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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장애인 인권교육과 미디어 디지털 리터러시?!(김형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10-16 19:52
조회
1133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경솔하고 천박한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려고 하면 재빨리 마음을 짓눌러,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단 입 밖으로 내뱉고 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해로움이 따르게 될 텐데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선 후기 이덕무 수양서 <사소절(士小節)> 중에서)


인권 ‘감수성’이란 말은 무슨 뜻인가요?


 인권교육은 기본적으로 공공언어로 하는 교육입니다. 그래서 인권 교육은 언제나 인권 감수성이 높은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감수성은 항상 상황과 맥락에 따라 개별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교육하는 사람은 언제나 역동적으로 인권의 감수성을 일깨워 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교육하는 사람의 역량 강화와 자기 계발, 전문성 강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인권은 몸과 머리에 익숙해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도록 반복 연습하고 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은 보행이 어렵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반드시 비워두어야 한다는 것을 암기하고 아는 것뿐만 아니라, 당사자에게 자동차 등이 대안이 별로 없는 필수인 것과 휠체어가 보행 방식이자 신체의 일부이기에 그것을 디딜 공간이 충분히 제공되어야 할 권리임을 깨달아, 비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법을 준수하고 이를 실천해야 합니다. 인권은 그래야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인권은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요컨대, 인권의 이론과 이해는 인권 교육의 필요조건이며 감수성 교육과 개발은 인권교육의 기본이며 충분조건입니다. 그래서 단순한 이해와 인식 개선을 넘어 인권의 문제들이 공감이 되어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이에 인권교육은 단기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끊임없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언제 어디든 일관되게 인권이 지켜지고 실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권 감수성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실천, 바로 ‘말과 글’· ‘행동과 일상생활’로 드러나고 만들어지며 미디어를 통해 대량으로 나타나고 공유되고 소통됩니다. 그래서 인권교육에서 강의하는 사람이 쓰는 말과 행동, 이야기는 아주 중요합니다. 교육을 받는 사람에게 알게 모르게 그 인식과 사상과 언어 행동을 전파하기 때문입니다.


 ■ 장애 감수성 : 장애에 대해 생물학·사회문화적으로 학습된 공포와 인식을 넘어 장애를 마주보고 이를 수용하여 차별과 편견 혐오를 발견하여 대응해서 이를 철폐시키는 것.


 ■ 인권 감수성 : 일상생활의 다양한 자극, 사건, 작은 것에서도 인권의 요소를 발견하고 적용하면서 이를 최우선으로 하여 옹호하고 실천하여 인권 문제로 변화시키는 과정.


 ■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 : 사회 여러 문제에서 성차별의 요소를 찾아내는 민감성. 성별의 차이로 생기는 이해와 반응, 결과의 차이를 인정하며 사회, 문화, 관습, 통념의 변화에 달라짐.


 ■ 미디어 디지털 리터러시란 무엇인가요?


 Literacy라고 하면 옛날에는 글을 읽고 쓰고 해석하는 능력을 뜻했으나 지금은 글을 포함해 사진, 동영상, 영화, 광고, 스마트폰의 사용 등 정보를 다루고 표현하는 모든 영역을 뜻합니다. 미디어(정보)를 만들고, 미디어(정보)로 표현하고, 미디어(정보)를 선택하고, 미디어(정보)를 해석하고 비판하는 능력이나 행위를 말합니다. 여기서 미디어는 글과 그림, 사진과 동영상, 연극 영화, 음악, 만화(웹툰) 사회적 연결망(S.N.S) 모두를 칭합니다.

 장애인에 대해 미디어(정보)를 어떻게 인권적으로 창작·생산하고 어떻게 인권적으로 수용하고 어떻게 인권적으로 비평할 것인가를 살펴야 합니다. 장애인 인권과 관련한 여러 매체에 대하여 기관들이 모니터링을 하고 의견을 발표하는 것도 리터러시 활동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판과 재해석을 기반으로 다시 인권의 시각에서, 미디어를 창작하고 생산하는 작업을 해보는 것입니다. 장애인 당사자가 그 관점에서 직접 미디어를 만들고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미디어 주인공으로 나오고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비평해보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 대하여 살펴보려고 합니다.



사진 출처 - freepik


장애 관련 용어, 언어는 왜 중요한가요?
사람들은 언어로 서로 이어지고 만나고 소통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대로 현실을 인식한다” 1)


■ 언어에 담긴 인권 : 장애인 차별어 및 혐오표현에 대항하여 인권적인 표현 찾기(Counter Speech!)
 말은 표현하는 대상에게 일정 가치와 판단을 담아서 소통과 교류의 도구로서 다른 이에게 전달되고 알려서 그 인식을 퍼뜨립니다. 특히 특정 계층이나 일부 집단 전체 또는 어떤 요소를 지칭하는 것일 경우 그 낱말은 사회적인 규범과 힘을 가집니다.2) 특히나 ‘차별’과 ‘혐오’, ‘비하’의 의도를 품은 경우 말하는 사람의 의도보다 그것을 듣는 사람의 의미 수용과 해석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수신자가 어떤 표현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도 그 표현이 공적이거나 사회적인 표현일 때는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편파적이거나 편견적이며 반인권적 언어 표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언어만을 바꾼다고 차별어가 없어진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언어를 바꾸는 데에 앞서 장애인 차별적 표현인지 아닌지, 과연 바뀐 언어가 장애인들의 차별적 의식을 완화하는 데에 기여하는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3)


■ 차별과 혐오의 원인과 구조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별과 혐오 표현, 언어 사용의 근본 원인들은 사람들의 대립과 갈등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이지만 일단 만들어진 말들은 다시 그 사회 갈등과 대립을 생산하고 증폭시키며 행동으로 이어지며 생활에서 습관이 되어 굳어지고 사람들의 가치관으로 굳어집니다. 요즘 ‘장애인’을 지칭하는 용어들이 잦아들 여지도 없이 뜨거운 논란을 빚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슨 용어를 쓰든, 현재 ‘장애인’이란 용어는 모두가 인정하는 법적인 용어이지만 ‘장애(障碍)’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의미와 인식을 고민해보고, 대안을 찾는 인권 교육은 매우 중요합니다.


 차별어의 사용과 혐오 발언들은 결국 구체적인 차별 행위와 모욕으로 드러나고, 더 나아가 혐오 범죄 또는 증오 범죄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언어생활은 개인적이고 자의적이며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와도 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회적인 언어 부림의 인권 민감성은 인권 강의에서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감수성은 한 개인에게, 한 기관에게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속되어야 합니다. 댓글을 달거나 누군가에게 말을 한다는 것도 ‘행동’이고 일상생활이기 때문입니다. 그 언어들은 사회적으로 전염성이 있으며 그 전염성은 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듭니다. 일차적으로 교육하는 사람들과 공적인 영역의 사람들은 교육을 통해 언어의 전염성을 차단하고 사람들이 그런 행동들을 스스로 단속하고 바꿀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 듣는 사람들이 많은 공공 영역의 사람들의 언어 부림은 특히 중요합니다. 특히 순환 혐오 표현이나 혐오를 은폐하고 있는 표현들이 문제입니다.


 사회적으로 듣는 사람이 많고, 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많은 정치인이나 종교지도자 및 공무원들의 공공영역에서 장애인을 생각한다고 하는 말들이 당사자들을 더욱 공분하게 만드는 이유는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모욕을 감성적인 것으로, 개인의 문제로 은폐하면서 그런 의식을 오히려 널리 퍼뜨리고 사회적으로 교육시키기 때문입니다. 차별어와 혐오 표현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표현의 효과를 아예 없애거나 그 표현을 전혀 안쓰는 것입니다. 말을 죽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치인이, 종교인이, 권력자가 자꾸 이 말을 쓰고 또한 언론이 이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그 표현 그대로를 자꾸 대중들에게 노출시키면 오히려 그 혐오와 차별의 말에게 생명과 힘을 주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순환 혐오이자 이중 혐오입니다.
 혐오가 혐오를 낳고, 전파하고 심지어 그 비판까지도 다시 혐오로 전염시키기 때문입니다.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포용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람이야 말로 진짜 장애인입니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행위는 일종의 정신 장애다 ”
 “장애를 극복하는 피나는 노력을 '특권'으로 장애인을 비하하지 말라“ ”장애인을 괴롭히면 ‘특수학급’으로 보내버린다.“


1) W.v.Humvolt : Gesammelte Schriften, Akademieausgabe, 7. Bd. S. 60.
2) 이러한 관점에서 언어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과 이론을 사회언어학 [sociolinguistics, 社會言語學]이라 부른다. 
3) 『사회적 의사소통 연구; 장애인 차별 언어의 양태에 관한 연구』 7쪽(임영철, 2008, 국립국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