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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서동기(대학생), 손상훈(교단자정센터 원장), 송채경화(한겨레21 기자),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이현정(꽃씨네농작물 농부), 이회림(○○경찰서), 허창영(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인권으로 꽃피는 나무 (김형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8-01 15:26
조회
193
- 장애인 인권의, 장애인 인권에 의한, 장애인 인권을 위한 그림책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과거에는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정답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구글에 검색하면 수만개의 답이 올라와 있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 및 기술부 총책임자


1. 관련 동화나 창작물이 절대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권과 연관된 콘텐츠의 등장은 2002년 12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최한 인권동화책을 활용한 인권교육 워크숍을 통해서이다. 이것 역시 기존에 존재하는 동화책이 아닌 처음부터 인권교육을 목적으로 창작한 동화를 통한 워크숍이었다. 


 시민사회 영역에서는 1997년 정권의 탄압을 피해, 최초로 홍익대학교에서 인권영화제가 열린 것을 계기로 인권을 알리고, 각성하고, 실천하기 위한 창작물-콘텐츠의 필요성을 알게 되어 인권과 관련한 동화책 목록을 작성해서 책으로 내기도 했다.


 (어린이 인권교육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인권단체인 ‘인권운동사랑방’ 대표 서준식씨의 옥중서신이었다. 지난 97년 보안관찰법 위반으로 구속된 서 씨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서 어린이에 대한 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창작동화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노력이 들 것 같아 기존 동화를 변형하기로 하고, 지난 1월 말부터 지금까지 모두 400여 편의 동화를 검색해 주제별로 분류해놓았다. 앞으로 600여 편의 동화를 더 검색한 뒤 초고에 들어갈 계획이다. 물론 수많은 국내외 동화를 검색하고 주제별로 분류해야 하는 방대한 작업을 차 변호사 혼자서 하지는 않는다. 2년 전부터 한결법인에서 함께 일하는 박세진(26·오른쪽)씨가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차 변호사를 돕고 있다.
한겨레21 1999년 03월 18일 제249호. 인권동화로 재미있는 인권교육을)


 유엔 세계 인권선언 발표이후 어린이 인권교육을 위한 인권선언의 개념을 담아 이야기한 동화책 및 그림책은 외국에서 많이 제작되었고 이미 그림책 자체가 문맹자와 모든 사람을 위한 인권과 존재와 욕망의 그 자체이자 이유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인권을 알고 인권을 배우고 인권을 실천하는 인권교육 자체가 ‘인권’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림책을 쓰고 그림책을 읽고 그림책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 것이 인권의 시작이다. 그림책이란 것이 존재하려면 그것을 읽는 사람, 모든 사람을 독립적인 존재로 주체적인 독자로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인을 이야기하려하고 장애인을 만나려하고 장애인을 해석하려는 그림책은 그것을 읽는 사람들에게 장애인을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게 하고 장애인과 감정을 공감하게 하며 간접 경험을 만들어 준다. 장애인이 실제로 등장하든 그렇지 않든 그림책을 통해 장애인을 이야기하고 그들을 만나고 해석하는 것, 상상하는 것은 의미가 깊다. 장애인 당사자에게 존재의 의미를 일깨우고 그들의 이야기를 창조하고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무엇보다 다양한 장애인에 대하여 그것을 직접 드러내고 있든지, 아니든지 다양한 인권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그림책이, 관련된 창작물이 많아져야 한다.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에 대해 말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쉽게 주의 깊게 자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1)


 무엇보다 그림책은 예술이며 예술은 사람들에게 향유되어야 하고 향유되는 사람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인권교육은 그 행복의 나라로 가기 위한 도로이며 다리이자 나침반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권이 단순히 존재를 인정하고 이야기하고 공감하고 교류한다면 차별을 없애고 인권을 실현할 수 있느냐이다. 경험적으로 전통적인 동화책이나 그림책들은 성역할을 고착화화고 여성과 빈곤, 외모를 비하하고 배제하는데 더 도움을 주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이것은 역시나 장애인 인권 동화에도, 그림책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의도와 상관없이 그림 및 삽화들은, 이야기들은, 책들은 편견을 만들고 이미지를 고착하며 파생된 다양한 재창작물은 가치를 다르게 만들기도 한다. 2)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다시 문제 제기해보아야 한다. 전통적인 동화들이, 인권의 이름으로 창작한 그림책들이, 인권교육을 목적으로 쓰여진 그림책들이 과연 장애인 당사자에게 장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주고 즐거움을 주고 있는가? 카타르시스와 위로를 주고 있는가? 장애를 진실로 다름이나 차이로 만들어 주고 있는가? 차별과 혐오를 넘어 통합과 인권으로 실천하게 하는가?


2. 작가가 중요한가? 독자가 중요한가? 교육자가 중요한가? 비판적 읽기와 재해석 및 재창조 - 더 중요해진 것은 소프트웨어, 그것을 구동하는 사람이다.


 인권교육의 목적이 인권을 알고 인권을 공감하는데 그치지 않고 차별을 막고 인권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에 있다면, 만들어진 그림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기존의 인권교육 운동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반인권 그림이든, 잔혹 그림책이든, 전쟁을 독려하든 페미니즘이든, 노동자의 인권을 이야기하든 크게 상관은 없다. 교육의 지루함만 극복할 수 있다면 – 교육 시간 자체에서 이미 어린이들과 그림책을 즉석에서 창작하고 이야기하고 상상한다 - 어떤 그림책이든 인권으로 읽고 인권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인 인권 그림책의 양적 질적 향상, 내용과 구조의 실험에도 이 그림책들이 순수하게 책과 독자로만 만나게 자연스럽게 그냥 놓아 둘 수가 없다. 인권을 실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보다 능동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내용물을 인권으로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교육할 수 있는 능력, 자원, 전달체계가 꼭 필요하다.


 인권적으로 가치 있는 그림책이 되어야 하지만, 그림책 자체로도 가치가 높아져야 한다.
그림책은 그래서 그 독자층을 넓히고 접근을 쉽게 하고 상상력과 해석을 자극하기 위하여 그림책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하고 팝업북(pop-up Book) 등으로 실험되고 도전되어야 한다.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그림책 - [도서] 시각장애인 엄마, 그림책을 읽다. 이와타 미쓰코 저/정숙경 역 BF북스 | 2012년 5월 -, 오디오북도 아주 많아져야 한다.



사진 출처 - 구글


3. 모든 ‘그림’에는 결국 결말이 없듯이 모든 ‘인권’에는, 모든 교육에는 ‘결말’이 없다.
 
 장애인 그림책은 계속 창작 되어야 한다. 프리퀄과 스핀 오프 시리즈까지 장애인 정체성을 강화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책은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 우리가 함께 이야기해야할 장애는 참 많고 실천해야 하는 인권은 계속 변화하고 진화한다. 장애는 어렵고 버겁기도 하지만 그림책과 이야기는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특히 책은 전기가 없어도 단말기가 없어도 오래 보존하고 공유하기 쉽다. 언제든 우리에게 상상력을 제공하고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스스로 알을 깨면 새 생명이 되지만, 남이 깨주면 요리감이 된다.
- 강남구, <청춘, 거침없이 달려라>


1) 인공와우를 한 인형, 휠체어를 이용하는 인형, 다운증후군을 가진 인형을 제작하는 토이 라이크미 운동.

2) 스코틀랜드의 극작가 제임스 배리 경의 연극 "피터 팬: 자라지 않는 아이" 및 동 작품의 소설판인 "피터와 웬디" 에 등장하는 악역 캐릭터 한손이 갈고리(hook)라 후크 선장은 원래 애꾸눈이 아니다. 그를 애꾸눈으로 만든 것은 90년대 컴퓨터 게임회사가 만든 캐릭터를 통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