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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서는(이상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4-17 16:26
조회
977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년이 지났다. 정부 기관을 비롯해 많은 지인의 개인 SNS에서도 추모하는 분위기가 넘쳐난다.


 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참사 당시 무능한 대응으로 일관했던 대통령은 교도소에 갔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만들어져 조금씩이나마 그날의 사고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도 밝혀내 가고 있다.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큰 사고를 겪고 난 뒤라면 사고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진상조사와 함께 제대로 된 구체적인 재발방지대책이 세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함께 사회적 차원의 반성과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 또한 정상적인 국가와 사회의 작동방식일 것이다.


 10대 학생이 대부분인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육지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바다에서 배가 뒤집혀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는데 국가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고 구조를 위한 정상적인 조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러한 세월호 참사의 전 과정은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무거운 신호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잘못된 판단과 무책임의 결정체와 같은 ‘선실에 가만히 있어라’는 어른들의 지시에 순순히 따른 결과가 더 큰 참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세월호 사고는 우리 교육 현장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416연대


 올해 1월 인권연대 교원 직무연수를 듣는 자리에서 만난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독일 교육의 목표는 생태교육, 자아(性) 교육과 함께 저항권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 교육부 지침 같은 경우는 “수용할 수 없는 지배 관계와 사회적 억압에 대한 저항능력”, “저항기술에 대한 지식”, “개혁적 혹은 혁명적 성격의 기획을 실현하는 능력”, “주어진 사회적 규범을 자유로이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규범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아주 구체적으로 저항권을 명기하고 있다고 한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나치의 파시즘과 그로 인한 아우슈비츠 학살을 경험한 독일은 일찍부터 교육과정에 저항권 교육을 구체적으로 넣었고, 거짓 정치 선동을 분별하는 ‘선동가 판별 교육’과 잘못된 권위에 굴종하지 않는 ‘반권위주의 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의 아우슈비츠 비극이 저항권 교육을 낳았다면 세월호의 비극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세월호 이전으로 우리는 다시 돌아갈 수 없습니다.’란 말을 다짐처럼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봤지만 과연 우리 사회, 특히 교육환경이 세월호 이전과 많이 달라졌는지는 의문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은 여전하고 교육의 내용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권리교육으로서의 인권교육은 드물게 만날 수 있지만 개인의 의무를 중요시하는 충과 효 사상을 중심으로 한 인성교육은 교육청마다 관련 부서까지 만들어서 장려하고 있다.
 우리 헌법 10조는 국민을 권리주체로 국가는 개인의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주체로 정확히 명시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이 보장받아야 할 헌법적 권리가 무엇인지 우리 교육에서 배울 기회는 많지 않다. 다만 학교 다닐 때 징글징글하게 외웠던 국민의 4대 의무는 학교를 졸업한지 수 십 년이 지나도 명확하게 기억을 하고 있다.
 독일과 같은 저항권 교육은 고사하고 대전의 일부 학교 교칙에는 교내 단체 행동은 이유를 불문하고 징계한다는 규정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이 교칙대로라면 학생들의 미투 단체행동도 징계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광주에 재판받으러 간 전두환에게 법원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전두환은 물러가라’를 외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4.19항쟁 당시의 사진에서 본 초등학생들의 시위 모습이 생각날 만큼 인상적인 소식이었다. 하지만 일부 못난 어른들은 칭찬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학생들이 구호를 외쳤다고 초등학교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는 추태를 보여주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는 구호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말로만의 외침만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와 동참이 필요하다.


 작년 우연한 기회에 미국의 한인 동포 2세 고등학생 두 명이 집에서 홈스테이를 한 적이 있다. 딸아이와 나이도 비슷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학교 수업 과정을 서로 얘기하다 체육 수업이 화제가 되었다. 딸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일주일에 2~3시간 정도 체육 시간이라고 얘기하자 미국에서 온 친구들이 놀라며 미국학교는 거의 매일 체육 시간이 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딸아이는 그 이야기에 더해 우리는 시험 때가 되면 체육 시간에 자습을 한다고 말해서 미국에서 온 아이들을 다시 놀라게 했다.


 독일의 학교에서 수영 수업은 필수라고 한다. 초등학교 2, 3학년부터 시작하는 수영 수업은 8, 9학년까지 계속되는데 마지막 단계인 인명구조 시험에 합격해서 자격증을 받고 나서야 끝이 난다고 한다.


 세월호 이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이 사회는 무엇이 바뀌었는지 생각해보지만 마땅한 답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5주기는 슬픔을 넘어 답답한 마음도 같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