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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소심하고 약간은 불편한 이야기들 (이상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6-20 18:17
조회
61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는 사회 곳곳에서 오랫동안 같은 사건으로 고통 받던 여성들에게 연대와 희망, 용기를 심어준 현재진행형 대한민국판 미투 운동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서 검사가 일하고 있던 ‘통영지청’ 부임이 인사 불이익의 결과라는 언론의 단순 보도는 서 검사의 정의로운 싸움 과는 별개로 그곳이 고향인 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실제로 안태근 전 검사장이 인사 원칙과 기준에 반해 서 검사를 부당하게 전보하도록 한 것이 서지현 검사의 주장인데도 불구하고 언론과 다수의 네티즌은 단순히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여주에서 머나먼(?) 경남 통영으로 전보한 사실이 부당하다는 의견들입니다.
 다른 정부조직도 그렇지만 검찰 역시 서울을 기점으로 근무지가 가깝고 멀리 있음에 대한 거리 차이가 개인의 지위와 능력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남해안의 작은 도시라고 법의 보호가 필요한 시민이 왜 필요하지 않고, 법의 준엄한 잣대를 제대로 적용해야 할 사건이 왜 없겠습니까?
 현재의 사법 구조상 서울과 수도권에 더 많은 인재가 근무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서울에서 먼 지역 근무를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다수인 것 같습니다. 그런 서울 사람들의 마음속에 지역사람은 영원한 2등 시민쯤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 지방 자치선거 막판 최대 이슈 중의 하나는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현재는 탈당해서 무소속)의 이른바 ‘이부망천’ 발언이었습니다. 그럴듯한 한자성어처럼 보이는 이 말은 정태옥 의원이 지방선거 기간 중 한 보도 채널에 나와서 “서울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 데서 잘 살다가 이혼 한 번 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가고,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 이런 쪽으로 간다”는 발언을 줄여서 표현한 것입니다.
 개인적인 사담을 하는 자리가 아닌 선거기간 방송사에 출연한 국회의원이 발언한 내용이라는 데서 ‘이부망천’ 표현은 정 의원의 평소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더 충격적입니다. 정태옥 의원은 대한민국 부의 상징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강남을 기준으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가난하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이혼 가정에 대한 인권침해와 함께 전혀 통계학적 근거도 없이 비서울권 지역을 심각하게 비하한 말입니다.



사진 출처 - JTBC


좋은 대학 나와서 고위관료로 지내다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된 분들의 생각이 서울이 중심이고 거기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권력과 재산도 적어지고, 사회적 신분도 낮아진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니 분노보다는 허탈한 마음이 앞섭니다.


 원고를 쓰는 중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새로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위한 후보추천위원회가 출범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위원장을 지명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시민사회, 법조계 인사 7명을 위원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지명한 것은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로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재정립할 기회라는 점에서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쁜 마음은 후보추천위원회 명단을 확인하고 나서는 곧 씁쓸한 기분으로 바뀌었습니다.
 위원들 면면은 훌륭한 분들인 것 같은데 제 눈에는 일곱 명 전부가 서울에서 활동하는 분들인 것이 불편했습니다. 게다가 그중 세 분은 서울시 인권위원회 전, 현직 위원들이었습니다.
 전국 15개 광역시도에서 인권조례와 함께 인권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데 유독 전, 현직 서울시 인권위원만 세 분이 지명된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전원이 서울 사람인 추천위원회에서 어느 지역 인사를 위원장으로 추천할지 예측이 쉽게 되는 건 저 만의 짧은 생각일까요?
 국가인권위원회라면 장애, 여성계처럼 지역도 배려해서 다양성을 보장해 줬으면 좋겠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다른 정부 기관의 위원회 역시 지역의 전문가는 찾아보기가 힘들고 간혹 있다고 해도 구색 맞추기 수준으로 극히 소수일 뿐입니다.


 6.13 지방선거 이후 당선결과를 보여주는 전국 지도를 보면 일부 지역의 빨간색을 제외하고는 온통 파란색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 사회의 철옹성 같던 지역주의가 드디어 극복되었다는 평가를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 부산과 울산 경북 구미를 비롯한 영남의 많은 도시에서 그동안의 공고했던 보수 지역주의를 무너뜨린 의미 있는 선거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동서 지역주의는 완화되었지만 모든 것이 서울이 중심이 되고 지역은 하부 체계가 되는 서울 중심의 수직적 지역주의는 여전히 완고합니다.
 대한민국이 지역 연방제 체제도 아니고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도 절반의 인구가 거주하는 건 엄연한 현실입니다. ‘지방’이란 단어가 차별이 아닌 공생과 평등의 메시지로 우리에게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