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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위험하지 않나요?"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4-18 16:15
조회
111

이동화/ 아디(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활동가


 팔레스타인에 다녀온 지 2주일이 지났다. 지난 3월 13일부터 26일까지 팔레스타인에서 한 2주일 정도 있었으니 있었던 시간이나 다녀온 시간이나 얼추 비슷하다. 팔레스타인을 뉴스보도로만 접하는 많은 이들을 위해 조금씩 아득해지는 기억을 붙잡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번 팔레스타인 방문은 아디의 활동가로는 처음(개인적으로는 세 번째)이고, 주요한 목적은 이스라엘 불법정착촌이 야기하는 인권침해사례를 파악하고 아디가 준비중인 팔레스타인 평화여행의 현지파트너를 찾고자 함이었다.


출발, 그 여정의 시작


 팔레스타인에 가기위해서는 먼저 이스라엘로 직접 가는 방법과 인근국가인 요르단을 통해 가는 방법이 있다. 현재 인천에서 이스라엘로 가는 직항편이 있기는 하나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러시아항공이나 유럽의 도시를 경유해서 가는 방법을 선택하면 비용도 저렴하고 비행기의 수준도 나쁘지 않다. 대신 긴 여정은 각오해야한다. 13일 오후 인천을 출발하여 모스크바를 거쳐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으로 가는 여정은 길고 지루했다. 거의 자정이 다된 시간에 공항에 도착하여 까다롭고 깐깐하기로 유명한 보안검색을 마치고 짐을 찾으니 공항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교통편은 다 끊겼고 텔아비브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비싼 택시비를 지출하며 텔아비브 호스텔에 도착했다. 바뀐 시차 탓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채 첫번째 아침을 텔아비브에서 맞이했다. 텔아비브는 지중해연안의 큰 도시로 해변가가 아름다워서 마치 부산의 해운대를 보는 듯 했다. 1948년 이전에는 누구에게나 허용되었던 지중해 바다가 이제 팔레스타인 사람에게는 금지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팔레스타인으로 이동


 소위 '팔레스타인'으로 가기 위해서는 조금 복잡한 루트를 지나야 한다. 팔레스타인은 크게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구분되는데, 현재 가자지구는 2006년이래로 이스라엘에 의해 완전히 봉쇄되어 외국인이 출입하기 불가능한 지역이 되었다. 하지만 서안지구는 몇 군데의 검문소만 지나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이번 방문의 첫 번째 도시는 내 친구가 거주하는 라말라이다. 그리고 그 곳에 가는 루트는 대략 이렇다. 텔아비브 해변가 호텔 -> 버스타고 텔아비브 중앙버스터미널(예루살렘가는 고속버스 승차) -> 예루살렘 고속버스터미널 -> 트램타고 올드시티인 다마스커스 게이트 -> 걸어서 5분거리에 있는 팔레스타인 각 지역으로 가는 버스터미널 -> 라말라 버스터미널, 뭐 이런 식이다. 막상 글로 적으면 대단히 복잡해보이나 직접 가보면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이스라엘 지역에서는 구글지도에서 실시간으로 교통편을 알려주고, 팔레스타인지역에서는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칼란디야 체크포인트


 예루살렘에서 북쪽 서안지구로 가기위해서는 반드시 칼란디야 체크포인트를 지나야 한다. 예전 방문과는 다르게 예루살렘에서 나갈 때는 검문이 완화되었지만 예루살렘으로 들어올때는 차량과 방문자 모두 반드시 칼란디야 체크포인트에서 검문과 검색을 당해야 한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보안을 목적으로 하는 과정이지만 반대의 입장에서는 한없이 모욕적이다.



통행자는 이스라엘 군인지시에 의해 2~3명씩 철문을 통과하고 이후 짐 검색을 하고
본인의 신분증을 군인에게 보여주고 난 후 군인이 허락하면 짐을 찾아 나갈 수 있는 방식

사진 출처 - 필자


분리장벽? 보안장벽? 차별과 고립


 2001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의한 2번째 인티파다(민중봉기)이후 당시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전영토를 10미터 콘크리트 장벽 또는 전기가 흐르는 철책으로 둘러쌓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2018년 현재 팔레스타인 전 영토는 장벽에 갇혀있다. 그리고 이 장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로지르기도 하지만 팔레스타인 내부 또한 가로지른다. 예루살렘의 경우에는 도로 한복판을 장벽이 가로질러 도로만 건너면 닿을 마을인데도 검문소를 통과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 장벽을 마주하는 순간 분노와 절망감에 빠져든다. 자신의 땅에서 사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감옥 속 죄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장벽은 이스라엘 점령의 민낯이자 팔레스타인에 대한 기본태도이다. 장벽을 걷던 중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 3월 19일에 말없이 장벽을 걷던 중 장벽 옆에 놀고있던 꼬맹이들을 잔뜩 만났다. 생존아랍어를 몇마디 던지니 벌떼같이 달려들며 친근감을 보인다. 그러면서 장벽에 가면 군인들이 총을 쏠거라는 손짓 발짓으로 나를 장벽에서 밀어낸다. 고맙긴 하지만 장벽 사진도 찍고 상황도 봐야해서 난 괜찮다고 갈 거라고 했더니 완전 놀라면서 소리까지 지르며 가지 말라고 한다. '아 놔!! 장벽 가야 하는데..ㅠㅠ' 덕분에 5분이면 지날 거리를 거의 20분을 헤매서 도착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아이들의 행동은 나를 보호하기 위함이었고 아이들에게 그리고 이 곳 주민들에게 장벽은 이런 존재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사진 출처 - 필자


라말라, 나블루스, 예루살렘, 베들레헴, 헤브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안지구내 도시간 이동은 자유롭고 생각보다 편리하다. 특히 앞서 언급한 팔레스타인의 주요도시는 빠르게 현대화되어가고 외부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이미 마쳤다. 서안지구내의 이동은 주로 한국의 12인승 카니발과 유사하게 생긴 노란색 세르비스가 담당하고 택시와 큰 버스, 그리고 택시처럼 생겼지만 특정구간만 다니는 하얀색 택시 세르비스로 나뉜다. 특이하게 세르비스는 승객이 다 차면 출발하는데 출발하고 나서 요금을 주는 시간은 각각 제각각이다. 출발하자마자 줄 수도 있고 내릴 때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언제 돈을 내나 눈치를 볼때가 가끔 있다. 요금은 라말라에서 나블루스가 16세켈(약 5천원 조금), 라말라에서 베들레헴이 20세켈(6천 3백원 정도), 라말라에서 헤브론까지 27세켈(9천원 안됨)정도이다. 참고로 팔레스타인의 물가는 그리 싸지 않다. 이스라엘 물가는 중동에서 최고수준(유럽수준)이며 이스라엘의 경제체제내에 존재하는 팔레스타인 역시 이스라엘 물가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3월의 팔레스타인은 아름답다. 특히 고대도시인 나블루스의 하늘은 감탄이 나오는 수준이다.


 베들레헴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성지순례객이 꼭 방문하는 기독교인의 성지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도 많이 만났다. 한 가지 놀란 점은 팔레스타인내 기독교인도 이스라엘에 의해 똑같이 차별받고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오직 유대인에게만 특권을 부여하며 이를 헌법에 명시하였다. 그런데 최근 한국 보수기독교인 중 탄핵반대 시위할 때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가 등장하는 건, 말문이 막히는 일이다.



사진 출처 - 필자


 헤브론은 유대인의 시조인 아브라함과 그 가족들이 묻힌 장소로 예루살렘과 함께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공동의 성지이다. 하지만 도시 한가운데 유대인정착촌이 있고 다른 지역보다 강경하고 극단적인 정착촌민이 많아 항상 긴장해야하고 탄압이 심각한 곳이다.


불법 정착촌, 아웃포스트(Outpost,전초기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팔레스타인의 여러 인권이슈 중 아디가 올해 집중하는 것은 불법정착촌이다. 지난 2017년 미국 트럼프대통령 취임이후 그의 친이스라엘 외교정책은 바로 팔레스타인에 영향을 미쳤는데 그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스라엘의 정착촌과 예루살렘 수도이전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정착촌은 팔레스타인내 B지역과 C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오슬로 협정이후 팔레스타인은 A/B/C지역으로 행정구역이 나뉘었고, A지역은 모든 행정권한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지고 C지역은 이스라엘 정부가 B와 C는 그 권한이 섞여 있다. C지역은 전체 팔레스타인의 2/3가량 차지한다.) 1968년 중동전쟁이후 현재의 서안지구를 강제점령한 이스라엘은 국제법상 점령지에 자국민의 이주를 금지하는 협약을 위반하고 꾸준히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정착촌을 세워나갔고, 현재는 가자지구를 완전 봉쇄하고 정착촌을 철거하였지만 서안지구의 경우 야금야금 그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국제법상으로 서안지구의 정착촌은 불법이지만 이스라엘 측면에서는 정부주도 계획에 의해 조성된 것이니 불법은 아닐 터이다. 하지만 아웃포스트는 이스라엘 측면에서도 불법이다. 서안지구 산 정상부근에 이동식 집(카라반) 몇개가 유대정착민에 의해 놓여지고 서서히 이동식 집이 늘어난다. 팔레스타인 영토내이지만 이스라엘 인이 있기에 이스라엘 군인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머무르고 이동식 집은 그 규모를 넓혀 나중에는 정착촌으로 승인받게 된다. 그리고 정착촌과 아웃포스트, 그리고 정착촌끼리 연결하여 하나의 도로를 이루고 그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 지역은 이미 팔레스타인 원주민이 살고 있기에 원주민은 쫓겨나가거나 아웃포스트 정착민에 의해 공격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러한 불법과 폭력의 악순환이 작년 미국 대통령 당선이후 가속화되고 있음을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식민지와 장벽저항 위원회(PLO Colonization & Wall Resistance Commission)가 발간한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원주민 퇴거명령은 521건이 발부되었고 그 중 510건의 가옥파괴가 진행되었으며 이스라엘 정착민의 집단 공격으로 5명이 사망하였고, 284건의 인신공격과 소유물에 대한 공격이 보고되었으며, 3260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파헤쳐지거나 훼손되었다. 86대의 차량이 파괴되었고 6000 도넘(에이커)의 농작지가 공격받았고 142건의 팔레스타인 마을도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정착민의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금요집회와 저항


 핵무기까지 갖춘 이스라엘 첨단 군사력에 맞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타이어를 태우고 돌을 던지며 저항한다. 끊임없이 차별하고 폭력으로 억누르지만 이들은 지치지 않고 저항한다. 처음 방문했던 2006년도에도 2014년에도 이번 2018년에도 이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고 싸우고 있다.



사진 출처 - 필자


"거기 위험하지 않나요?"


 팔레스타인을 가기 전에도, 다녀오고 난 후에도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대상자가 누구인지에 따라(여/남, 아이/청년/어른, 장애/비장애 등)위험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지만 40대 비장애남성의 입장에서 대답을 한다면 “이스라엘 군인과 경찰, 극우정착민들만 피하면 팔레스타인은 위험하지 않아요”이다. 실재 팔레스타인 외국인대상 범죄율은 거의 0%에 가깝고 현지문화를 존중한다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너무도 친절하게 외국인을 대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현실을 설명하며 알리고자 한다. 나 역시 그들을 만나 이야기했고 그들이 보여준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내가 보고 들은 것은 아디에서 구체적 활동이 되었다. 이번 현지방문을 통해 아디는 10군데의 현지 인권/법률/피해자 지원단체와 활동가들을 만났고, 11곳의 피해마을과 현장을 방문했으며 수많은 피해자들과 현지주민을 만나며 아디의 인권보고서가 무엇을 다뤄야 하며, 현지평화여행시 어떤 곳을 방문해야 하는지를 대략 결정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3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장벽으로 가로막힌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장벽근처에서 평화적 캠핑을 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고 뉴스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이스라엘 군인의 발포로 수십 명의 시위대가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당했다. 이러한 뉴스는 수십년동안 반복 되고 있고 이스라엘은 여전히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총구를 겨누며 테러와 보안 두 단어를 돌려 써가며 본인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제 국제여론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부당하다고 외치고 있고 이스라엘 측에 더 많은 책임과 행동을 요청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 관한 글이 이렇게 심각한 문제로 마무리되는 것을 개인적으로 바라지 않는다. 2주간 봤고 앞으로도 계속 볼 팔레스타인의 매력과 장점은 곳곳에서 넘쳐난다. 따뜻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들, 이국적인 문화와 풍경들, 종교인들이라면 너무 가고픈 성지순례 장소들, 무엇보다 여행에서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삶과 저항의 흔적들.


 매년 2~3만 명의 한국인 성지순례자들이 팔레스타인을 방문하지만 스스로 이스라엘에 다녀왔다고 생각하는, 이 기울어진 현실 속에 아디는 그 곳이 팔레스타인이고 그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사람이며 이들은 여전히 점령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활동으로 하반기 팔레스타인 평화여행을 진행중에 있다.



사진 출처 - 필자