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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살림, 한국종교계 청렴르네상스를 꿈꾸자 (손상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7-18 15:13
조회
310

손상훈/ 종교투명성센터 운영위원, 교단자정센터 원장


 답답하다. 20대였던 동국대 학생의 50여일 단식에 이어 88세 노승려가 30여일 째 단식하는 현실이 참담하다. 설조스님이 단식을 하는 이유는 언론에 알려진 설정 총무원장을 비롯한 조계종 최고위층의 공직사퇴, 그리고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해 달라는 것이다. 바로 자승 전 총무원장을 비롯한 성폭행, 상습도박, 국고보조금 횡령의혹의 고위층 승려들을 말한다.


 예수님과 부처님이 오늘 오셨다면 무슨 가르침을 주셨을까. 선이 악을 이기려면, 이토록 벼랑 끝으로 가야만 할 지 의문이다. 1919년 3.1운동 이래 촛불 혁명으로 한국사회 민주주의를 일구어 가는 민주사회에서 개인이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매년 수백억 원을 갖가지 명목으로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조계종이 투명한 재정공개와 집행을 해 왔다면 상습도박과 공금횡령, 숨겨놓은 처자식(은처자)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학력위조나, 논물표절(글 도둑질)도 아주 드문 일이 되었을 것이다. 최근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되었다는 10.27법난특별법에 근거한 기념관 건립관련 집행도 문제투성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지 몇 년 만이다. 연간 수 백 억 원의 국민 세금에 더해 국회에서 특별법까지 만들어 추진한 일을 조계종 승려들이 맡으면서 몇 년 째 을 갖가지 핑계와 꼼수로 공적사업을 질질 끌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의 행정 처리는 부끄러워 입이 다물어질 지경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형님동생사이였던 자승 총무원장 시대여서 가능했고 종교권력을 두려워하는 사법당국과 정치권력이 여전히 존재하니 가능한 일이다. 늦었지만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제대로 된 감사로 재발방지 제도까지 제시하길 기대해본다. 감사원 개원이래 가장 멋진 감사가 이뤄지길 꿈꾼다. 이처럼 자발적인 청렴문화 자정기능이 상실된 조계종을 비롯한 극소수 종교계의 현실은 사법당국의 손에 민주적인 제도개선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긴박한 처지에 놓여있다. 지난 7월14일 조계종적폐청산을 바라는 시민단체가 개최한 집회에서의 구호도 ‘자승 구속, 설정 퇴진’이었다. 종교계 (특히 조계종)의 부정부패를 가볍게 다루는 사법당국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특히, 검찰과 경찰이 종교계 최고위층의 위법사건에 대해 솜방망이 수사를 해왔고 지금도 눈감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또 꿈꾼다. 검찰은 지난 2011년 8월 경주 불국사 (경내) 승려들의 상습 도박 사건에 대해서 무혐의 처리했다. 자승 총무원장, 불국사 종상 관장 등 16명이 상습도박을 했다고 자수한 사람은 있었지만 처벌받은 사람은 없다. 재수사가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나온다면 노스님은 단식을 중단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또한 경찰은 적광승려 납치, 폭행, 감금사건에 대해 재조사 하고, 기자회견을 열지 못하게 한 배후에 총무원장의 지시 여부, 관여 정황을 파악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면 조계종의 현재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검찰과 경찰이 재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없다. 이에 함세웅 신부님을 비롯한 시민 사회 원로와 종교계, 시민사회, 진보 단체가 공동으로 국민기구를 구성하고 의견을 모아 오는 7월19일(목) 오후에 설정 총무원장 면담, 청와대 면담 방문에 나선다고 한다.



설조 스님 단식장을 찾은 시민사회원로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그런데, 조계종 내부의 원로, 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모 사찰의 방장이나 개혁승려는 여전히 눈치만보고 잇속만 차리고 있다. 아니 오히려 도박사건으로 유명해진 사찰답게 소속 승려들이 현 총무원의 호법부장, 유명사찰의 부주지를 맡는 등 실세가 되어있다. 차라리 차기 총무원장 후보라도 나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 나서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웃지 못 할 처지가 되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1994년 아래로부터 함께 쌓아올린 성과를 극소수 승려들만 배불리고 호위호식하게 만든 결과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성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제 이 땅의 '흥부'들이 답할 차례이다. 어떤 영화에서 '흥부'는 "많은 이의 뜻을 받고 있는 이가 새 길을 열어주길,' 이라 했다. 이 영화에서 놀부는 ‘꿈꾸는 것도 죄다’라고 했던가. 우리 나이 88세의 노승려의 단식을 이용해 또 다른 권력을 차지하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생명은 살려 놓고 민주주의의 절차에 따라 경쟁해야 옳다. 생명을 장물 삼아 권력을 탐하는 조계종 최고위층에 대해 지금 '흥부' 들은 ‘놀부’들에 맞서 함께 실천하고 더불어 꿈꿔 주길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