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목에가시

‘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젊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젊은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아현(인권연대 연구원),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서동기(대학생), 손상훈(교단자정센터 원장), 송채경화(한겨레21 기자),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이현정(꽃씨네농작물 농부), 이회림(○○경찰서), 허창영(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로힝야 학살 1주기,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9-05 15:04
조회
117


이동화/ 아디(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활동가


 로힝야 여성인 카리마 카툼(20)님에게 1년 전 사건은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끔찍한 악몽이다.


 “(2017. 8. 25.)점심 기도 시간이 지나고 남편이 모스크에서 돌아왔어요. 식사를 준비하는데, 갑자기 군인들이 들어오더니 아무 설명 없이 남편에게 총을 쐈어요. 그렇게 남편을 잃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저를 강간하려 했고, 저는 저항했어요. 그러자 옆에서 울고 있던 두 살 아들을 땅에 던지고 총을 쐈어요. 땅에 있는 아들을 껴안으려 손을 뻗자 군인은 제 팔목에 총을 쐈어요. 그리고 정신을 잃었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헛간은 까맣게 타 있었어요. 가족이 저와 아들을 마을 의사인 소피 울라에게 데려갔죠. 아들을 응급처치 했지만 가망이 없다고 했어요. 마지막 젖도 물리지 못한 채 그렇게 아들을 떠나보냈어요.”  - 조진섭 사진사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영상(2018. 8. 30.) 중 일부 발췌


 우리에게도 뉴스를 통해 알려진 로힝야 난민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1년 전 미얀마 군부에 의해 자행된 학살은 미얀마 정부의 공식적 진상조사도 책임자 처벌도 없이 수천, 수만 명의 로힝야 사람들의 몸과 마음속에 섬뜩한 공포로 기억되고 있다. 불과 몇 달 만에 100만 명이 넘는 로힝야 난민이 형성한 난민촌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빼곡한 천막 막사가 산비탈을 중심으로 위태롭게 존재하고 있다. 수만, 수십만의 난민들이 형성한 사회는 강한 역동성을 보이지만 그 미래가 밝아보이진 않고 그 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우리네 아이만큼이나 호기심 많고 해맑지만 그 내면의 미소는 슬퍼 보인다.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캠프 중 하킴파라 난민캠프
사진 출처 -세계봉공재단촬영, 2018. 6. 8.


 로힝야 사람들에 대한 한국 온라인 댓글에 “영국에 부역한 로힝야 사람들” “자업자득” “일제시대 프락치와 로힝야는 동일하다”는 식으로 여전히 비하와 혐오로 가득하다. 도대체 로힝야 사람들이 한국 네티즌에게 무슨 잘못을 했을까 싶다. 백번 양보하여 로힝야족이 과거 영국식민지였을 때 나쁜 짓을 했다 치더라도 2만 5천 명(외국 연구보고서)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어린아이들이고 성폭행피해자만 1만 9천 명이라는 참혹한 현실 앞에서 70년 전의 과거는 현재의 학살을 정당화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8월 24일, 아디를 포함한 한국의 시민사회는 로힝야 학살 1주기 추모행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행사를 가졌다. 그리고 한국에서 로힝야 난민으로 살고 있는 파티마님은 행사 막바지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도 꿈이 있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삶,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삶, 불쌍함이 없는 삶, 사실 우리의 꿈이 거창한 건 아닙니다. 로힝야가 아닌 사람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삶, 우리는 그 당연한 삶을 꿈꾸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삶을 누릴 수 있는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어요”


 1년이 지난 오늘, 아직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