염된 듯 하여 슬프다. 왜 ‘천막법당’일까? 예전 한나라당의 천막당사가 생각나는 것은 지나친 일일까? 박근혜는 대선과정에서 차떼기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 드러나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자 기존 당사엔 단 한 발짝도 들여놓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이 부패 정당, 기득권 정당이란 오명에서 완전히 새롭게 출발한다”며 여의도에 천막을 쳤다. 천막당사로 한나라당은 위기에서 탈출했다. 그러나 한국불교의 위기를 ‘천막법당’으로 돌파해야 할까? 백번 양보해 지금 천막에 들어가 안거를 해야 할 만큼 선수행처가 잘못된 점이 있는가? 9명 승려가 수행할 처소가 없을 만큼 선방이 부족한가?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은 천막법당에서 안거를 하겠다는 9명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사진 출처 - 필자


 오히려 한국불교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도박, 폭행, 돈봉투선거도 모자라 생수비리와 국고보조금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등 온갖 불의의 몸통이며 종단을 사유화한 ‘강남원장’이 여전한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자정이 불가능한 종단의 현실이 진정한 위기의 근원이다. 교황님이 위례 신도시에서 천막쇼를 하는 자승 전 총무원장 등 조계종 승려에게 '평신도의 소수의견'을 전달해 주시길 기도해 본다.


 봉은사 평신도(재가불자)들은 이제 500억 원을 모아 위례신도시에 건물을 지어 죽을 때까지 자승 전 원장이 머물도록 기부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내 생각이 기우이길 바랄뿐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에 잘못과 오해가 있다면 공개반성하고 싶다. 아니, 교황님에게 고해성사를 하고 싶다. 한국에서 잘 살고 있는 업종교인인 재벌승려, 재벌목사님들에게 교황님이 들려주실 소중한 강론과 지침을 듣고 싶다.


 1만3천여 명의 조계종 승려가 침묵하는 현실에서 교황님에게 건의하는 평신도의 바람이, 아니 기도가 응답받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