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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나선 진보정당 후보 X께 (서동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5-25 17:16
조회
146


서동기/ 대학생


 지난 노동절 우연히 저녁 라디오 뉴스를 청취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대선과 정권교체 이후 처음 맞이하는 노동절입니다. 하지만 촛불 이후 첫 번째 노동절 라디오 뉴스의 주된 보도들은 여느 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양대 노총의 집회와 행사로 인해 교통정체가 심하다는 소식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근로자의 날’을 맞이하여 노동이 제도에 의해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 홀대받고 모욕 받지 않는 세상을 생각한다”는 메시지가 단신으로 간략하게 보도되었습니다. 그리고 노동절 소식에 세 배쯤 되는 분량으로 ‘대입수시개편안’에 관한 보도가 뉴스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라디오를 듣는 내내 왠지 모를 아쉬움과 함께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가 떠올랐습니다. 진보정당의 한 의원은 인터뷰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제2의 촛불’에 비유했습니다. 비유를 곰곰이 생각하니 ‘촛불과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에서도 진보정당들은 시민들을 자신의 지지층으로 설득하는 데 실패하려나?’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촛불을 통해 탄핵과 정권교체를 만들어냈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삶과 정치 속에서 진보정당들의 비중은 여전히 미약해보입니다. 촛불을 겪었지만 일반 시민들의 삶에서 진보정치의 가치와 비전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어떤 진보정당에 투자하고 주변의 관심을 권하는 것이 주저되기도 합니다.



사진출처 - Pixabay


 X께 편지를 드리기 위해 여러 진보정당의 홈페이지와 SNS를 방문하고 열심히 톺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자신 있게 표를 던지고 싶은, 주변에도 적극 권하고 싶은 정당을 발견하는 것이 꽤나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저와 관심 있을 만한 이들,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진보정치에 과감하게 표를 던질 수 있을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자신 있게 우리를 매력적인 가치와 비전으로 설득하거나, 설득하려는 정당과 후보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진보정당들의 소중한 가치와 지향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를 설득하고 투표를 통해 같은 뜻으로 이끌어내기에 너무나 큰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얼마 전 홍세화 선생님의 <공부>에 관한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변화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 ‘운동(movement)’에 대해 열변을 토하신 부분이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한 진보정당의 ‘언더그룹사건’과 관련한 진상조사도 맡고 계심을 알고 있었기에 해당 부분은 더욱 자조적, 절망적 장면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진보정치와 운동의 기본 강령으로 흔히 ‘조직, 학습, 선전홍보’를 꼽지만 치열하게 반성, 학습하지 않는데서 기인하는 내부의 문제와 설득하지 못함의 문제. ‘노동자는 하나다’와 같은 예전의 구호를 관성적으로 반복하는 모습. 다만 알량한 조직을 지키려고 하는 초라한 현재의 모습을 지적하신 부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촛불 이후 첫 번째 선거인 이번 선거가 진보정당에게 이전과 그리 달라 보이지는 않습니다. 정당의 중심 의제와 진보정치의 미래를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일반시민들이 적극 동참하도록 만드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단지 ‘선거를 치르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 진보정치의 목표는 아닐 것입니다. 용기 있게 선거에 나서주신 후보님께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뿌연 하늘의 대기를 걷어내고, 일상의 적폐들을 제거하여, 여성과 노동자, 일반 민중들 모두가 행복할 비전을 제시하고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큰 희망과 힘이 진보정치에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촛불 이후의 촛불들’을 통해 수 없이 쌓여있는 일상의 적폐들을 밝혀내어 녹색의 정치, 여성의 정치, 노동자의 정치, 민중의 정치가 폭발하고 진지하게 논의되어 우리의 삶을 진실로 변화시키는 데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일상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손과 말이 닿는 데로 우리 진보정당의 비전들과 각 정당이 생각하는 가치와 비전을 끊임없이 알리고 설득하겠습니다. 소수정당에 대한 주류 정치의 배제와 수많은 차별 사례들을 굳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정교한 반성과 목표설정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는 진보정치를 기대합니다. 후보님의 선전을 진심으로 기원하며 글을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